30대, 나의 발걸음.

2016년 1월
1/4 한국 방문, 끌로이 생일과 함께 본가와 처가에서 맛있게 식사를 함. V를 변경하려 했으나 L의 늦장 대응으로 실패. 제주도에 가서 어머니 아버지와 일주일 정도 즐거운 시간, 일을 도와드림. 교수님, 친구들을 많이 만났지만 정작 부모님과 오래 보내지 못해서 아쉬움이 컸던 순간들.
2016년 2월
V진행이 본격적으로 진행되었지만 늦어짐. 2월 초 개강, 재수강 하나 포함, 3과목 듣기 시작. 2/11 첫 차 구입, 면허취득 한번 실패, 운동을 나름 꾸준히함. 하지만 개발이 잘 되지 않음. 2/22에 LA에 5일간 여행, 첫 차를 인수받음과 동시에 길들이기 형식으로 LA까지 운전해서 처음 가봄. 헐리우드, 비버리힐즈, 유니버셜스튜디오, 코리안타운, 산타바바라, 산타모니카, 더 게티센터, 그리피스 천문대 등에 다녀옴. 허나 12월에 만들었던 BOA계좌가 갑자기 Risk Department에서 close해버림 엄청나게 당황하였고, 미국의 이런 시스템에 대해 화가 많이남. 산호세에 다시 돌아오고 금방 Wells Fargo에 한국분의 도움으로 계좌를 만듬. 그리고 미국에서 어떤 로드맵을 가지고 살아야 할지에 대해 고민함. 한국 아저씨한테 $200의 사기받으며 캘리면허증 취득.
2016년 3월
208프로젝트때문에 팀플 계속, 새벽기상과 운동을 다시 꾸준히 함. 하지만 밤만 되면 생각나는 술에 대해 잘 조절하지 못함. 영어공부 계획을 열심히 세웠지만 학교 과제 등이 바뻐서 뜻대로 잘 되지 않음. 학교와 회사를 번갈아가면서 힘들지만 잘 다님. 뉴욕타임즈와 WSJ 구독 시작, 첫 중간고사도 시작. 발목을 잡던 V문제도 생일 즈음 해서 풀림. 정말 V때문에 너무나도 힘들었던 3월 한달이라고 생각됨. 생일에 여러 주변에서 사귄 분들을 초대해다가 작은 파티를 열고, 끌로이의 첫 생일상을 맛있게 먹음. 3/27에 V때문에 잠시 한국에 방문, 인터뷰가 제대로 안되서 출국 전날까지도 힘들어했음. 부모님의 스웨덴 여행으로 빈 집을 보게 됨. 오랜만에 딸기제니와의 즐거운 시간들.
2016년 4월
1일 인터뷰후 극적으로 통과하고, 5일날 다시 귀국. 소셜. 한국에서 힘들었는지 사실 잘 자기관리가 되지 않았음. 덕분에 중간고사도 제대로 보지 못해서, 생각해보니 이번에도 재수강 과목을 통과 못하면 졸업이 늦춰진다는 것을 이제야 인식함. 나도, 끌로이도 지쳐있던 4월, 4월 말에 잠깐 기분전환을 하고자 무리해서 타호를 감. 산호세의 20도를 넘는 기온에 비해, 눈이 오는 타호에 신기해함. 맑은 호수와, 인심, 맛난 음식 등을 먹으며 재 충전 하고 5월을 시작하기로 함. 끌로이의 면허 취득, 그리고 끌로이의 첫 홀로 운전, 끌로이 차 구입을 위해 몇 군데 돌아다님.
2016년 5월
5월 초 끌로이 첫 차 구매, 208 조모임 막바지로 바쁘게 보냄. 정말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음. 5월말에 기말고사로 벼락치기 시도, 5/22 첫 결혼기념일과 즐거운 브런치. 요리를 많이 했던 한달, 마운틴뷰 파머스 마켓, 산호세 로즈가든. 5/26에 끝나고 포틀랜드와 시애틀 여행을 다녀오기로 함. 전날 하루종일 자고 다음날 밤샘 운전을 하기로 시도, 수요일 끌로이 UCBX가 끝나는 동시에, JW형 가족 뵙고 출발. 힘들긴 했지만 꽤나 재밌었던 야간운전, 3시간씩 총 네 번을 운전. 중간에 여권도 잃어버리고 아이패드도 잃어버려서 매우 멘붕이었지만 괜찮았음. Eugene, Eureka, Portland, Seattle을 다녀옴. 포틀랜드의 그 hippy한 문화와 no tax, 수 많은 Brewery는 잊을 수 없을듯.. 돌아오는 길에 캠핑 장비를 처음으로 구매. 여행 전 한국 교수님과 대화하며 빨리 paper를 쓰라는 말씀을 들음. 월말에 성적 나와 확인해보니 재수강이 또 실패. 최악의 성적.
2016년 6월
