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차리자.

최근 연이어 정말 나답지 않게 관리되지 않는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요가 같은 것은 꾸준히 하고 있지만, 새벽기상도 잘 되지 않고 금요일만 되면 3일간의 시간을 온전히 휴일로 채우고자 하는 이상한 노력을 하는가 하면, 술이나 노는 것이 빠지지 않도록 삼일간을 꽉꽉 채워서 놀기 바쁘다.

이런 현상은 아마 최근에 비롯된 월요일과 화요일에 생각보다 빡센 일정을 소화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최근의 월-화를 통틀어 보면 개발만 거의 20시간을 했다. 하루평균 10시간 정도. 유라임 개발이 재밌긴 한데, 끝도 없는 버그와 디자인을 수정하다 보면 정말 답이 안나온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하지만, 혼자 하는 개발에서는 산이 아니라 무하지경에 빠진다고 보면 된다. 사실 답은 적당한 선에서 끊고 천천히 나아가면 되는데, 내 특성상 그게 잘 안된다. 일단 한번 개발을 시작했으면 끝장을 보는 편이라 그런가보다.

여튼 그렇게 월,화 를 빡세게 개발하다 보면 수요일부터 지치기 시작해서 금요일까지 달리기가 힘들다. 또한 최근에는 현재 사무실도 바꿔야 하고, 취준도 다시 시작하고 공부할 거리도 엄청나게 쌓여 있는데 계속 미루고만 있다. 혹자는 미루는 것이 좋다고들 하지만 글쎄, 뭔가 학교를 다니지 않는 순간부터 따지고 보면 뭔가 부담감이 없어져서 그런지 아무것도 하기가 싫다. 등록해둔 코세라도 밀리고, 공부하려고 산 책들은 점점 산더미처럼 쌓이고 있다.

뭐랄까, 나태함이랄까. 간혹 이런 기분을 느낀 적은 있었는데 이번에는 좀 그런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내가 놀고 있는 것은 분명 아니다. 유라임 개발을 하고 있고, 머릿속에서는 개선사항, 추가사항 등의 생각이 떠나가질 않는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지금 상황에서는 멀티테스킹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부할 때는 공부하고, 놀때는 놀고, 일할 때는 일하고. 분명 이런 꾸준함 속에서 스스로가 나와야 하는데, 왜 그렇지 못할까.

20대의 학교 생활과 사회생활을 돌이켜 보면 살짝 답이 나오긴 한다. 사실 회사를 다녔던 5년이나 학교를 다닌 4년이나, 이를 비교해 보면 회사에서는 공부, 하물며 제대로된 토익 점수 하나 받기도 힘들었다. 그나마 간간히 운동 등의 노력으로 술조절하고 새벽기상 잘하고 했지만 꾸준히 공부해야 하는 뭔가는 할 수 없었다. 그렇게 5년이라는 시간동안 실상 한 것이라고는 개발과 관련된 것 밖에 없다.

학교를 가서 달라졌는가? 그렇지 않다. 나는 당연히 학교를 다니면서 투잡을 뛸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현실은, 투잡은 커녕 학과 공부에도 집중하지 못했다. 그나마 시험기간에는 공부를 꾸준히 했지만 그 이외에는 전혀. 그렇다고 개발을 했던가, 스스로 제안했던 몇몇 외주 프로젝트는 취소되거나 딜레이 되기 쉽상이었다. 학교 공부에 지치면 친구들과 쪼르르 달려가 술 몇잔 기울이다 보면 분명 나름대로 남는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없어져 버린다.

그래서 나는 계속해서 이러한 부담을 없애고 싶었다. 학교 커리큘럼이나 회사의 9to6라는 정해진 시간이 없으면 나 스스로 뭔가를 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 말이다. 뭐랄까, 자유라고 할까. 그런데 이상하게 이런 시간에 내게는 공허함만이 커져간다. 스스로를 적극적으로 캐리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다. 되려 학교 다녔을 때의 과제같은 것들이 나를 이끌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아, 정말 내가 그렇게나 수동적인 사람이 되어버렸구나.

그래서 ‘나’를 스스로 이끄는 모습으로 만들기가 그렇게 힘들지만 결국 해야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어떻게 보면 11년간의 노력 끝에 상황은 나를 중심적으로 만들어졌다. 나도 ‘개발’에 있어서는 분명 나 스스로 이끄는 일련의 힘이 있었고, 나름의 성과도 있었다. 그리고 개발 영역에서만큼은 동떨어지지 않기 위해 미국땅에 찾아온 것이다. 여기 와서 보니 적응도 적응이지만 거대한 기술의 영역 속에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지 않던가.

