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벨리 대규모 layoffs, 변화가 큰 공간.

어제는 어쩌다 집근처에 방문한 H형을 만나고 왔다. 근 1년정도 연락 못드려서 개인적으로 죄송했지만, 손수 방문주셔서 집근처에서 코로나고 해서 맥주 하나 사들고 가서 이야기를 나눴다. 물론 대부분 와이프가 얘기한게 다이지만, A사를 다니는 형은 얼마전 회사에서 대규모 layoffs가 시작되었는데 운좋게 그 전에 B사로 이직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일년전에 오퍼는 받아두어서 크게 면접을 진행하지 않고 말이다.

요즘 이 동내가 심상치 않다. 돈이 많이 드는 엔지니어들이 일순위로 많이들 cut-out된다. 사실 미국에 처음 왔을때만 해도 자신만만 했었다. 스타트업은 금방 투자를 받을 것이고, 금방 개발할 것이고, 만약 그게 안되더라도 취업이야 어디던 못되겠어 라고 말이다. 그런데 결과는 뭐 수차례나 여기서 얘기를 했지만 전혀 맞지 않았다. 난 학벌도 별로 따지지 않을 것 같았고, 그저 실력만 있으면 다 잘되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우선 가장 중요한게 비자였고, 그다음이 자연스러운 영어실력, 그리고 학교 네임벨류, 실력 등이었다.

네임벨류? 그게 뭐가 중요해 라고 생각했었는데 미국이나 한국이나 비슷한 것은 학교를 중심으로 그룹이 형성되고, 거기서 먼저 좋은 정보가 돌더라. 곧 있음 여름학기가 시작되기 때문에 링크드인에 학교정보를 업데이트 하니 리크루터들이 꿈틀대기 시작하고 학교의 이리저리 그룹에서 가입하라고 연락이 오더라. 허허. 역시 내가 모르는 세상이 있었나 보다 싶었다.

사실 가장 중요한건 영어였다. 미국에 올때 내가 가장 크게 간과했던 부분이다. 역시나 한국에서 암만 공부를 해봤자, 직접 부딪치지 않고서는 힘들었다. 한두번 주문이나 사람과의 대화에서 내 말을 못알아들어서 적잖게 당황하는 케이스를 만들자 한 1~2년은 밖에 나가서 사람 마주치기가 두려웠다. 그래도 무턱대고 스타트업 피칭도 하고 했는데 뭔가 알 수 없는 뉘앙스 같은게 있었다. 그것을 간과했고, 익숙해지는데 적어도 3년은 걸렸다. 수차례의 인터뷰, 그리고 작년에 대학원을 위한 영어공부의 노력이 가미해지니 영어를 어떻게 늘려야 하는지 알았고 어느정도 내 레벨도 올라갔다. 일차적으로 그게 먹힌 것이 대학원들이었고, 지금은 사람들을 만나더라도 전혀 당황하지 않는다. 적어도 두려움따위는 없어졌고, 조금은 본능적으로 내 의견을 말하게 되는 것 같다.

요즘엔 트럼프도 난리다. 엊그제는 OPT를 없애겠다고, 지난주인가에는 h1b를 건드린다고 한다. 난 이미 비자에는 하도 많이 데여서 왠만해서는 스트레스가 없다. opt안된다 해도 방법은 있지만, 준비하는 데에 내가 더 피곤하다. 지금 내 베스트는 학교 졸업하고 opt받아서 취업하고 h1b받고 그린카드 받는건데 이것도 물흐르듯 흘러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난 욕심을 많이 내려놨다. 처음엔 미국에 꽤 오래 살려고 했는데 지금은 길어야 7년정도 보고 있다. 7년도 많은 시간이긴 한데, 적어도 한국에 돌아갈 준비를 5년내에는 할 생각이다. 그리고 지금의 마인드는, 안되면 한국에도 좋은 기회는 많다는 생각이다. faang에서 좀 기회를 노리고 싶지만, 이게 안되더라도 일단 엔지니어로써 기회를 좀 가지고 싶다. SWE경험과 MLE경험까지 쌓는다면 딱 좋겠고, 가능하면 매니저 경험도 깊게 쌓고 싶다. 딱 이정도까지. 스타트업 성공? 지금 내 경험으로 봤을땐 유라임이 더 성공하려면 사람 뽑고 투자받고 그래야 하는데 이 자체가 리스크이다. 나중에 파트타임을 써서 개발을 좀더 하긴 하겠지만 막 미친듯 열정을 붙지는 못할 것 같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대학원을 다녀야 하는 약 1.5년 정도는 개발할 시간이 있어서 충분히 내가 원하는 개발과 PR은 가능할 것으로 보여서 이건 또 이대로 가야겠다고 생각이 든다.

어쨌든 확실한 것은 위와같은 경험이 쌓이니 나도 뭐 이렇다 하고 내세우는 것에 대해 별로 탐탁치 않게 된다는 것이다. 즉, 어디다 자랑하고 싶지가 않다. 그래서 대학원 붙고 뭐 초반에야 즐거웠지 지금은 그저 다음달에 있을 개강이 신경쓰일 뿐이다. 그런데 누구나 그렇겠지만 자랑질(?)을 안좋아 하는 사람이 어딨을까. 그럼에도 겸손해야 하는게 지금의 내가 가져야 할 자세인 것만큼은 확실하다. 그래서 사실 조금 많이 답답했던 것 같다. 예전엔 살도 빼고 뭔가 작품 만들고 그러면 SNS에 올리면 반응 보이고 그랬는데, 아니 적어도 그냥 중간단계에서 생각만 올려도 친구들의 반응만 가지고도 동기부여가 됬었는데 이곳으로 온 이후로 난 자꾸만 작아져 갔던 것 같다. 스타트업도 생각만큼의 성공을 못보이고, 취업으로 전향했는데 이마저도 일년동안 난항만 겪었고, 믿었던 분의 추천으로 참여한 스타트업에서는 큰 아픔만 겪고 일년을 소비하고 나오고. 난 왜 이렇게 돌아만 갔을까. 그게 아마도 마음의 여유가 너무 없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런 경험이 앞으로 그렇게 살지 않으려면 문제를 공유하지 말라는 것이다. 내가 조금만 약점을 드러내도 이곳저곳에서 오는 기회는 그저 나를 어떻게 이용해 먹으려는 수단에 불과했다. 적어도 이곳에서, 조금의 실력을 갖추고 있는 나에게 접근하는 사람들은 그렇더라. 그래서 사람을 피하게 되고 (적어도 한국사람들) 두려워하게 되었다. 이제서야 느꼈지만, 끌로이가 있어서 그런 방향은 크게 안심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노멀하게 가려는 생각밖에 없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잘났소 하고 자랑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적극적인 PR도 중요하지만, 내가 진짜 능력있고 본보기가 될 만하면 그건 내쪽에서가 아니라 누군가가 찾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레이오프 얘기를 하다가 여기까지 왔다. 좌우간 겸손한 마음으로 주어진 기회에 감사하고, 매사 최선을 다하는 수 밖에 없다. 이제 또 레이오프에서 엔지니어들 쏟아져 나올텐데, 그들과 경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내 경쟁력을 갖추느냐. 그게 앞으로, 그리고 평생의 과제가 되지 않을까. 지금은 그저, 묵묵히 하루 할 일에 최선을 다하는게 답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