6월 시작하자마자 교수님 추천으로 Nexenta라는 SDS회사의 특강을 받음. SDN쪽으로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을 함. 200 계절학기 시작, 하지만 교수와 뭔가가 꼬여서, 일전에 재수강 과목을 통과하지 못해서 거의 못들을 뻔 했으나 Dean의 허락을 받아서 겨우 들음. 첫주에 처음으로 요세미티 캠핑을 다녀왔고, 너무 좋았음. 다만 모기는.. 미국 살며 그간 든 돈이 엄청나다는 생각에 스스로 다시 마음을 추스림. 6월 마지막주 즈음에 술로 인한 큰 사건이 터짐. 거의 살아서 돌아오지 못할 뻔했으나 어쨌든 집에 옴. 그 뒤로 술에 대해 엄청나게 조심을 하게 됨. 6월 말에 Pinnacles에 두번째 캠핑을 다녀오고, 빅서도 잠시 다녀오고, 몬트레이도 보고, 별도 실컷 보고 좋은 공기 마시며 하이킹도 하고 좋은 시간 보냄.  간단히 써본 스타트업의 아키텍처에 대한 브런치 글이 호응이 좋아서 계속 써보기로 함.
2016년 7월
계절학기 계속. 월초에 발목 부상, 손님들이로 요리도 함. 7월 초, LA다시 방문. 얼마 있지는 않았지만 오랜만에 곱창도 먹고, 대학 동기도 보고 좋은 시간. ReactJS공부를 하기로 함. 주말마다 나파에 방문. Lake Chabot 방문. “반찬” 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됨. 월 말쯤에 아버지의 입원, 그리고 조금 더 정신 차려서 유라임 개발에 박찰을 가하게 됨. 미국 생활의 전반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고, 고찰해봄.
2016년 8월
ReactJS공부 포기. 유라임 개발을 계속하게 됨. 방학이고 해서 정말 열심히 했음. 계절학기 기말고사, B+로 나쁘지 않게 마무리. 시험이 끝남과 동시에, Sunset SB 에 세번째 캠핑 다녀옴, 산타크루즈 비치에도 가고, 튜브도 사고 수영도 조금 함. 월말에 처음으로 이리저리 친구들과 나파 피크닉 다녀옴. 날씨가 슬슬 추워짐. 10년만에 골프 레슨을 시작함. 오랜만에 다시 한국 교수님 만남. 대학원 3학기 개강, 총 네 과목을 수강(삼수강 포함), 게다가 DeAnza의 ESL도 시작. 특히 Writing수업이 인상깊었음. 8월 말, 드디어 유라임 프로토타입 완성.
2016년 9월
처음으로 다른 커플과 San Simeon이라는 곳에 캠핑을 다녀옴. 빅서와 해안도로의 그 위험함.. 그래도 즐거웠던 기억, 수업 계속, 소살리토 아트 페스티발 참가. 계절학기때 공부를 좀 좋아하게 되어서 공부에 대한 감을 살짝 잡음. 처음으로 학교에서 한국 분을 만남. 중간고사. 월 말에  감기에 살짝 걸림. 개발을 조금밖에 못함.
2016년 10월
엄청나게 바쁜 일정들, 생각보다 더 바뻤음. 그래도 오페라도 다녀오고 함.. Writing클래스에서 레쥬메를 교정하며 인턴에 대한 생각. YC를 처음 넣어 봤으나 탈락. 몸무게가 100을 넘어섬.. KGroup에 처음 참가해보고 (실망) 10월 중순에, 잠깐의 휴식을 위해 타호에 다녀왔음. 강풍에 비때문에 숙소에만 있었지만 즐거웠음. 좀 정신없는 생활 때문에 중간에 PS4를 구매, 끌로이랑 자주 레고를 함. 처음으로 P&P의 피치에 초대받음. Filori정원에 다녀옴. Palo Alto에 자주감. 중간고사와, 이를 위한 공부에 철저히함. 개발을 거의 못함.
2016년 11월
갑작스런 사무실 이동 통보에 엄청 화가 났지만 이내 정신차림. 끌로이의 exam all clear(!) 비자 연장 프로세스 진행 시작. 스트레스에 술을 많이 먹은듯. 일정이 그야말로 엄청나게 많았음. Things Expo참가, 그리고 과제가 엄청나게 많음. 10월과 마찬가지로 개발 거의 못함. 11월 말부터 엄청나게 팀플에 시달림. 좋은 팀원들이었지만 주말이고 뭐고 맨날 팀플.. 월말에 다시 두번이나 감기걸려서 너무 고생함. 그래도 꿋꿋히 땡스 연휴에 라스베가스 로드트립 다녀옴. 오랜만에 가서 신기하고 좋은 것도 있었으나 너무 많은 지출로 조금 힘들었음. 한국의 대통령때문에 시국이 좋지 않음. 바쁨에도 불구하고 끌로이랑 한국의 이슈에 많은 관심을 가졌던 것 같은 한때. 끌로이 차 첫 정비.
2016년 12월
