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이 되고 망가진 것들에 대한 반성

크리스마스 연휴를 아무 생각도 없이 보내고 나서, 이제야 조금씩 정신을 차리며 스스로를 돌아보고 있다.

졸업을 한지 5일째, 졸업 전후로 세 개의 모임을 가지고 나서 전처럼 체력이 아주 좋다고 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술에 대해, 실상 그 맛에 취해 생각없이 먹는 편이라 마지막 술자리에서는 간만에 필름이 끊길 정도로 술을 마신 느낌이다. 그래서일까, 과거 몇 차례 그래왔지만 의례 내가 뭔가 실수를 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에 대해 그 찜찜함이 오랜만에 찾아왔다. 그래서 정말, 스스로에게 형편없음을 느꼈다. 이브도, 크리스마스도 그냥 선선하게 지나갔다. 스스로를 반성하면서.

분명 서른이 되고나서 달라진 점은 있다. 좋게 발전된 것도 많이 있고, 그래서 지난번에 이에 대해 글을 썼었다. 하지만 스무살 때의 그 느낌, 그때의 그 마음가짐과 관리했던 것들, 그것을 잃어버렸다. 학교에 쫓겨서, 미국생활에 쫓겨서, 좋은 핑계거리는 있지만 결국 내 의지 문제였고 내 마음가짐의 문제였다.

미국 사람들에 대한 생각

요즘 요가를 하며, 미국이라는 나라에 2년 넘게 있다보니 이곳 사람들이 정말로 시간을 돈이라 생각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한국에 있을때에는 모든 사람들이 바쁘기만 했지, 그 자체가 열심히 산다는 의미로 느껴졌지 돈과 결부짓지는 않았는데, 미국사람들은 (최소한 내가 봐온 부분은) 열심히 운동하고, 일주일에 하루 정도 제외하고는 열심히 일하고, 꾸준히 운동하고, 일찍자고 일찍일어나고 예정된 스케줄대로 살아가고. 나도 이런 칼같은 생활을 꿈꾸긴 했지만, 정말 내가 이런 삶을 꿈꿔서 이곳에 끌어당김의 법칙대로 오게 됬는지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열심히 산다.

비단 일이나 자기관리만 하며 열심히 사는 것이 아니라, 나름 소셜활동도 중시하고 가족도 매우 중시한다. 사회 문제에도 적극 참여한다. 정말 한국에서 열심히 산다는 의미와 사뭇 다름이 느껴진다. 그렇게 짜여있고 칼같은 생활 속에서 묻어나는 여유를 보며, 어떻게 하면 저렇게 소위 워라벨 (워크 앤 라이프 발랜스) 이라 하는 것을 지킬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결론은 ‘체력관리’ 가 가장 크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서른이 넘고 나태해진 것들

사실 서른이 넘고나서 내가 가장 부족하다 느끼는 것이 체력이다. 책상에 오래 앉아있기도 힘들고, 집중력이 오래가지 못한다. 전날 과음이나 늦잠을 잤을 경우에는 다음날에는 거의 아무것도 못할 정도로 머리가 어지럽고 집중하기가 힘들다. 어제는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등산을 오랜만에 하고 왔는데 웬걸, 한시간 반 정도의 짧은 코스임에도 불구하고 헉헉대는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한국에서도 스트레스가 없던 것은 아니었는데, 미국에서의 삶은 이곳에 가정이 있고, 그 가정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이상한 압박감이 있었나보다. 솔직히 2년간 좋아하는 공부를 몇 개월 하지도 못했다. 내가 가장 원하는 테크계에 있게 되었고, 원하면 어떠한 세미나나 모임에도 참석할 수 있고, 기하급수적으로 레퍼런스도 많은데 되려 이런 상황이 오니 나는 가만히 있게 된다. 사실 공부할 것도 매우 많지만 놀 수 있는 것도 매우 많다는 것이 가장 큰 함정.

