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아갈 길.

요즘엔 훈련소를 약 3주 앞두고 나서 이것저것 생각이 많아지고 있다. 물론, 회사에서는 이것을 잊으라는 듯이 내게 많은 일을 주긴 했지만 그건 둘째치고 사실 요즘 별 생각이 없다. 아이폰 개발 공부나 하고 싶긴 한데 그 짦은 기간동안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지 아직 잘 엄두도 나지 않는다. 삶도 정형화 되지 않고 놀기도 싫고.. 아, 이렇게까지 루즈한 기분은 참으로 오랜만인데 말이다.

익숙함과 변화란 것은 가끔 무섭다. 나의 변화나 타인의 변화는 익숙함을 깨버리는 것이라 생각하고, 이러한 느낌은 나의 안정감을 짓밟아버린다. 그래서 나는 점점 혼란스러워지고, 방황을 하게 되는 것이다.
어쩔 수 없기도 하겠지만 어쩌면 나는 사회생활에서의 익숙함을 버리고 싶지 않아서 회사를 버리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아니, 아마도 맞을 것이다. 9시 출근 6시 퇴근 그리고 프로그래밍. 이런 익숙한 것들을 하기 위해 나는 벌써 4년째 회사를 버리지 못하고 있지 않는가.
하지만 요즘은 많이 회의감을 느낀다. 하루 빨리 인수인계가 들어가야 하는데 아직 사람도 못구하고 있다. 게다가 나의 잡일은 점점 늘어만 간다. 이를 나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글쎄, 난 잘 모르겠다. 거기다 요즘은 내가 배울 수 있는 것의 한계에 닥쳤다고 생각된다. 비즈니스 로직은 둘째치고 정작 SM을 빼곤 SI성 업무에 투입되질 않는다. 그러니 회사에서는 아주 적은 돈을 주고 나에게 별 잡일을 다 시키는 것이다.
내가 회의감을 느끼는 부분은 첫째는, 나의 실력과 하는 일에 대비하여 회사에서 그만큼의 대우를 해주는가? 둘째는 내가 이 회사에서 배울 수 있느냐는 것이다. 사실, 내 나이때에는 기술적인 숙련도도 중요하지만 영어도 중요하다. 영어가 받쳐주려면 내겐 시간이 필요하고, 어느 정도 정형화된 time-table이 필요한 것이다. 회사를 처음 왔을 때엔 강남이란 것을 처음 접해서 좋았는데 그게 다이다. 이 이상도, 이하도 없다.
따라서 나는 점점 더 이직을 생각하게 된다. 물론, 함부로 내가 여기서 언급할 내용은 아니지만 다른 것보다 나는 공부를 좀더 많이 할 수 있는 환경을 원한다. 일한 만큼의 대우정도만 해줘도 고마울 것 같고, 내가 집중하고 싶은 웹과 모바일의 실무를 쌓을 수 있는 환경이면 좋겠다. 무엇보다 지금 회사가 작은 회사이므로 중견 정도 규모의 회사를 다니고 싶다.
그래서 훈련소를 다녀온 후 나는 많이 변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후 나는 입사 1년차가 되고 또한 전직이 가능한 요구조건을 충족시킨다. 따라서 공부도 많이 해야 할 뿐더러 준비할 것도 많다. 아 물론 내가 전직을 한다 해서 아주 좋은 환경이 갖춰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난 사실 지금 회사에 근 1년간 너무 많은 것들을 쏟아부어주었고, 사실 득이 된 것은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더더욱이나 그렇다.
다만 퇴사라는 것은 항상 그렇듯이 사람들과의 관계가 얽힌다. 하지만 그나마 이번에 인수인계를 할 사람을 뽑고 그 사람을 잘 교육할 수 있다면 나의 부담은 좀 덜하겠지.. 사실 너무 프로적으로 접근한 나의 마인드도 문제이다. 나도 어차피 아직 나이 어린 20대일 뿐인데, 회사가 나의 것이라는 생각으로 접근하다 보니 욕심도 많아져서 그만큼 현재의 삶에 불만이 많은 것이 아니겠는가.
내 삶인데 내 맘대로 할 수 없다면 왜 살아가겠는가. 나는 자유를 꿈꾸고, 합당한 책임을 원한다. 국가가 나를 원해서 나는 병특을 하게 되었다. 따라서, 나는 국가의 방침대로 살 수 밖에 없다. 이 부분을 전략적으로 강조하고 회사와 결별할 것 같다.
지금까지는 잘 참고 엄숙하게 글을 썼는데 솔직한 성격으로는 욕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긍정적인 방향이 떠오르질 않는다. 미래도 불확실 하고 말이지.. 내가 받은 대우가 합당한가? 아무리 생각해도 불합당하다고 밖에 판가름 내지 못하겠다.. 그저 팀장이 착하다는 말 밖에는.. 체계도 하나 잡혀있지 않는 상황에서, 특히나 윗 사람들이 그런 체계를 자기들이 바꾸지도 못하고 그저 익숙해져 나가자~ 라고 하는 상황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난 나의 실력이 이런 곳에 있기에는 너무 아깝다고 생각한다. 기껏해야 잡일들, 발전적인 것이 없다면 내가 이 곳에 있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나는 젊고, 그 젊음을 쪼여오는 압박속에서, 그리고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곳에 조용히 놓아두기는 싫다.
내가 추구하는 삶. 그 멋진 삶을 위해서, 그리고 이 삶을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다면 누구를 위해 나는 살아가게 되겠는가? 나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겠다. 그러기 위해 떠나는 것도 당당히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러한 기반이 되려면 나 자신의 실력이 충분히 받쳐져야 한다는 것도 느낀다.
잠시동안의 아픔은 나를 다시 일으켰다. 나는 다시금 나의 존재를 이 사회에 알릴 것이다. 신의 가호가 함께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