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고 정주영 회장 – 이땅에 태어나서를 읽고

즐거운 토요일 오후를 만끽하고 있다. 12월의 두번째 주말인 오늘, 여느 날과 다르게 나는 이번주 내내 손에서 떼어놓을 수 없던 이 책을 다 읽기 위해 책상에 앉아 4시간을 이 430 페이지 짜리 책을 읽고 있었다. 바로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자서전, “이 땅에 태어나서” 이다.

이 땅에 태어나서10점
정주영 지음/솔출판사

정주영 회장 하면 생각나는 것이 나의 어린 시절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 한참 컴퓨터에 관심이 많던 나를 부모님은 어떤 IT박람회에 데려가 주셨다. 그 곳에서 어떤 부스인지는 모르겠지만(아마 하이닉스 관련된 곳이 아닐까 싶다) 고 정주영 회장의 전신 사진이 있어서 그 곳에서 함께 사진을 찍엇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그때의 세미나에서 우연히 알게 된 각종 URL리스트가 담긴 작은 종이 한장이 나를 인터넷의 세계에 발담그게 만들었다. 이러한 기회와 경영인이신 아버지를 바라보며 반드시 성공적인 CEO가 되겠다는 꿈을 꾼 것으로 기억한다.

여하튼 당시의 정주영 회장과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 그리고 아버지가 지금의 나의 여러 사회에 대한 생각이나 미래에 대한 계획에 많은 영향을 미친 것 같다. 그 중에서도 정회장의 삶은 기껏해야 “현대그룹의 창시자” 정도로만 알았고, 가끔 아버지가 “정주영 회장은 나이가 들어서도 항상 회사에 누구보다 일찍 출근했고, 매일 자신의 일이 즐거워 미칠 정도였다더라.” 라는 말씀만 듣고 살았지, 실제로 이 분을 자세히 알 기회는 없었는데 얼마전부터 나 개인적으로 “위대한 CEO 알아가기” 라는 아이젝트 개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접하게 되었다.

이 책은 얼마전에 봐 왔던 에릭 슈미트와는 전혀 딴판의 책이다. 정 회장이 직접 지필하였으며, 그의 80년 삶을 정말 두루 둘러보는 계기가 되었다. 소학교를 졸업하고 몇번의 가출 끝에 쌀 배달부로 시작하여 쌀장사, 아도서비스라는 자동차 수리 업체에서부터 자동차 회사, 현대건설을 통해 그가 이룬 국내 성장의 발판, 현대조선을 통한 한국인의 저력을 해외에 알리는 업적, 88올림픽 유치를 통한 어느정도 성장한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 그 과정속에서 그가 국가를 위해 바친 수없이 많은 업적과 자금력. 그러면서도 권력과 돈 보다는 국가의 발전을 위해, 박정희 대통령과 다음 세대에는 가난을 물려주지 말자는 같은 뜻으로 오로지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그의 모습에서 나는 진정한 기업인, 그리고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것이란 어떤 것인지를 알았다.

또한 한편으로는 그의 “현대” 가 성장하기 까지 받은 무수한 불이익과 시련들, 자동차 서비스를 시작할 때와 88 올림픽을 유치할 때에 일본에 당한 수치, 세계 최고의 항만건설을 만들기 전에 유럽 여러 국가에 당한 무시, 그리고 5공화국부터 시작된 국가의 권력 속에서 당한 횡포와 그가 빼앗긴 그의 피땀이 얽힌 회사들, 국가의 압박과 세계의 협박 속에서도 그가 이룬 것은 정말 가히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왜 그의 삶이 단지 430 페이지에 함축되었는지 조차가 의구심이 들 정도다.

또한 그러면서도 그는 내가 찾아나가던 많은 인생의 답을 제시해 주었다. 몇 가지 그의 철학 속에서 내가 진정 배운 인생의 의미를 기록해 본다.

