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을 가지고 실리콘벨리에 (개발, 취직하러) 오는것은 불가능.

지난 글을 쓰고 그렇게나 마음 졸이다가 바로 다음날에 결과가 나왔다. 예상한대로 별 탈 없이 OPT가 잘 나왔다. 난 것도 모르고 그저 왜 안나오나 생각하면서 마음졸인 어쩌면 정말 무식(?)하다 해야할까.. 결국 나올 것인데, 어쩌면 그간 날려버린 시간도 그렇고, 정리되지 않은 집안을 보면서 정말로 ‘안정’ 이란것이 얼마나 무섭고 중요한지 다시한번 생각하게 된다.

난 아직도 중도를 유지하는 방법을 잘 모르나보다. 확실히 살다보면 좋은일도 있고 안좋은일도 있고 그런다. 개인적으로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가 가장 힘들었다. 30대 초반에 내 젊은 열정과 더불어 어디까지가 내가 추구할 수 있는 최대한의 현실인지, 이에대한 구분을 전혀 하지 못했다고 할까. 글쎄, ‘스타트업’을 한다는 명목은 있었지만 미국 생활이 그리 만만하지는 않았다. 만약에 정말로, 한국에서 적당히 먹고살 만 한데, 혹은 막연한 실리콘벨리의 동경 때문에 미국에 오면 아마 대부분 나와 비슷한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글쎄, 나도 남을 막 탓하거나 남과 나를 비교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난 그저 혹여나 나와 비슷한 상황이 있는 사람들이 미국에 스타트업 혹은 취직하러 왔을 때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와선 돈만 날리고 눈뜨고 코베인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서 그렇다. 뭐 미국취업 관련 사이트들을 보면 좀 막연한 사람들이 꽤 있는 것 같다. 나도 솔직히 좀 막연했다. 전세계 어디서든 통할만한 ‘아이템’을 생각했다고 자신했고, 투자도 받았고, 이왕 스타트업 하는거 실리콘벨리에서 하자고 진짜 단순한 생각만 가지고 왔는데 내가 준비한 것? 그저 만만한 주립대학원 어드미션 하나뿐이었다. 돈은 돈대로, 시간은 시간대로 날리고 적당히 졸업했으면 2년내로 OPT라도 나와서 FAANG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디 취업햇을 텐데 나의 오만함 때문에 굳이 사람 1억주고 뽑을바에야 그냥 내가 개발 프로덕 UX 다해봤는데 결국 실패했다. 프로덕 방법론도 몰랐고, 점점 사람들이 No라고 할수록 난 집에 같혀서 나오지 않았고, 그렇게 폐인이 되어갔다.

5년이란 시간. 진짜 왜 사람들이 ‘사업’을 한다면 그렇게 자기주장과 아집 고집이 쎄지는지 알았다. 지금의 와이프가 아니었다면 5년이 뭔가, 10년은 족히 폐인처럼 살았을지도 모른다. 나이 40넘어서 한국에서 신입개발자로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전부 포기하고 폐인처럼 살았겠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그렇게 카네기 졸업하고 G사에 합격하고 죄다 해도 OPT하나 안나와서 어쩔줄 몰라하는 나 자신을 보면서 아, 아직도 난 멀었다는 생각을 했다. 미국에서 외노자로 살면서 얼마나 이런 상황이 지금까지도 많았고 앞으로도 많을텐데 새가슴을 가지고 살아가기는 정말로 힘든 것 같다. 그래서 정말로, 안정적인 무언가가 중요하다. 솔직히 지금은 인생 즐길일만 남아서(?) 그냥 뭐할지를 생각한다. 20대 말에 학교 다니던 시절에 가끔 주말에 정말 평화로운 주말이 있곤 했다. 지금 느낌이 딱 그렇다. 모든게 그저 즐겁기만 하고, 아무런 스트레스가 없다.

아버지는 내게 항상 다른 삶을 추구하라 하셨다. 어려서 난 몇 안되는 컴퓨터로 대학가는 것을 준비하는 놈이었고, 그게 잘 안되서 수학공부를 해서 어떻게 대학에 왔지만 거기서도 만족 안하고 1학년 마치고 휴학해서 사업을 시작했다. 거기서도 처음에는 모든게 순조롭게 돌아가는 듯 했지만 결국 난 상처만 가지게 되었다. 병특 3년간 초반 1.5년을 호되게 당하면서 배웠고, 나머지는 그나마 편하게 보냈다. 어쨌든 막연한 미국행에 대한 동경 때문에, 처음에는 박사를 가자고 했다가 스타트업으로 전향하고 결혼 후 어떻게든 오긴 했는데 이 이후에 스스로에 대한 관리가 전혀 되지 않아서 결국 5년이란 시간을 그렇게 보냈던 것이다.

서른 중반쯤 되니 불확실성을 극복하는 방법을 모르고서는 절대 인생을 제대로 살 수 없다는 것을 확실히 느꼈다. 정말 불확실성이란것은 무서운 것이구나 싶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불교에서 말하는 ‘중도’를 추구하는 것이고, 그럼 결국 끝없는 자기수련이 정답인데 이는 어떻게 해야한다는 것인가. 뭐 답이 있던 없던, 확실한 것은 내가 정말 그 불확실성을 앉고 갈 자신이 있는가, 그리고 그 불확실성은 어찌보면 인생에 있어서 도박이라는 것. 이를 위해 스스로가 충분히 준비되었는가, 충분히 사전조사를 마쳤는가, 그런 것들을 알아봐야 하는 것 같다. 어쨌건 난 앞으로 나의 이런 경험에 대해서 글을 좀 쓸까 한다. 그러면서 삶을 다시한번 돌아본다. 나와같은 실수를 다른사람들이 하지 않도록 바라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