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날과 같이 나는 일기를 쓰기 위해 아침에 공책을 펴고 펜으로 일기를 썼다. 내 일기는 하루의 반성이 거의 다인 것 같다. 물론, 반성하자고 일기를 쓰는 것은 맞는데, 난 좀 내 채찍질이 심하다. 심하다 못해서 나는 자꾸 탈선을 한다. 그러다 보니 계획 외의 행동을 많이 하게 되고, 이런 것들이 내 행동 패턴을 망가뜨린다.
그래서 나는 갑자기 배란다로 나갔다. 새벽 3시40분, 밤만 되면 서울을 밝히는 가로등 조차 잘 보이지 않는다. 그 어두운 공간에서, 방불에 비춘 나의 모습을 보며 속삭인다. “너는 나다. 너는 정말 잘 하고 있는가?” 그 속에 보이는 나는 정말 나였다. 그리고 나는 나랑 대화했다. 나와의 대화 속에서, 평소에 내가 생각하며 나 자신을 채찍질 한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들었다. 마치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는 것처럼.
다시 방으로 들어와 거울 속에 나와 대화를 시도했다. 물론, 내가 말 하는 대로 그 대로 거울속의 나 자신은 나를 비춘다. 하지만, 말을 하면서 나의 입 모양 그리고 제스쳐, 이런 것들이 내가 하는 말의 진실성과 심리를 표현해 준다. 말 그대로 나는 내가 잘 아는 것 같다.
그러다 갑자기 캠으로 일기를 쓰고 싶었다. 우연히 맥 앱스토어를 뒤지다가 Video Memoires 라는 앱을 발견했다. 아주 간단한 일기장인데, iSight를 통해 영상 일기를 쓸 수 있는 앱을 발견하고 바로 다운로드 받았다.
맥북 에어 2세대의 카메라는 사실 크게 해상도가 좋지는 않다만, 그래도 녹화를 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다. 그래서 한번 나 자신과의 대화를 시도해 봤다.
첫번쨰 나와의 대화에서는 근래 들어 풀어진 나의 마음에 대한 내용이었다. 약 6월 쯤, 나는 내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고 정말 굳은 마음으로 2개월을 보낸 것 같다. 하지만, 8월들어 마음은 헤이헤지기 시작했고, 러프한 마음이 10월까지 계속되었다. 그런 나를 반성해 봤다. 어머니께서는 말씀하셨다. 목표가 확실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예전에 대회에 참가하면서 2개월을 미친듯 하루에 두세시간씩 잠을 자가며 만들었던 때, 그럴 떄의 열정을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다면 내가 이루지 못할 것이 뭐가 있겠는가. 하지만, 그러한 긴장 상태를, 일종의 자기 채찍질을 나는 유지하지 못했다. 하물며 하루에 6번씩 체크하자고 했던 나의 로드맵도 몇 개월 사이에 그저 눈으로만 읽고 마음으로 새기지는 않는 그런 건성건성한 자기관리가 계속되었다.
그래서 나는 왜 그러고 있냐고, 나한테 물었다. 물을 때는 좋았다. 내 얼굴이 보이지만, 나는 그저 누군가를 설교하는 느낌이었으니깐. 허나 영상 일기는 내가 이를 다시한번 재생해 보았을 때 그 효과를 들어냈다. 11분 가량 녹화된 이 내가 나에게 말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에서 나는 조금 무섭기도 했고, 나를 너무나도 잘 아는 누군가가 나에게 말하는 것 같은 기분이 연신 들었다. 종이로 쓰는 일기와 똑같이 마지막은 “화이팅” 으로 끝났지만, 종이와 영상의 차이는 너무나도 컸다.
그러고 보니 요 근래들어 시간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새벽녘에 자기반성의 시간을 너무나도 줄이고 있었다. 사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6월달에 나는 로드맵 체크, 새벽 기도, 명상과 심호흡, 내게 영감을 주는 이미지를 보고, 일기를 쓰고 커피를 타서 먹는다. 이 시간이 대략 1시간 정도 된다. 하루의 1시간은 이렇게 자기관리를 위해 사용하고 있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아침에 공부할 시간이 너무 적다. 7:40분에는 출근준비를 해야 하니 운동시간 1시간을 제외하면 4시에 일어나니 2시간 반 밖에 없다.
사실 그 시간도 100% 공부를 매진한 적이 없다. 이것 저것 잡생각에 40분은 기본으로 날리는 것 같다. 2시간이나 공부하면 족할까.. 그러면서 나는 그 2시간에 단어암기, 독해, 문법 등.. 엄청나게 많은 양을 집어넣은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내게 계속 강조했다. “선택과 집중을 좀 해라” 딴짓 안하고 뭔가 목표를 세우면 그거만 할 때까지 일어나지도 않고, 화장실도 안가고 그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게 그렇게 어렵긴 하지만, 나 자신이 내게 말하는 것을 보니 참.. 저 사람, 그러니깐 내가 나한테 시키는 건데.. 저 사람은 나를 그렇게 잘 아는데.. 내가 꼼수를 쓰면 그것 조차 아는 사람이 저 사람인데.. 어째 내게 거짓말을 하겠는가. 거짓말을 할 수 없다.
그래서 이렇게 하면 백프로 될 것 같다. 좀 번거롭긴 하지만, 확실히 자기 수행은 끝이 없는 것이니깐.. 전날 내가 쓴 영상 일기를 보면서 요약한다. 내가 무엇을 말했는지. 그리고 다시 오늘의 영상 일기를 녹화하면서 나는 그걸 지켰는지. 정말 나 자신과 대화해 보는 것이다. 정말 세상에서 절대로 속일 수 없는 사람. 나 자신까지 내가 속인다면 과연 내가 삶을 살아가는 데에 의미가 있을까? 부끄러워도, 오그라들어도, 나 자신과 대화하는 것이다.
확실히 이것만큼 좋은 자기 반성 법도 없을 것 같다. 분명 목표와 로드맵은 확실한데, 하루 하루 이를 향한 채찍질이 부족하다면 말이다. 영상 일기, 얼마나 갈 수 있으며 또한 어떤 효과가 있을지.. 확신은 하지만 내심 기대도 하고 있고.. 보다 확고한 의지로 나아갈 수 있는 나 자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