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된 방학.

 길고 고달펐던 4학년 1학기가 끝나고 다시 방학이 시작되었다. 참 뭐랄까, 개인적으로 힘들었기도 했고 고교때도 제대로 듣지 않았던 물리, 생물 과목을 듣다 보니 사뭇 재밌기도 하면서 동시에 설계 프로젝트 등이 나를 은근 괴롭히기도 했다.

 이번학기에 스스로 느낀 것은 나이에 맞게 살자는 것이다. 일학년 수업을 함께 듣다 보니 자연스래 내가 스무살인지 스물여덟 살인지 헷갈림 속에 있었다. 그러다 보니 마치 정말로 일학년으로 돌아간 것 마냥 술도 많이 먹고 제대로 나 자신에게 투자를 하지 못하였다. 성적이야 나쁘지 않겠지만 학기중 두번 봤던 GRE성적이 모두 목표점수에 미달했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아무리 스스로 어린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는게 생각을 젊게 하는 좋은 방식이라고 스스로 위안해도 결국 곧 서른을 바라보고 가정을 꾸리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절제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일텐데 애써 나는 외면하려고 들었다.


 학기중에 느꼈지만 팀플(특히 설계)은 정말 왠만해선 한개 이상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이번에도 졸업작품과 Creative Design, Database System 이 세 과목에서 프로그래밍 설계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때문에 정말이지 일주일에 2~3일은 이를 위해 사용했었다. 일주일의 절반이 넘는 시간을 이렇게 할애하다 보니 당연히 스스로도 다른 부분에 많이 투자할 수 없었다. 운동이라던지, 규칙적인 생활이라던지 말이다.


 가장 아쉬운건 아무래도 GRE를 극복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5월에도 나름대로 학원을 다니며 매진하고자 했지만 절대적인 공부량에 있어서 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방학이 시작되고나서 부랴부랴 다시금 매진하려고 들었지만 계절학기와 밀린 회사일을 처리하다 보니 또다시 스케줄이 어긋난다. 그래서 다시 계절학기도 취소해버렸다.


 유학의 길은 왜이리 멀고도 험한 것일까. 아니 것보다 먼저 정말 강력한 마인드가 잡히지 않는 이상 유학준비는 단순히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번 학기에 절실히 느꼈다. 학교는 물론 학업을 위해 존재하지만, 다음 학기에도 졸업작품, Programming Language, Probability & Statistics, Design Pattern, Computer Architecture, Circuit Design 이러한 과목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듣지 않으면 졸업이 안되는 것도 그렇지만 이런 과목을 들으면서 과연 영어공부까지 할 수 있을까 사뭇 걱정이 된다.


 방학, 가장 중요한 것은 GRE와 TOEFL을 끝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방학이라 놀고싶은(이미 조금 놀긴 했지만..) 마음도 큰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게 놀아버리면 다음학기가 너무나도 걱정되기 시작한다. 이젠 정말, 불금도, 토요일도, 일요일도 모두 다 스르르 사라져만 간다. 내가 이루고자 한 것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말이다. 한달만에 되련지는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서 왠만하면 7월중에 끝내도록 해야겠다.


 그리고 개인 포트폴리오들. 물론 그간 만들어왔던 것을 정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올해가 가기 전에 내가 꼭 만들고 싶은 것이 한두개 있다. 그리고 이건 정말 지금 아니면 만들 수도 없다. 회사일이 현재는 일순위긴 하지만 8월에는 꼭 만들어 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의미있는 국내 여행을 가고 싶다. 개인적으로 작년부터 막걸리 투어를 기획중인데, 고분고분 말 잘듣는 신입생들을 데리고 가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것은 위의 두가지 상황을 끝냈다는 가정 하에 떠나는 것이다. 전국을 돌며 고장의 유명한 막걸리를 하나 둘 먹어보고 싶다. 그리고 나만의 막걸리 기록을 남기고 싶다.


 이러저러한, 하고싶은 것이 많아지는 방학이다. 그런데 사실 살짝 갈팡질팡 하기도 한다. 아직도 스스로 정신적인 성숙이 덜 되서 그럴까, 이런 마음은 스무살이나 지금이나 왜 변함이 없을까. 한편으론 언젠간 극복해야 할 스스로에 대한 이해 그리고 참을성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어쨌든, 방학이다. 앞으로는 글도 자주 쓰면서 기록을 더 많이 남기도록 노력도 하겠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로깅의 활동, 이제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