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그리고 생각.

오랜만의 글이다. 최근에는 감기도 걸리고, 새로운 회사에서 제품 개발을 하느라 정신도 없고, 사실 자기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도 한몫하는 것 같다. 여러모로 기존과는 사뭇 다른 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계속해서 과거를 돌아보게 되고 반성하게 된다. 여러가지의 과거가 지속적으로 지나가고, 거기서 나는 무엇이 잘되고 잘못됬는지를 떠나서 앞으로 내가 무엇을 고치고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본다.

내 개발 습관은 벼락치기. 사실 벼락치기는 비단 개발의 문제만이 아니다. 최근의 나만 봐도 개발 데드라인이 정해지면 6-7시에 취침하고 12-1시에 일어나 밤새 개발을 하고, 생활 패턴이 망가진다. 최근 뿐만 아니라 작년과 제작년에 유라임을 마무리할 때, 학교를 다닐 때 조모임이 끝나갈 때, 공모전에 나갔을 때, 시험보기 몇일 전, 다이어트를 앞둔 몇 주 전 등 삶의 많은 부분이 벼락치기였다.

벼락치기가 어쩌다 내 습관처럼 자리잡았을까, 이유라고 치부할 것은 크게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이 “밤샘” 이란 자체가 주는 일종의 희열(?)이 있다. 개발이라는 자체가 사실 잘 따지고 보면 버그를 잡는 연속이다. (최소한 내게는 그렇다.) 끝없이 나오는 버그를 잡다보면 5분만, 10분만 하다보면 금새 시간이 훌쩍 넘어선다. 게임도 그렇다. 한판만, 두판만 하다보면 몇시간이 지났는지 모르는 게 게임이니깐.

내겐 어쩌면 삶의 대부분이 게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개발을 좋아하는 이유는, 개발에 있는 게임적인 요소 때문이다. 개발 뿐만 아니라, 공부도 그렇게 몇시간 전에 벼락치기를 하고, 그 순간적인 집중력을 즐긴다. 그런데 사실 이 집중력은 평소보다는 몇십배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정량을 넘어선 것에서는 그 한계를 여실이 들어나는 것 같다.

개발과 공부라는 자체가 그렇다. 특히 회사에서 프로젝트 수행항는 자체는 절대 단시간내로 끝나지 않는다. 어느정도의 로드맵이 있고, 내가 하루에 할 수 있는 역량이 있고, 거기에 맞게 하루에 최대한 집중해서 일을 하고, 부족한 부분은 좀더 작업을 해서 맞춰나가는게 프로다운 개발인 것이다. 그런데 회사를 떠나온 7년 간, 누구하나 나를 잡아주거나 압박해주는 사람 없이, 스스로 나를 관리하다 보니 체계적인 스케줄 관리가 되지 않고 가끔은 주말인지 주중인지 혼동될 정도로, 일종의 공/사의 구분이 모호해 진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작년에 풀타임으로 취준을 했던 자체, 그리고 미국와서 스타트업을 한답시고 매일을 벼락치기로 살았던 자체가 후회스럽다. 2년을 시차에 시달리고, 사이드로 해야 할 취준을 풀타임으로 해버리고 말이다. 뭐 물론 이직이 워낙에 간절했기 때문에 작년 한 해를 취준으로 보낼 수 밖에 없긴 했지만 그래도 회사에도 미안했고 나도 최소한 업무시간에는 일을 하고, 그러면서 동시에 이직에 대한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 사실이었다. 아무리 혼자 일한다 하더라도 그렇게 업무시간을 거의 대부분 취준을 위한 코딩공부에만 써버린 것은 정말로 프로답지 않았다.

게다가 한번 전화인터뷰 등을 보는 날이면 워낙 지쳐가지고 다른 업무를 하기 힘들었고, 그날은 휴식을 취하게 된다. 그런데 이것도 한두번이지, 작년에 거의 백번은 넘게 인터뷰를 봤는데, 그때마다 그만큼의 긴장감을 가지고 (물론 후반부에는 적응되서 괜찮았다.) 있다보니 일은 일대로 작업이 안되고, 가끔가다가 스타트업 작업 데드라인이 다가오면 부랴부랴 밤을 지새우고, 그러다 보면 또 취준을 위한 공부가 소홀해지고, 이런 악순환이 계속된 것이다.

사실 이런 상황은 회사+공부를 병행했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2012년 이후 프리로 뛰던 시절에도 일과 공부의 병행이 힘들었다. 그래도 해야하는 상황이었지만, 그때도 연신 벼락치기로 생활 패턴이 엉망이 되곤 했다. 어느날은 밤새 공부하고, 또 어느날은 아에 아무것도 하기 싫고 말이다.

이런 생활이 7년째 지속되던, 특히 지난주까지 나는 데드라인이 2-3일 정도 앞으로 다가오면 남들 다 업무하는 9-6시에는 되려 잠을 청하거나 휴식을 취하고 그 이후의 시간에 개발을 밤새도록 하게 되었다. 사실 그것도 참 대단하기도 하다. 책상에 앉아서 거의 5시간 이상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꼭 이걸 밤새서 해야할까 싶기도 했다. 밤을 새면 일단 일기나 운동, 명상같은 새벽 일정을 하지 못하고 결국 아침에 뻗어서 잠을 자게 되고, 그날 하루는 낮시간에 멍하게 보내거나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된다.

물론 개발자 입장에서는 이게 좋을수도 있다. 하지만, 이건 영락없이 내가 고쳐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이제 30대도 꺾이고 대외적으로 사람도 많이 만나고, 그런 와중에 비단 개발 뿐만 아니라 연구개발할 것도 많고, 뭔가 하나에 올인하기에는 삶의 불확실성 때문에 리스크를 축소하기 위해서는 다방면으로 일을 주도해야 한다. 결국 밤을 새서 뭔가에 올인하다가는 다이어트도 안되고, 운동도 안되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게 실패했을 경우에는 정말 큰 위험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난 스스로 다시금 규칙적인 생활에 들어가도록 노력하고 있다. 4-6시에는 자기개발의 시간, 식사 이후에는 잠들기 전인 8-9시까지는 모든 시간을 오로지 내가 행하는 현재로써 중요한 일정에 투자하려고 한다. 데드라인이 다가오는 것에 따라서 하루의 일정을 조율하고, 모든 에너지를 7-8시에 투자하려 한다. 물론 여기서 내가 줄여가야 할 것은 다방면의 time consuming거리들, 즉 출퇴근 길 막히거나, 차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기름넣고, 장보고, 밥차리고, 청소하고, 이런 사실 하긴 해야할 일들은 보다 더 효율적으로 하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계획과 실천이 중요하다. 어떤 날에 무엇을 해야 할 지를 정확히 정해놔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런 생각을 안했던 것은 아니다. 정확히 말해, 수도 없이 하긴 했다. 하지만 요즘 더 느끼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규칙적인 생활”과 “체력” 이다. 요즘 감기를 앓고 있어서 그런지, 체력에 대해 더 깊게 생각이 들고, 더 이상 벼락치기는 하기 싫지만 아직까지는 스스로 잘 적응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은 변화하는게 사실이고, 하루아침에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절대로 스스로를 과대평가 하지 않고, 체력과 시간관리를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하려고, 다시금 마음을 잡아본다.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