학교 발표, 기말고사에 엄청 힘들었음. 첫째주부터 자동차 수리하고, 네 번의 주말 조모임. 12/12에 발표 3건이나 함. 12/16 생에 첫 Pitch 발표(*), 엄청 긴장되고 했으나 너무나도 값진 경험. 크리스마스이브 처음으로 외국인과 영어쓰며 보냄. 크리스마스 당일도 즐거운 모임. 중간에 RFP 때문에 1월 한국방문이 사실상 어려워짐. 그래도 괜찮았음.
내 생에 처음으로 서른이라는 나이를 보냈던 2016년, 그리고 이를 정리하는 시간이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올 한해, 역시나 기록하며 느끼지만 너무나도 정신없이 보낸 하루하루들이 아니었나 라는 생각이 아주 간곡히 드는 때이다. 회사도 회사 나름대로 힘들었지만 특히 학교가, 너무나도 굴곡이 대단했다.하필 선수과목 한 과목 Fail하는 바람에 졸업마저 한학기 늦춰짐으로써 정말 많은 부분이 바뀌게 되었다. 덕분에 3학기를 엄청나게 빡세게 보냈는데, 때문에 정말 연 초부터 세워놨던 계획 중 운동과 다이어트, 그리고 자기관리가 정말 아에 제대로 되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기억나는 것들이 많다. 특히 여행, 끌로이와 포틀랜드를 여행하며 내려오며 구매했던 텐트부터 시작해서, 방학때 세 차례의 캠핑, 개강 후에도 한 차례의 캠핑을 떠났다. 우리 부부와, 그리고 처음으로 커플캠핑도 다녀왔다. LA두번, 포틀랜드, 시애틀, 요세미티, 라스베가스를 다녀왔는데 이중 포틀랜드를 제외하면 모두 일전에 우리가 따로 갔다왔던 곳들이다. 뭐랄까, ‘추억’에 대한 기억이었는데, 글쎄, 시애틀이나 LV는 둘다 실망이 컸던 것 같다.
생에 처음이 많았다. 내 생에 첫 차를 구입해 타고, 처음으로 10시간 이상 운전을 했다. 학생시절에도 구입 안하던 게임기(PS4)를 구입하고, 질질 끌던 ESL도 시작했다. 생에 첫 결혼기념일을 보내고, 얼마 전에는 생에 처음으로 Pitch를 해보기도 했다.
개발은 생각보다 잘 되지 않았다. 진작에 개발이 끝났어야 했던 유라임은 많이 연기되었고, 그나마 프로토타입이 나옴에 감사했다. ReactJS와 AngularJS사이에 갈등하고, 프론트앤드 공부를 하려 했으나 학교 생활이 만만치 않았다. 특히 10월부터 시작된 팀플과 과제의 압박 속에서, 회사를 안나간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개발은 10월부터 거의 막혀 있었다. 학교가 역시나 너무나도 크게 작용을 한 셈이다. 2학기때 좀 설렁설렁 한 것에 대한 벌을 받았다 해야할까.. 그래도 다행히, 앞으로 3과목만 들으면 무사히 졸업을 할 수 있으니 (생각보다 힘들지도 않고) 좋은 선택일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내 첫 서른이 끝나고 있다. 아직도 후회스러운 것들이 한 둘이 아니다. 그토록이나 술을 절제할 줄 아는 사람이 되자고 다짐을 굳게 했건만, 술과 과식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가끔 그런 순간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았다. 생각해 보면, 내가 바쁘고 힘들수록 스스로를 관리할 시간이 없었다. 가장 관리가 잘 되었던 때가 아이러니하게도 수업이 별로 없던 2월, 그리고 방학중이던 6,7,8월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래서 다음학기부터는 조금 더 수업을 조절하고, 내것으로 만들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 나도 이제 나를 잘 안다. 여유가 없이는, 만들어 질 수 없는 인생이라는 것을. 2017년에는 특히나 내가 잘 하지 못했던, 다이어트와 운동, 그리고 공부 이 세가지만 열심히 하도록 해야겠다. 개발 같은 것들은 잘 하고 있으니..
다음번에 좀 더, 2017년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보도록 하고.. 생에 처음이자 마지막 30살이여, 반가웠다.