그렇다. 2년간 놀거리도 무진장 많아서 놀기도 많이 놀았다. 그 중심에 있는게 혼술이었고, 야식이었다. 이 두 가지가 서른이후 내 삶의 패턴을 (안좋게) 바꿔놓는 주된 역할을 했다. 더 말해봤자 입만 아프겠지만, 어차피 만날 사람도 없고 해서 모임은 급격하게 줄었고, 혹은 모인다 해서 술을 먹는 일이 드물었다. 예전엔 매우 자주, 모임에서의 술이 내 필름을 끊기게 만드는 경우가 허다했지만 새벽 넘어 집에 들어오면 모두 주무시고 계셨으므로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경우에는 챙겨줘야 할 사람도 필요하고, 집에 와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속달래느라 야식을 먹고, 결국 그 야식이 지금의 아주 안좋은 습관을 만든 것이다. 살이 무려 12kg나 늘었고, 5년 전에 비하면 18kg나 늘어버린 수치이다.

술과 야식 뿐만 아니라 급격히 저하된 운동량과 늘어난 식사량도 한몫 한다. 예전에는 그래도 다이어트를 마음먹으면 한두달은 넘게 마음이 지속되고, 나름대로 관리도 했는데 지금은 밥을 하면 고칼로리 음식을 먼저 생각하게 되고, 반찬이 주된 것이 아닌 쉬운 요리들, 예컨데 볶음밥과 같은 요리를 자주 먹다보니 기름기 섭취증가는 물론, 실상 식사량도 제대로 조절할 수 없게 되었다. 물론 살이 찌는데에는 더 큰 문제가 있었겠지만 원체 한번에 먹는 양이 크다 보니 그나마 요즘에는 16시간 공복(10시 아점, 6시 저녁 이후 공복) 이라도 유지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결혼 전에는 부모님이 챙겨주시고, 급식으로 먹고, 외식하고 그래서 요리하는데 큰 문제가 없었는데 이제는 신경쓰지 않으면 요리가 큰 시간 할애가 필요함은 물론 건강까지도 영향이 있다. (물론 요리는 정말로 즐겁긴 하다. 몇시간이 걸리던..)

운동량도 많지 않다. 요가를 꾸준히 하긴 하지만 유산소 운동이 크게 줄고, 본래 새벽에 하던 운동도 주 1회나 할 정도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그래도 미국에 처음 와서는 헬스장에 일주일에 서너번은 다녀왔지만, 집에 고정식 자전거와 역기를 사두고 나서는 희안하게 잘 안하게 된다. 예전에는 그렇게 홈짐을 즐겨라 했는데. 헬스장도 내게 맞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하루 자전거 25분과 헬스 15분은 꾸준히 해왔었는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뚝 끊겨버렸다. 운동이 살이 찌게 만든다는 어머니 말씀을 들어서 그럴까, 기록해둔 것을 보면 작년까지는 그래도 1주 3회정도를 유지했는데 올해들어서는 계속해서 한달에 6회 정도로 줄더니 지난달과 이번달에는 불과 2번에 그쳤다.

운동을 못한 원인에는 새벽기상을 하지 못한 것도 한몫 한다. 4시에 일어나지 않으면 운동할 시간이 없는 것은 당연했다. 그럼 왜 새벽기상을 하지 못했는가? 아니, 안한건 아니다. 다만 너무 일찍 일어나서 문제이지. 오늘만 따져도, 전날에 와인 한잔 먹고 10:30 쯤 취침해서 3:12 쯤에 기상했다. 이 글을 쓰고있는 오늘을 내리 살펴보면, 내가 나태한 것을 찾기 위해 약 2시간 정도 과거 글들을 봤으며, 30분 정도 글을 쓰다가 너무 졸려서 약 2시간을 낮잠을 자버렸다. 당연히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체력도 상당히 떨어져 있는데 5시간밖에 안자면 어쨌든간에 7시간을 채우기 위해 2시간을 자게 된 셈이 아니겠던가.

많은 부분이 그래왔었다. 잠들기 1시간 내로 술먹고 잠들면 6시간 이상을 잠자기 힘들었다. 일단 코골이가 심해지고 덕분에 깊은 잠을 자기 힘들었다. 당연히 중간에 한두번은 깨기 마련이고, 일어나도 뭔가 개운하지가 않다. 사실 일어날 당시에는 개운하다 생각을 해도 막상 눈을 떠보면 붕 떠 있는 마음의 상태가 지속되기 쉽상이었다. 많은 자기관리 서적에서 술에 대한 숙면의 역효과를 그렇게나 강조했는데 나는 왜그랬을까, 미국 와서 초반에 매일같이 건강에 좋다는 이유로 레드와인 한 잔 씩 먹은 것을 생각하면 정말 그 시작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지금이라도 그때로 돌아간다면 말리고 싶을 정도이다.

