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성적 이수 완료

프로젝트 마지막 학기 성적이 나왔다. 둘다 A로 마무리. 성적에는 아쉬움이 전혀 없는데 뭘까 이 왠지모를 허전함은.

프로젝트 작품은 드래그 앤 드롭을 활용한 머신러닝 로직에 대한 시각화 프로그램이었다. 팀원들도 좋았고, 나름 업무 분배도 지금까지에 비해 그래도 어느정도 실력이 있는 한명이 있어서인지 나는 프론트앤드에만 집중했다. 그냥 wrapbootstrap에서 하나 구입해다가 yeoman으로 angular bootstrapping프로젝트 베이스에 갔다 썼다. 처음에는 드래그 앤 드롭도 구현하려 했다만 시간이 없어서(?) jquery-flowchart라는게 있길래 그냥 가져다 썼다. 파일 업로드랑 DB커넥션 때문에 node.js랑 express로 대충 만들어 썼다.

뭔가 한게 전혀 없는 이 아쉬운 느낌이란 정말. 학부 석사 거치며 프로젝트를 수도 없이 했지만 뭔가 즐겁다 말할 수 있던 플젝은 두개 정도? 그 이외에는 그냥 재능기부만 하고 온 이 느낌은 뭘까. OOP적 설계도 없이 그냥 대충대충 오픈소스 붙혀다가 만들었던 많은 프로젝트들, 정말 많다. 그리고 매번 도전거리가 있으면 혼자서 끙끙맸지, 거의 어느 도움도 받아본 적이 없다. 그게 글쎄, 스스로와의 싸움이라면 모르겠지만 지칠대로 지쳤던 것은 사실이다.

요즘 MOOC를 보며 느끼는 희열 아닌 희열이 그런것 같다. 성적이 나오던 말던 그간의 지식의 목마름에서 내가 갈구하고 싶던 것들을, 즉 장바구니에만 담아뒀고 구입해 뒀던 그것들을 하나 둘 들으면서 즐거움이 역력하다. 학위나, 자격증이 나오지 않아서, 사실 그게 뭐가 중요한가. 이제 학위 하나때문에 목메고 그러고 싶지 않다. 정말로 내가 학구열에 대한 의욕이 있을 때에 그때야 비로서 좀 더 목메고 싶지, 지금 단계에서는 그런 것보다 나는 스스로 5년간의 목마름을 해소하고 싶은 열망이 더 크다.

2011년 경의 내가 생각난다. 당시 RIA 에 빠져가지고 플랙스 공부하고 html5를 누가 시키지 않아도 번역하고 하던 시절. 덕분에 공모전도 우승했고 책도 썼다. 대부분 혼자서 했었지만 그때만큼 내가 즐거웠던 때가 있을까. 2014년에도 공모전에 나갔었지만 별다를 것이 없었고, 실상 학부생활을 통틀어 보면 그냥 애들 장난을 하고 온 느낌이다. 몇몇 프로젝트는 단순 리서칭이라 포트폴리오라 하기 애매하기까지 할 정도이니 말이다.

결국, 회사를 가야할 이유는 너무 명백하다. 좀더 시스템 적이고 짜임새 있는, 소프트웨어 공학을 충분히 활용 및 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을 뿐이다. 지금 하는 스타트업인 유라임도 사실 혼자 하다보니 배움은 엄청나게 큰데, 실제로 내가 생각하는 이론들이 맞는지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큰 의문이다. 그래서 오픈소스화도 고민했었는데 아직은 더 고민할 부분이 많다.

오늘 일기를 쓰다 느낀점이 있다. 결혼 후 쇼파에 앉아 티비를 보는 시간이 많아져서 점차 인생의 우선순위를 잃어가는 기분이었다. 대학원 생활 2년간, 아니 사실 초반 1년 정도는 분명 모던 웹에 대해 계속 공부하고 하는 좋은 시간들이었는데, 나머지 1년이란 시간이 나는 힘들었다. 너무 하고싶은것만 하다보니 쳐진 것들을 메꾸는 작업이, 그리고 그 하나의 후폭풍이 이뤄졌을 때, 예컨데 시험이나 프로젝트 같은, 내가 복귀하는 데까지 걸리는 그 크나큰 시간 또한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많이 회복되었다. 연말이라 그런지, 혹은 학생이란 부담에서 벗어나서 그러지 말이다. 이래서 무엇이던 선택할 때 신중히 해야 하는게 정답인 것 같다. 처음부터 대학원도 신중히 선택했다면 이런 결과는 없었을 것이다. GRE나 토플 같은 것도 3년 전 원서지원이 끝나고도 계속해서 학원 다니며 노력했었다면 지금과 다른 결과가 있을수도 있다. 추상적으로 썼던 SOP 도 완전체라 보지 않고 내 나름대로 수정해서 썼었다면, 그리고 너무 상향이 아닌 내게 정말 맞는 핏을 가진 대학원을 찾았다면, 이렇게까지 허탈함이 남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름대로 스타트업도 시작해 보고, 여행도 많이 다녔고 신혼도 즐겼다. 2년을 보냈지만 그 만큼 내가 정말 필요 내지는 하고싶은 것에 대한 충분한 고찰의 시간도 됬다. 마찬가지로 정말로 안해야지 하는 것도 찾았다. 게다가 나는 지금, 실리콘벨리에 어쨌든간에 있지 않은가, 내가 그토록 원하던 기술의 중심에 있고, 모든 테크 회사들이 차로 한시간 내로 즐비한 내가 꿈꿔왔던 공간에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엔 ‘목적성’을 찾고 있다. 모든 것에 대한 목적. 쇼파에 앉아 티비보며 시간을 죽이는 것도 내가 목적성이 불분명해서 그렇다 생각한다. 졸업을 하고 학점도 나왔고, 내가 싫어하는 전공 내지는 팀플, 숙제 등에서도 어쨌든 졸업이란 자체가 주는 성취감이 있는데 하물며 내가 원해서, 정말로 가지고 싶어서 행하는 것들에 대한 성취감은 얼마나 클까? 생각만 해도 흥분된다. 예컨데 구글 클라우드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내가 원하는 과목에서의 좋은 성적 혹은 이수를 한다면, 그것 자체가 주는 만족감도 대단히 클 것이다.

결론은, 지속 가능한 목표를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가 내게 주는 후폭풍이 아닌, 지속 가능한 성장. 이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삶도 중요하고 목표중심적인 삶도 중요할 것이다. 참으로, 대학원 생활 중에 가장 잘 나온 성적이지만서도 느끼는게 많다. 2018년에는 첫째도 안정 둘째도 안정, 그러면서 정말 내가 원하는 목표를 삼고 실패하더라도 끝까지 물고 나갈 것이다. 스타트업도, 취업도, 운동도, 내가 하고픈 공부도, 가정도 모두가 안정속에서 이뤄지는 하루하루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