 

SDN/SDS를 공부하며.

시험기간이지만 잠깐 짬을 내서 글을 써본다. 대학원에 와서 네트워크로 전공분야를 정했다. Specialization이라고 하는데, Networking/Embedded/Security이 세가지 밖에 없어서 당연히 네트워크를 하긴 했는데 그리 깊게 들어가지도, 얉게 들어가지도 않는다. 코스웍 위주의 수업인지라, 프로젝트를 당연히 해야하고, 지금 SDN을 공부하고 있는데 그 컨셉 자체는 정말로 환상적(?)인 것 같지만 실제로 깊게 들어갈수록 네트워크 장비부터 해서 엄청나게 들어가는게 많다.

그런데 알다시피 나는 하드웨어에 별로 관심이 없다. 정확히 말하면 네트워크 장비를 별로 안좋아한다. 라우터 정도만 알 뿐이지, 물론 네트워크가 특히나 이 동네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을 안다. 너도 나도 네트워크 속에 노다지를 찾아서 헤매고 있으니 말이다. 원체 데이터의 양도 커지고, 당연히 계속해서 증가하겠고, 그런 데이터 속에서 빠르고 저렴하게 무언가를 찾아내려는 노력, 그것도 on-demand로 말이다. 그러니 당연히, 이곳에서 그토록이나 네트워크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 내가 네트워크를 원하는 것일까? 일년 반이 지난 이 시점에서는, 최소한의 선택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어차피 논문 트리는 포기했고, 석사과정 남은 일년동안 페이퍼 몇 개 쓰는 것으로 만족하려고 한다. 그리고 유라임 개발을 좀 더 열심히 해서 융합해서 아마 일좀 하다가 박사과정으로 전향하지 않을까, 이게 내 총체적인 플랜이긴 한데 유라임이 원래 데이터 과학 부분인데 내가 네트워크, 특히 SDN을 하고 있으니 자꾸만 딴 것을 건드리는 느낌이랄까..

적당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네트워크 과목 하나 남았는데 네트워크 보안쪽, 크게 어렵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중요하겠지. 정말로 내가 네트워크를 한다고 하면 여기서 원체 크게 이뤄지는 software-defined anything을 토대로 나아가야 겠지만, 난 자꾸만 그게 어떤 방향인지 헷갈린다. 솔직히 클라우드 컴퓨팅이 나중에 만약 진짜 엔지니어링을 한다면 끌리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데이터 사이언스/시각화도 끌린다. 그리고 솔직히 이쪽이 나한테는 더 맞다고 생각이 드는데, 과연 네트워크와 어떻게 접목을 시켜야 할지 그것조차도 의문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어차피 소프트웨어-정의 라는게 programmable이라는 것인데, 내가 유라임에서 이루고자 하는 사람의 인생에 대한 programmable이 가능하다고 봤다. 누군가의 성공한 삶을 정형화 하여 프로그래밍 한다면 그 또한 하나의 소프트웨어-정의 가 되지 않을까. 물론 거창하게, low하게 내려갈 필요도 없다. 하지만 원체 데이터가 모아지는 자체가 요즘은 빅데이터에서 날라오니, 이 데이터에서 고객 중심의 분석을 하려면 당연히, 네트워크적 정의가 필요하다.

아직은 잘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무언가의 시너지가 분명 있을꺼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학교는 따라가기 벅차고, 유라임도 개발하기 벅찬데 이런 시간동안 과연 이룰 수 있을까, 그래서 보면 근 2년간 유라임과 내 학문적인 관심사를 만들어 나가는 데에 시간을 많이 들였던 것 같다. 앞으로 분명 그 시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그런 생각을 하면서 하루에 몇 시간이라도 계속해서 자료를 찾고, 살펴보며 개인에 대한 양자화, 그리고 이에 대한 소프트웨어-정의 를 한번 생각해 봐야겠다. (생각해보면 정말 미친 조합 같지만, 재밌을 것 같기 때문에…)

일상, 가을의 단상.

