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부하

8개월만에 한국에 왔다. 오랜만의 한국은 역시 올해를 쓸고 지나가고있는 코로나 여파로 해외입국자는 2주 자가격리를 한다. 그래서 나는 제주집으로 와서 혼자 시간을 보내고 있다.

생각보다 할 일이 많기도 한데 마음속으로는 자꾸만 쉬고싶어 한다. 작년 여름에 왔을 때랑은 사뭇 다르다. 그때에는 일을 하긴 했지만 꽤나 속았던 회사에 마음을 정리하려고 혼자서 2주정도 시간을 보냈었다. 그때는 정말 내가 반년이란 시간을 날렸구나 싶었는데, 어쨌든 그런 어쩌면 내게 전화위복이 되어서 지금은 얼마나 안정적인가. 5년여간 상실되었던 자신감, 자존감 모두가 회복되었다. 힘들었던 시간들.. 결국 다른사람들과 다른 길을 간다는 것이 얼마나 리스크가 큰지를 이제서야 깨우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오늘 글은 과부하에 대해서 생각해보려 한다. 작년과 같은 시간을 가족도 못 만나고 격리를 하고 있다. 2주라는 시간, 그리고 아마도 6주라는 시간동안 한국에 있을 예정인데 개인적으로는 격리하는 시간동안 공부할 것, 개발할 것을 잔득 들고 갔었는데 조금씩 하다보니 어제는 약간 멘붕이 와서 스스로도 격리에 어떤 심리적인 압박이 있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에 있을때에도 거의 격리를 했었지만 그때는 나가기라도 했었다. 물론 쿼런틴 기간동안 외식도 못하고 그런것들 떄문에 힘든것도 있었지만, 나름대로 가족과의 관계도 좋아졌고 사회라는 자체가 무엇인지를 다시한번 느끼게 되는 시간이었다. 외출의 자유가 있었을 때에는 집에서 혼자 티비보며 혼술하는 시간이 좋았는데, 격리를 하는 시간동안 이런 행위는 사실 좀 지겨웠다.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난 한국을 좋아했다. 한국에 가면 만날사람이 많고, 적어도 혼술은 거의 안하게 되었으니깐. 함께하는 술자리가 얼마나 재밌는가. 이러저러한 정보도 얻고 유익한 시간을 보내는 것. 미국에서는 거의 하지 않는 이런 사람을 부대끼며 하는 행동이 그리웠던 것이다.

사실 대학원 합격 이후로 벌려둔게 꽤 많다. 머신러닝 Cert를 시작했고, 운동과 다이어트, 수학공부 등. 그리고 한국에서 이번에 드디어 유라임 법인을 등록하고 가려고 하고 있다. 왠만하면 많은 사람을 만나고 싶기도 하고. 욕심이 참으로 많다. 어디 여행을 가도 난 꼭 아이패드에 가득 영상과 책을 담고, 공부할 것들을 엄청나게 넣고 가지만 결국 가서 보거나 하는건 소수에 불과하다.

결국 난 욕심을 좀 버려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래도 쳐낼껀 많이 쳐내긴 했다. 예컨대 블록체인은 전회사와 함께 아에 관심영역 밖으로 사라졌고, 그자리를 머신러닝이 채웠다. 커리어적으로는 완전 백엔드와 클라우드 아키텍처로 가려고 하고 있다. 언어도 고심끝에 그냥 파이선 스칼라 자바나 잘 하자 이렇게 굳어졌다. 다이어트도 막 한달에 10키로 이렇게 뺴려고 하는게 아니라 장내환경 개선과 함께 천천히 개선해 나가자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결국, 이번 한국에서는 조금 더 차분하게 계획한 것들을 하나 둘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 결국 과부하라는 것도 내가 시간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그럴 것 같다. 작년의 시간, 매일 새벽 카페에서 공부하며 그저 계속 공부만 하던 시간처럼, 삶이 그래야 하는 것 같다. 그저 꾸준히만, 그리고 철저한 시간관리가 정답인 삶. 생각해보면 별거 없지만, 너무 과한 욕심만 안부리면 되는게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다른 일을 해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