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집해제와 병특에 대한 단상

드디어, 내게도 복무만료라는 문자가 찾아오면서 길고도 짧았던 병특 기간이 끝나게 되었다. 그야말로 정말 시원한 기분이 든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단순히 군 미필자에서 군필자로 거듭나는 단계이겠지만, 정말 그 과정은 어떤 군 생활을 겪었던 간에 존중하고 인정해 줘야 한다. 어떤 군 생활이던 힘들지 않은 것은 없으니깐.

나 또한 3년간 회사를 다니며 군 생활을 보냈다. 20살 때에는 병특이 있는 것은 알았는데, 전문연구요원과 산업기능요웡의 차이점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다 병역특례를 가게 되었는데, 사실 나는 무엇보다 급변하는 IT세상에서 군 생활을 보내고 나면 시간이 너무나도 아까울 것이라는 생각을 해서 그런 결심을 한 것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복무만료를 한 오늘, 그리고 지금까지 내가 느꼈던 것은 생각보다 그리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꾸준히 노력하지 않는 한 내 실력은 절대 발전할 리 없다는 것 또한 느꼈다. 당연한건가? 하지만 나는 그저 조급함 속에서 삶을 보내다 보니 진지함이 없었고, 꾸준함 또한 없었다.

회사와 개발자

회사에서의 마지막 책상의 모습.

회사란 곳은 또한 어땠던가. 내가 생각한 “최신기술”을 사용하는 곳은 그리 많지 않았다. 정규직 개발자들은 유지보수에 개발까지 함께 하려다 보니 신규 개발은 빠르게 개발하려 했다. 그러다 보니 최신기술은 커녕 5~7년이 되는 구식 라이브러리에다 이어서 작업을 하더라. 예를 들면 JDK 1.3에서 개발된 클래스 파일 말이다. 

처음에는 이렇게 구식 기술을 써서 개발하는 자체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구식 기술이더라도 어차피 웹에서의 그 “모델”이란 자체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모델 1,2 나 MVC가 도래하고 또 다른 모델이 계속해서 나올 것이긴 하지만 이러한 것은 웹을 더 효율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었다.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만들 수는 있는 것이다.

결국 난 기술보다는 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프레임워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코어를 개발하기로 결심했다. 3년간 어느 정도 수확은 낼 수 있었지만 아직도 완벽하지는 않다. 하지만 그런 것이 진정한 실력이 아닐까. 준비된 실력, 언제 어디서든 어떤 작품을 만들기 위한 준비가 되어 있는 그러한 실력 말이다.

웹 관련 하청/재하청 소기업과 웹 SI나 SM, 솔루션 쪽의 중견 업체. 극과 극인 이 두 군데의 회사를 다녀본 결과, 회사라는 곳은 딱히 내가 맘에 드는 장소는 아니었다. 그곳은 자칫 사람을 나태하게 만들 수도 있는 곳이었다. 회사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결국 든든한 후원자이다. 사람들이 그저 회사만 믿고 나태하게 있는 공간이 아니다. 페이를 받았으면, 이에 합당하나 댓가를 치뤄야한다. 여기서 댓가란 것은 희생이 아니라 업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그 사회 구성원으로써 사람들은 좋아했다. 다들 순수하고, 착한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회사는 비전을 제시해주고 아무리 회사가 크더라도 오너부터가 신경쓸 수 있는 기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과연 그런 CEO가 될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서 내가 해야 할 노력을 생각하면 정말 내가 놀고 있을 시간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대학생으로써..

대학생이 되어 새롭게 바꾼 나의 책상


이제 대학생이다. 어제 첫 수업을 들었는데 태어나서 이렇게까지 긴장한 적도 오랜만인 것 같다. 하지만 어차피 학교는 학교, 학교란 곳은 공부를 하는 곳이다. 회사를 다니며 느낀 것은 하루의 절반 가까운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는 이상 어떠한 성취를(=공부) 이루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아무리 자투리 시간을 내서 공부를 하려 해도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업무때문에, 무엇보다 회사에서 공부를 하게 되면 내 업무에 집중을 할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대학생활은 선택과 집중이다. 공부할 때에는 공부, 놀때는 놀고, 또한 개발할 때에는 개발. 이를 위해서는 정말 철저할 만큼 투철한 자기 관리가 필요한 것이다.

잡념

무엇보다 대학생이 되니 이제 회사에서 블로그라던가 내 개인 사생활을 보며 누군가가 뒷담화나 혹은 내 생활에 지장이 있을 것이라는.. (아마 직장인이라면 공감할 듯) 그런 압박감이 사라졌다. 하지만 전과는 다르게 포스팅이나 짧은 생각을 웹 상에 공개할 때에는 누가 이 글을 볼 것인가, 한번 더 고민하고 작성하곤 하는 것 같다. 좋은 것일까? 눈치껏 산다는 말인데.. 참으로 나이를 먹어가면서 남의 눈을 신경쓴다는 것, 그것은 어찌 보면 사람의 객관적인 기준에 맞춰지기 위한 노력처럼 들리기도 하고..

그리고 아이젝트 랩의 진정한 모습을 찾아야겠다. 항상 개념뿐인 내 생각.. 현실화를 하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열심히 해서 멋진 모습을 만들어 나가길 기대해본다. 무엇보다 글을 쓰는 횟수를 좀 더 줄이고,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노력 후에 결과를 기록해야지, 노력도 없이 결과를 예측해 기록하는 것은 좀 바보같은 행동이라 생각한다.

오늘은 병특이 끝나는 날, 민간인이 되는 날.. 기쁜 날이다. 그렇기에 오늘의 기분을 기록해둔다. 병특을 무사히 끝마친 것도 하나의 업적이지만, 앞으로 이보다 더 큰 업적을 이룰 수 있도록, 오늘도 나는 행복한 나의 미래를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