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일기를 썼음에도 사실 손일기는 시간이 오래걸린다는 점 (한시간을 썼는데도 원하는 말을 다 쓰지 못했다.) 이 좀 아쉽다. 나도 장문의 글을 편하게 쓰고 싶은데, 타이핑을 못따라가는 것이 좀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여튼, 오늘 일기의 요건은 이랬다. 결국 무의식속에서 내가 하는 선택, 이게 습관이라고 해야할까? 그것은 무의식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 선택의 결과라는 점이다. 나 스스로와의 약속도 아니고, 억지로 해야하는 것이다. 내 의지도 아니다. 의지가 무엇인가? 의지는 선택을 할 때 좀더 쉽게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여태까지 의지력, 마음력, 심리, 데이터 등 온갖것을 찾으면서 나 스스로를 보다 나은 삶으로 살기 위해서 노력해 봤는데, 웃기게도 모든 목표를 없앴을 때 결국 내게 보다 더 나은 삶이 찾아왔던 것이다.
목표없는 삶은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10대를 내내 대학을 목표로 했고, 20대에는 온갖 추상적인 것들을 목표로 했다. 병특, 사업, 유학 등. 이룬것도, 이루지 못한것도 있었다. 30대는 미국에서의 안정을 목표로 했다. 사업, 취업 등 몇 가지 방향성을 가지고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지만 거의 대부분 플랜A는 바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 점을 인지하고 나니, 난 구체적인 목표, 예컨데 내일은 뭘 해야하고 그런게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큰 틀이 정해지면 거기서 당연히 해야하는 것들이 존재하고, 그것이 과거의 습관을 고치는 것이던 새로운 것을 하는것이던 그것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었다.
지난주부터 다시금 운동을 시작하고 있다. 이번에는 내가 원래 하던 루틴이 아니라 책에 나와있는 그대로를 하고 있다. 쉬는시간과, 횟수까지. 증량은 잘 감은 안오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지. 여기에 flexible한 무언가가 있는것도 아니다. 시간은 한시간 반이나 걸리지만 그냥 한다. 어쨌든 책에서는 전문가들이 만들었다고 하고 나도 수년간의 리서치를 통해서 저런 운동방법이 내가 원하는 근력을 생성하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을 하였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별다른 의심없이 그리고 핑계없이 그냥 하는것이다. 핑계가 없다는게 내 생각에는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이 핑계, 사실 핑계란 무엇인가? 무의식속에 내가 하기싫다고 떠오르는 것들에 대한 이유이다. 그래서 대부분 목표를 정해둠에도 편했던 comfort zone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인생이 제자리걸음이다. 그게 핑계때문일까? 계속해서 난 그렇게 생각했지만 결국 내가 ‘그냥한다’ 라는 것의 의미를 잘 몰라서 그랬다.
사실 살이 110키로가 넘게 찌면서, 미국에 와서 계속해서 100~110을 왔다갔다 하는 모습을 보면서 느꼈다. 이건 결국 내 심리적 영향과 삶의 반영이라는 것이다. 6년여간 쌓아온 몸무게의 그래프는 내 30대 초반의 좋았고 나뻤던 때를 대변했다. 하지만 난 이제 안다. 삶에서 기쁘고 슬픈 일은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지난 글에서 결국 내가 평상시에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서 삶의 결과가 달라짐을 알았고, 그래서 술을 끊는다는 것은 내 의지대로 하는게 아니라 ‘그냥’ 한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이다. 몸무게도 마찬가지로, 그냥 하는 것. 사실 이 평범한 삶이 얼마나 유지될지는 몰라도 어쨌건 어느 삶에서는 쉽게 누리지 못할 최대의 안정성을 가지고 있고, 스스로의 발전에 대해서는 적어도 내가 하는 일에 있어서는 자신감이 있으니 적어도 그런것에서는 걱정없이, 내가 하고싶은 것을 하면 되는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인생은 모른다. 내일 내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아무리 극대화된 안정감을 가졌다 한들, 정말 기쁘고 슬픈 일은 언제 찾아올지 모른다. 그래서 이렇게 되려 안정적인 상황이 있을 때일수록 대비를 해야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실 핑계댈 시간도 없고, 그저 묵묵히 아닌건 아니라고 생각하면 될 뿐이다.
요즘에는 업무가 끝나면 무엇을 할지가 가장 고민이다. 아마도 아이가 생기고 나서는 가사에 더 신경을 쓰겠지만, 지금은 꽤나 아점저 만들고 집안일(청소, 설걷이, 빨래 등)을 하는 것은 이미 삶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은지 오래이다. 그래서 크게 불평 안하고 보통 작업을 한다. 당연히 아이가 조금 더 크면 함께 노는데에 시간을 보내겠지만 그 전에 내게 주어진 시간이 꽤나 많다. 그리고 인생을 길게 보면 시간이 많다. 아니, 그냥 술을 끊으니 시간이 많다. 무엇을 할지 안할지는 내 마음에 달렸다. 그래서 그냥, 이 또한 크게 생각없이 살아보려 한다. 그간 읽고싶었던 것들이나 읽어보련다. 목표는 그냥 살을 빼는것으로도 족하다.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해보면서, 거기서도 또 뭔가 흥미로운 것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그냥 한다. 아무 생각없이 한다. 그런 인생의 모토를 가지고, 가족을 위해 행복을 위해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