다만 공부에 있어서는, 아니 모든게 ‘공부’로 치부되면 나는 흥미를 잃는 것 같다. 사실 공부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배움의 일종일 뿐인데 공부라고 붙히게 되면 뭔가 거창해지는 것 같다. 공부라 하면 긴 시간 뭔가 두꺼운 책을 읽어서 정복해야 할 것 같고, 거기에 나온 모든 문제를 풀고 이해해야만 할 것 같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게 아니겠지. 나는 다만 공부의 방법을 몰라서 그렇다. 하기사, 예전부터 공부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으니. 허나 공부라는 것은 결국 장기, 중기, 단기적 목표를 ‘현실적’ 으로 세우고 이를 위해 조금씩 나아가는 것 말이다. 그런 계획을 세우는 것을 잘 못하니 학원에 다니는 것이었고, 사실 대학교라는 자체도 내게 있어서는 커리큘럼이 정해진, 공부를 혼자 잘 못하는 스스로에게 방향을 제시해주는 존재였다. 그렇게 짜임새 있게 어떤 커리큘럼을 받아들면 개인적으로 기분이 좋았고, 그래도 뭔가를 한다는 느낌이 났었다.

하지만 결국 공부란 것이 스스로 하지 않으면 남는 것이 없다. 암기? 나는 암기를 정말 죽도록 싫어한다. 물론 이 말은 노력이 부족하다는 뜻도 되겠지만, 이해하지 않으면 실상 재미도 없고 하는 이유도 모르겠다. 모든게 마찬가지다. 재미를 붙히는 것이 가장 급선무가 되지 않을까. 그러려면 공부라는 방법도 알아야하고, 무엇보다 시간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우선은 내가 공부하고 싶은 분야를 정리해본다. 사실 정리할 필요도 없다. 예전부터 공부하고 싶던 것은 개발과 관계된 영역이었으니 말이다. 개발도 CS쪽 학문들, 특히 아키텍처, FP, MSA, SOA, SE, HCI 와 관련된 것들. 여기서 추가로 프로그래밍적 사고를 늘리기 위한 문제풀이, DS, 알고리즘 이 아닐까. 아마 지난 10년간 관련된 영역에서 꽤나 오랫동안 실무적 능력을 키워왔고, 근 6년의 대학교 시간동안 공부해 왔지만 스스로 노력해서 책 한권을 독파해본 적은 거의 전무하다.

CS와는 별개로 머신러닝도 요근래의 관심사 중 하나다. 다만 관련 스킬이 전무한 나머지 아직은 크게 공부하기 쉽지 않다. 수학적 능력도 좀 떨어지는 느낌이고.. 그런데 분명한 것은 하긴 해야한다. 하지만 당장 내 커리어에 중요한 것은 아니므로 조금 더 시간적 여유를 두고 진행하는게 좋지 않을까. 어차피 당장 수학이나 머신러닝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니깐 말이다.

개발 이외의 것들, 특히 영어공부. 미국에 살고있고 계속해서 영어 컨텐츠를 접하고 자연스래 늘긴 하지만 이 또한 연습이 무지막지하게 필요하다. 영어는 그저 꾸준함이 기본이 되어야 하는 것 같다. 매일 단어보고, 신문보고, 미드보고 등등. 사실 크게 신경을 안써도 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시간내서 공부해야 하는 것은 사실.

사실 따지고 보면 최근 2년간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가장 크게 늘었던 것이 ‘요리’다. 결혼 전만해도 요리에 크게 취미가 없었는데 요리를 시작하고 나서는 나름대로의 감각이 부쩍 늘었다. 물론 아직도 부족한 것도 많고 하지만 한두시간 공들여서 내 요리가 나와서 누군가에게 기쁨을 준다는 자체가 주는 느낌은 생각보다 엄청나다. 요리에서 빗대어 보면, 사실 나는 생각보다 참을성이 없는 편인 것 같으면서도 요리에 걸리는 그 시간만큼은 기다리는데 지루하지 않더라.

그런 느낌으로 다가가야 하지 않을까. 한편으로는 ‘공부’라는 것을 할 때에는 오로지 그것만 할 수 있도록 말이다. 결국 요리에 시간이 필요하듯이 공부에도 시간이 필요하다. 하루에 세 시간 정도를 할애해서라도 온전히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최근의 나라면 충분히 그럴 시간을 만들 수 있다. 특히, 크게 무리를 하지 않고서도 그럴 시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한편으로는 멘탈 관리가 더 필요하다. 결국 자신을 컨트롤한다는 자체는 끝없이 나를 채찍질하고 반성하고 나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와 지키는 작은 약속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예컨데 취침시간과 기상시간을 정해두고 바른생활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혹은, 주중에는 놀지 않는다고 생각했으면 이를 지키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결론은 결국 예전처럼 바른생활 하고, 꾸준히 할 필요밖에 없다. 뭔가 빨리빨리 해야 하고 그래야 한다는 부담감보다는, 충분한 내게 맞는 계획이 더 중요할 것 같다. 그러니 당장 오늘부터라도, 충분한 계획을 세우고 차근차근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