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no drinking)와 자투리 잠(spare time to sleep)

 금주를 결심하고 수행한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일주일 사이에 나는 나의 변화를 조금씩 감지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늘어난 시간에 예전에는 하루의 계획을 채 30%도 지키지 못했는데 요즘에는 그렇지 않다. 거의 70~80% 이상의 하루 계획을 지킬 수 있으니깐. 그것은 정말 놀라운 변화이다. 그리고 꾸준하지 못했던 것들, 운동이나 독서, 공부 같은 것들을 꾸준하게 지킬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왜 금주를 결심하게 되었는가, 사실 술을 먹는 행위 자체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오히려 나의 사회성을 발전시키고 나를 어필하는데 더없이 좋은 수단이 바로 술자리이다. 그렇다면 왜? 문제는 자제를 못하는 내 습관에 있다. 20살에 들어서부터 나는 술을 잘 먹는 자체가 나 자신의 ‘사회성’의 증거라고 생각했고 사회성이 첨가된 나의 한 잔에는 그 어떠한 달콤한 술보다 더 없이 큰 나의 자존심이 녹아들어 있었다.

 헌데 당연하게도 이러한 생각은 잘못된 것이었다. 사람이 술을 먹다보면 어떻게 되는가? 기분좋게 취하다가 결국에는 자신이 억누르고 있던 감정이 폭발하게 되는 것이다.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말하게 되면 그때부터 술자리는 진지해진다. 자신은 말을 해서 스트레스가 풀렸다 생각하지만 일단 술을 먹어서 스트레스가 풀렸다는 잘못된 인식을 하게 되고 발설하는 자체가 자신에게 더욱 더 스트레스를 가중하게 되어 결국 더 큰 스트레스만 얻게 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바로 미래다. 당장 술을 과하게 먹다 보면 다음날 숙취에 고생을 하게 되서 늦잠을 자게되고 그날 하루는 거의 비몽사몽으로 보낸다. 속이 안좋아서 오바이트를 하다 보면 잘못하면 역류성 위염이나 식도염이 오게되고(나도 작년에 경험했다.) 또한 얼큰한 것이 땡긴다 하여 고칼로리의 음식, 예를 들어 해장라면이나 해장국 등을 과다섭취하게 된다. 그러고도 모잘라서 업무나 공부에 집중하기 위해 단것이 땡겨서 음료수를 무한 섭취한다.

 여기까지가 나의 일반적인 경험이라면 최근에 느끼게 된 것은 나의 이런 잘못된 판단이 나에게 술에 있어서 일종의 습관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혼자 있으면 술이 땡기고 막걸리와 볶음 김치를 먹으면 살이 안찌고 취할 수 있어서 좋고 달달하다. 치킨을 먹을 때에는 무조건 맥주가 있어야하고, 중국요리를 먹을 때에도 맥주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음식에 있어서 술이 항상 함께하는 법은 누가 만들었는가? 뭐 사실 ‘치맥’같은 단어들은 너무나도 일반화 된 것 같지만 정작 이런 법을 만든 것은 바로 자기자신이다. 때론 분위기에 취해, 때론 기분에 취해서 그저 좋다고만 여긴 그런 나 자신의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다.

 정말 이것을 느끼기 전까지 내가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해왔는지 모르겠다. 20대 초중반을 돌이켜 보면 정말 한시도 술을 내려놓은 적이 없으며, 그 다음날에는 무조건 고생을 해왔다. 내 기억에는 약 20번 이상을 술을 먹고 다음날 속이 안좋아서 내과를 찾았던 경험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이제는 조금씩 변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술을 안먹는 사람은 사회성이 없을까? 뭐 그렇다고 나도 정말 술을 한 모금도 안먹는 그런 재미없는(?) 사람이 되고싶지는 않다. 그래서 나는 50일의 기간을 정하고 딱 50일만 금주하고 내 몸과 생활의 변화 및 지식의 변화를 살펴보고 그때 가서 또 한번 술에 대해 생각을 하려고 한다. 

 여하튼 잠깐일 수도 있겠지만 술을 끊고 나서 특히 밤시간과 새벽 시간이 정말 활용도가 높아졌다. 전보다 더 맨정신으로 공부에 매진할 수 있게 되었다. 월요일부터 지금까지 하루에 3시간 정도를 잤는데도 아직도 멀쩡한 것을 보니 확실히 술은 내 인생에 있어서 치명적인 존재인 것 같긴 하다.

 그런데 요새는 자투리 잠이 많아졌다. 어제는 정말 오랜만에 하교 후 출근길에서 버스 안에서 약 40분을 내리 잔 것 같다. 회사에서도 50분 일하고 10분씩 계속 찔끔찔끔 잔다. 학교 도서관에서도 공부하다 5분, 10분 이런식으로 잠을 청한다.

 그래서일까, 실제로는 내가 잠을 자는 시간은 하루에 약 5시간 정도인 것 같다. 물론, 솔직히 3시간 이거 좀 오버이긴 하다. 이번주가 좀 바쁜 주간이라 그렇지, 평소대로라면 5시간은 자고 1시간 정도를 자투리 시간으로 때워야지 맞는 것 같다.

 어쨌든 금주도 잘 진행될 것 같고, 이에 따라 나의 변화된 삶을 살펴보는 것. 이것이 삶의 즐거움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실제로도, 몇일 안됬지만, 즐겁다는게 요주의 느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