그래도 잘 생각해보면 술만 조절해도 숙면에 이어 새벽기상, 운동이 되고 다이어트에 더불어 체력도 회복될 것이니 악순환을 끊기에 이보다 더 편한 수단도 없을 것이다. 평생 먹지 말라는 것도 아니고, 자제할 때만 자제하면 되는 정도인데. 지금은 너무 too much라서 그게 음주 후 비숙면 -> 불규칙적인 기상 -> 운동 안함 -> 체력 저하 -> 과식 -> 낮잠 및 비몽사몽한 상태로 생산성 저하 -> 비숙면 혹은 음주 로 이어지니 당연히 악순환의 고리가 되는 것이다.

그 외에도 공부나 책상에 오래 앉아있지 못하는 것, 스스로와의 약속을 잘 지키지 못하고 계획력/실행력이 부족한 현상도 있지만 실상 이런 부분도 결국 수면과 큰 영향이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답은 결국 우선 바로잡아야 할 부분을 step by step으로 잡아야 할 수 밖에 없다. 정말 어쩌면 내게는 도전일 수도 있겠지만, 술을 1주 1회 혹은 1개월 2회 정도로 극단적으로 줄이는 것이다. 지금은 정말 적던 많던 한달에 20번 이상을 술을 먹으니 1/5 으로 줄이는 자체만으로도 인생의 정말로 큰 도전이다. 하지만 이런 희생 없이는 지금까지, 2년간 순회하던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는 힘들다. 정말로 ‘희생’ 이다. 내가 그토록이나 좋아하던 그것을 어쨌건간에 지금은 내 생활 패턴에서 어떤 식으로든 부작용이 초래가 되었으므로 정말 어떻게던, 어떤 의지로던 줄일 수 밖에 없다.

많은 내 삶에서의 문제점이 의지의 문제였다. 긴장감과 함께 의지를 가지고 아니라는 상황에서 No를 외칠 줄 알아야 했는데, 그런 인식이 없다보니 본능이 의식보다 앞서는 상황이 발생했다. 나는 그게 서른이 되고서 발생한 가장 안좋은 나의 문제점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의지라곤 눈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는 정도이니, 한편으로는 나 스스로가 심각한 상황에 처했다는 느낌도 든다. 아무리 스트레스 라고 하지만, 겪어야 할 상황이라고는 하지만 이정도일까. 이런 상황에 대처하자고 그동안 나는 그렇게 수 많은 자기개발서를 읽어온 것이 아닐까? 그런데 막상 실전에 닥쳐오니 내가 행한 행동은 그저 겁 많고 아무 생각도 없이 본능이 하는 행동대로만 살아갈 뿐, 더도 덜도 없던 것이다.

솔직히 말해, 결혼하고 미국에 와서는 unexpected한 상황이 계속되어 왔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로 혼자 끙끙대고, 그러다 찾은게 술이고 덕분에 예전에는 한달에 한번 할까말까 한 혼술을 무슨 이제는 한달에 한두번 안할까 말까 한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이다. 지금와서의 스트레스에 대한 결론은, 결국 시간이 해결해 줄 다름이고 난 그저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만 다하면 되는데 백날을 걱정하고 하루에도 수 없이 이메일, 웹사이트 등을 체크하고 그 시간을 기다리지 못해 술로만 채워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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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지금은 낫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웃긴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지만 확실한 것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마음먹기에 달린 문제이고, 받아들이는 문제일 뿐이다. 지금은 그저, 다시 열정 많고 공부하고 자기관리 좋아하던 그때의 나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을 뿐이다. 그리고 요즘 블로그를 많이 쓰니깐 한결 마음관리가 편해진다.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마음 걱정이 있을 때 워낙에 블로그를 쓰지 않은지라 그때문이 사실 가장 크지 않을까. 더 스스로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 수업이 끝나고 집에 왔을 때 미래를 위해 고심하던 나의 모습처럼 말이다. 다 잘 될 것이다. Che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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