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가 바꾼 어머니의 삶

우리 어머니는 집에서 취미로 그림을 그리신다. 전업 주부이신 어머니에게 그림과 연속극은 가족과도 같은 둘도 없는 친구이자 삶이나 다름없다. 어머니는 모 대학 의상학과 출신으로, 의상디자이너에 대한 꿈이 있었지만 나와 동생이 태어나고 얼마 있지 않아 우리를 기르시기 위해 어머니는 직장을 그만두셨다.

그리고 집에서 아동미술을 가르치면서, 한편으로는 여러 곳의 화원을 다니시면서 미술에 대한 꿈은 잃지 않으셨다. 술을 즐기시는 것도, 모임을 즐기시는 것도 아닌 어머니는, 전업 주부라면 어쩌면 무료하고도 심심한 삶일 수도 있지만 어머니의 목에는 항상 미술용 앞치마, 손에는 항상 유화용 붓이 함께하고 계셨다.

미술을 하는데에는 무엇보다 자료가 중요한 것 같다. 그래서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디카를 몇번 사주시고, 어머니는 좋은 그림을 위해 사진을 찍으려고 자주 다니셨고, 좋은 사진을 많이 고르셔서 이를 그리곤 하였다.

약 5년 전부터는 어머니가 노트북을 사용하셨다. “옥션”의 매력(?)을 느끼시고 인터넷 결제를 시작하시더니, 인터넷 뱅킹도 어떻게 터득하셔서는 내가 인증서만 등록해 드리니 이체나 조회 같은것은 알아서 하신다. 그런 면에서 어머니가 대단해 보이기까지 했다. 컴퓨터와 인터넷을 15년간 한 나 또한 인터넷 뱅킹을 어머니께 배워서 할 정도였으니 대단하시지.. 그것도 다루기도 쉽지 않은 컴퓨터를 어머니는 힘들게 힘들게 인터넷에서 검색하셔서 해결하셨다. 네이버와 다음만 즐겨찾기 해드리면 내가 생각지도 못한 일들을 하고 계셨다.

그리고 자식들이 다 컸으니 어머니는 보다 더 미술에 몰입하시는 것 같다. 전보다 더 미술 자료를 찾는데 검색엔진을 오랜시간 찾으시고, 노트북의 그림을 보고 그리시느라 애쓰신다. 

50이 다되신 어머니가 나이가 드셨다는 것을 나는 최근에서야 조금씩 느끼기 시작했다. 전과는 다르게 디카 사진을 컴퓨터로 옮기는 법을 매번 알려드려도 까먹으신다. 물론 어른들이 이런 방법을 익히는게 쉽겠나 싶은데, 때문에 어머니는 아에 디카를 들고 사진방에 찾아가 사진을 현상하시는데 그런 모습이 많이 힘들어 보여서 내가 집에서 자주 출력해 드리곤 한다. SD카드를 꽃아 출력하는 프린터를 구입해도 몇일만 지나면 방법을 까먹으셔서 다시 알려드리곤 한다. 키보드를 치는 것도 어려워 하시고 잘못하다 인터넷 창이 닫히거나 창에 가려지면 어머니는 모르신다. 키보드나 마우스의 USB가 뽑혀도 어찌할 바를 모르셔서 결국 포기하고 마신다. 

이런 어머니의 삶이 아이패드를 통해 조금씩 바뀌고 있다. 나는 작년 말에 아이패드가 국내에 출시될 당시 여의도 모 매장에서 2번째로 구매를 한 적이 있다. 프로그래밍을 전업으로 하는 나는 직접 플밍을 할 수 없는 아이패드에 사실 한계를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아이패드는 거의 서핑 혹은 영상 감상용이었는데, 그러다 보니 자주 사용을 안하게 되었다.

한달에 4만원 가까히 나가니 거의 애물단지 수준이었는데, 우리 어머니는 내가 안쓰는 물건들이 아까우신지 어머니가 쓰신다고 가져가신다.(사실 노트북도 내가 쓰던 것들을 가져다 사용하셔서 벌써 3번이나 바꾸셨다.) 아이패드를 사용해 보신 어머니는 Safari를 통해 인터넷 검색 방법을 알려드리니 손가락 하나로 움직이는 브라우징 방식이 장시간 마우스와 키보드로 움직여야 하는 브라우저 방식과는 너무나 달랐나 보다. (참고로 어머니는 마우싀 휠을 사용할 줄 모르신다.) 인터넷 검색이 너무 편하시다고 즐거워 하시는 모습에 나는 아이패드를 어머니께 드렸다.

사파리의 손가락을 “꾹” 누르고 있으면 이미지 저장이 되는 기능을 알려드리니, 어머니는 “아, 이제 힘들게 출사 안나가도 되겠네.” 하시면서 기뻐하셨다. 물론 노트북에서 인터넷을 켜고 이미지를 저장할 수도 있지만, 오른쪽 버튼 누르고 저장을 하고 저장할 곳을 선택하고 저장하면 필사 까먹을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 아이패드는 무조건 모조리 “사진”에 저장된다. 

게다가 얼마전에는 회사 모 대리님이 생일선물이라고 카메라 킷까지 주었다. 이걸 어머니께 드리니 아이패드를 받으신 것 보다는 한 10배는 좋아하신다. 이제는 디카로 찍은 사진이 아이패드로 아주 쉽게 옮겨진다. 프린터에 달린 SD카드 꽃는 곳은 좀 깊은 곳에 있어서(게다가 멀티 리더기라 별 슬롯이 다 있다.) 어려웠는데 카메라킷은 아주 쉬울 뿐더러 아이패드로 옮겨지는 자체를 너무나도 좋아하셨다. 그리고 보다 큰 이유는 다음에 있다.

SD카드를 지원하는 우리집 프린터는 HP제품이 아니라 Air Print기능은 지원하지 않아도 캐논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포토프린터 어플이 있다. 이를 사용하면 이미지를 쉽게 불러들이고 버튼 한번만 누르면 어머니가 원하는 사이즈로 출력이 된다. Wi-Fi로 출력되니 PC에서 프린터를 연결할 필요도 없고, PC에서 사진 출력할 때 익숙치 않은 인쇄창은 어머니를 당황하게 만들었는데, 캐논의 Easy-Print앱은 너무나도 쉽게 프린트를 할 수 있게 해주었다. 

때문에 어머니는 보다 더 많은 그림 자료를 출력하시고 아이패드를 사용한 이후로는 그림의 숫자가 더 늘어난 것 같다. 서핑을 하지 않으실때는 Tving 앱을 통해 연속극을 보시기도 하고, 아마 인터넷 뱅킹까지 하실 것 같다. 최근에는 옥션보다 지마켓이나 인터파크 앱으로 쇼핑도 쉽게 하신다. 

무엇보다 아이패드로 처음 인터넷 서핑을 하셨을 때 마치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시던 그 표정은 잊을 수가 없다. 정말이지 내 기분은 아이패드가 어머니를 20대로 만들어 준 기분이 들었다고나 할까.. ^^ 노트북으로는 몇번을 설명 드려도 외울 수 없는 기능을 아이패드는 직관적이고 쉬운 사용 방법으로 우리 어머니에게 제 2의 인생을 미술에 올인할 수 있도록 바꾸어 준 것 같다.

기술이 사람의 잃어버린 꿈과 감성을 깨웠다. 나도 앞으로 행해야 할 인생의 미션을 이렇게 아이패드처럼 꿈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일을 해야한다 느껴진다. 제2의 아이패드, 제3의 아이패드가 계속 나올수록 잃어버린 꿈을 가질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세상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