“진정한 부(富) 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나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성취한 사람은 부를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라고 하였다. 내가 고민하던 것은 과연 내가 좋아하는 것에 진정으로 미치고 즐거워 하다 보면 돈을 가질 수 있을까? 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돈이 중요한가, 내가 정말로 먹고 살 수 없을 정도의 형편이 아니라면 사실 먹고살 정도만 되어도 돈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단지 욕심이다. 사람의 욕심은 욕심을 부르지만, 그러한 욕심이 과연 진정한 부를 위한 욕심인가, 그곳에서 고민했을 때 만약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부(富)라고 생각이 된다면, 즉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했을 때 나의 만족이 충족된다면, 그것은 쫓아도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가 근검절약 하라 했을때, 그의 근검절약의 의미는 사실 돈을 아끼라는 것이 아니라 “정직하고, 성실하고, 착하게 살아라” 는 것이다. 아무리 돈이 없어도 이러한 신뢰와 신용만으로 얼마든지 자신의 생애를 확대,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착하게 살자는 삶의 의미는 가지고 있고 부지런하자는 생각은 가지고 있지만 종종 욱하거나 게을러지는 경향이 있다. 온갖 핑계와 순간의 실수가 이러한 결과를 부른다. 그리고 나는 끝 없이 후회하곤 한다. 정직과 성실, 착하게 사는 것도 결국 노력이다. 참는 것, 인내하는 것. 하지만 그러한 인내를 위해서 사람에겐 이상이 존재한다. 그는 “앞으로의 10년 후는 지난 10년을 어떻게 살았는가의 결과이다.” 라고 말했다. 나의 이상을 위해, 완벽하게 욱하지 않고 완벽하게 게을러지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죽어라 노력을 해서 값진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것. 그것이 나의 이상을 위하여 다가갈 것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마지막으로 “긍정적인 사고가 행복을 부른다” 는 그의 말. “모든 일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만이 해낼 수가 있다.” 라고 하였다. 그리고 나의 가슴을 울린 그의 말.

하루하루 발전하지 않은 삶은 의미가 없다. 우리는 발전하기 위해서 사는 것이다.
태어나는 자리나 환경, 조건이 똑같을 수는 없다.
그러나 한 가지 똑같은 것이 있다.
누구의 미래든 당신의 발전을 위해 준비되어 있다는 점이다.
발전을 위해 준비되어 있는 미래를 무의미한 것으로 만드는 건 순전히 자기 자신의 책임이다.
아무리 현재가 힘들고 고생스러워도 생각이 긍정적이면 행복을 느낄 일은 얼마든지 있다.

이 말은 내가 느끼는 감정을 내가 조절한다는 것과도 같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원한다. 그리고 행복을 만드는 것은 내가 행복하게 느끼면 되는 것이다. 행복하게 느끼기 위해서는 내가 받아들이는,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의 반응을 긍정적으로 만들면 된다. 나 또한 긍정의 힘을 계속해서 추구해 왔지만, 사실 삶을 살아가면서 여러 실패를 맛보고 기회를 잃다 보면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사고가 조금씩 싹트기 마련이다. 그러한 나를 향해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사고는 자신의 발전을 가로막는 거대한 닫힌 철문이며, 그 철문 안에 스스로를 가둔 사람에게 발전이란 있을 수 없다.
그런 사람은 자신은 물론 주위의 사람들까지 힘들게 만드는 낙오자, 실패자로 아까운 세월을 허비하다가 참 잘못 산 인생으로 한 생애를 마감할 수밖에 없다. 

삶에서는 수 많은 책과 사설에서 “긍정하라” 는 말을 많이 한다. 허나 긍정적인 삶을 살기란 쉽지 않다. 그래도 우리가 긍정적인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은 나의 한계를 끌어내기 위한 것이다. 더는 갈 수 없는 낭떠러지라고 생각하더라도 주위를 조금만 둘러 보고 긍정적으로 내 살 길을 찾다 보면 극복할 수 있는 길은 반드시 생긴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그의 많은 철학은 나를 깨우치게 만들었다. 특히 그가 한번 더 강조한 “책을 많이 읽어라” 라는 말에서 나는 과거 컴퓨터에 빠져서 학업을 소홀이 한 것에 대해 사실 학문적인 후회는 없다. 하지만 책을 많이 읽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후회가 크다. 기본적인 인문 소양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가장 기초되는 것인데 나는 지금 더 기술적인 것은 많이 알면서 기초 소양이 부족하여 힘들어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역시도 소학교 출신이다. 그리고 죽을 때 까지 그는 정말 위대한 업적을 이뤄냈다.
나 또한 그와 같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써, 나도 우리 역사, 아니 세계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사람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다.

그러한 생각을 일깨워준 그런, 책을 읽던 지난 한 주간 정말로 행복한 한 주였던 그런 기분이 든다.

감사합니다. 정 회장님. 저는 비록 회장님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당신이 생각하고 이룬 가난을 되물림 받지 않은 다음 세대로써 아무리 정치가 혼란스럽고 나라가 어지러워도 기업인으로써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제 꿈을 위해 충실히 나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