10월이다, 벌써 시간은 흘러가버릴 대로 가버리고 올해도 가을에 다다렀다. 회사가 있는 써니베일에도 날씨가 흐리고, 비가 조금씩 오기도 하는 날씨를 보니 확실히 가을은 가을이구나. 미국에 온지, 그리고 결혼한지 일년이 넘었다니 시간이

그간 나는 무얼 하고 지냈을까, 무심결에 다이어리를 넘겨보게 된다. 서른이 되고서, 그래도 몇십년을 엉망인 자필로 써왔던 일기장을 컴퓨터로 쓰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시간도 절약되고 그때의 날씨, 일기 같은 더 많은 정보가 자동으로 들어오지만 한편으로는 아쉽더라. 아니, 그게 내가 요즘 새벽기상을 잘 못하는 이유일까.

최근에는 많이 놀기도, 많이 바쁘기도 했다. 주말이면 무조건 놀아야하고, 주중에는 무조건 빡세게 달려야한다. SI 바닥에 있던 6년 간 내가 한 가장 큰 바램인 이것, 주말만큼은 온전히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것이다. 그래서 학부 시절에 힘들었던 주말 학교가기가 그렇게 싫었고, 학교와 회사를 동시에 다니는 지금도 주말에는 숙제도, 공부도, 개발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오로지 끌로이와 함께 하는 시간 외엔 말이다.

하지만 바쁨에 있어서는 이야기가 사뭇 달라지는 것 같다. 특히 회사일, 지난 1년간 프로토타입 하나를 만드려고 그렇게나 노력했는데 이번주에서야 마무리 되었다. 미국에 와서 회사를 만들고 사실 뭐 하나 가진 것이 없는 유령회사나 마찬가지였는데, 이제야 물론 베타이지만 제품 하나가 있다는 자체가 이렇게나 든든한 줄은 미처 몰랐다. 타지에서 외국인으로 살다 보니 항상 삶이 조마조마 한 것은 사실이다. 경험이 그리 많지도 않고, 내가 영어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기에 더 그랬다. 하지만 그런 긴장이라고 할까, 그것들이 최근들어, 그리고 베타가 나오고 나서 드디어 한숨을 돌리게 된 것 같다.

10년 전, 처음 창업을 했을 때 스무명이 넘던 직원들과 동거동락 하다보니 그들의 삶이 고스란히 나의 근심과 걱정거리가 되었다. 그때부터 였을까, 조마조마한 삶은 전혀 온전하지 않았다. 군대도 정해지지 않은 채 친구들 전역파티에 초대받고, 병특을 갈 수 있는 확률이 1/1000 이었음 에도 어떻게든 전략을 잘 짜서 갔다. 운좋게도 갖은 고생을 다 하고 나서 지금은 중견기업이 된 그곳에서 약간은 편안한 삶에 안주하다가, 학교로 와서는 다양한 길에서 선듯 선택을 머뭇거리다가 유학이라는 길을 선택했을 때, 2년간 갖은 고생을 다해서 어떻게든 바라던 대로 되었고, 미국에 와서도 스타트업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하고싶어서, 지난 일년간 학업과 더불어 준비하고, 이제야 나왔으니 말이다.

그렇게 조마조마 한 인생을 살아갔지만 대부분 내가 원하는 대로 됬다. 간혹 사업이나 공모전, 그리고 개인적인 몇 몇 목표들이 자주 좌절되곤 했지만, 특히 스무살 초반에는 거의 실패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것도 쌓이다 보니 내공이 되더라, 그래서 지금 사업은 꽤나 조심스럽게, 하지만 과감할 때는 과감하게 진행하는 것 같다.

얼마전 브런치에 쓴 글이 공유 700을 넘고, 구독자도 400명이 넘는 쾌거(?)를 보이고 있다. 생각보다 이 블로그에도 하루 평균 100-200명 정도가 방문을 하고 있다. 개발 일지로 쓴 글들이 생각보다 도움이 많이 되는 모양이다. 결국, 생활에서의 경험을 어떻게 공유하고 하는지에 대해 생각보다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하기사, 우리들의 삶이란 자체가 모두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아니겠던가. 작던 크던, 우리는 일상에서 얼마나 많은 문제들을 접하고 있는가.

어쨌든 이제는 뭔가 내공이 쌓였다. 왠만한 것에 흔들리지 않고, 어차피 내 생각대로 될 것이라는 생각 외에는 하지 않는다. 그렇게 흔들릴 시간에, 괜시리 무언가에 걱정에만 사로잡혀서 집에서 술먹고, 푸념하고 그러고 있자니 더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는 편이 좋다는 것을 이제야 느낀다. 그런게 성장해 간다는 것이구나, 그렇게 가을이 시작되고 나도 점점 더 커가는 것 같다. 좋다, 하지만 잠깐의 소용돌이 처럼 스쳐갔던 지난 9개월이, 재밌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내 인생은 재밌을 것이라는 기대속에 살아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