져물어 가는 9월, 생각.

불과 얼마전만 하더라도 더위에 거의 긴팔은 생각지도 못하고, 매일같이 땀으로 적신 몸을 이끌고 이곳 저곳 돌아다닌 것 같은데, 오늘은 비가 내려서 그런지 날씨가 꽤나 추웠다. 괜시리 벨벳 자켓을 입고 갔는데 사실 약간 오버였던 모양이다. 회사를 출근하고 나니 땀이 비오듯 쏟아지는 것은 누구를 탓하겠는가, 아직까지 비대한 몸을 가지고 있는 나를 탓해야지.  그러면서 보니 벌써 2011년도 세달밖에 남지 않았더라.

2011년은 참 내게 많은 기회를 가져다 준 한해였던 것 같다. 공모전 결과라던가, 나의 미래와 로드맵의 정의. 영어에 대한 필요성, 어느정도 체중 감량에도 성공했고 말이다. 물론 이렇게 나를 잡기까지는 수 많은 이전 과정이 있었지만, 그래도 나는 만족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사실 안정적인 생활에 접어든다 하여 끝나는 것이 아니다. 나도 어느정도 삶이 상당히 안정화 되고 철저한 자기관리 속에서 살아가고 있을 때, 그러면서 한편으로 일상에서 정말 탈출하고 싶은 생각이 너무 굴뚝같았다. 특히, 나는 다른 사람에 비해 술을 매우 좋아하는데 5년전부터 거의 매일 마셔오던 술을 그렇게 버리기가 너무 힘든 것이다. 그것을 한번에 끊고자 하였으니, 사실 사회를 살아가는 데에 흡연은 건강에 매우 안좋은 것으로 인식되는데 술은 그렇지 않기에 더더욱이나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한다. 분명 올바른 길은 있고, 사람답지 못하게 즉 고삐풀린 말인 냥 사는 때는 되도록 빨리 없앨 수록 좋다는 것이다. 즐길 때 즐기는 것은 분명 좋지만, 그 즐기는 것이 언제까지 계속되느냐에 따라서 말이다. 누군들 놀지 못해서 놀지 않고 있겠는가, 사회 속에서 무언가 좋은 기능을 하기 위해서 자기 자신의 지식을 쌓는 것이고 그렇게 지식을 쌓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다. 즐길 것은 그 이후에 즐겨도 괜찮지 않을까? 물론 욕심이 과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참 이렇게 병특도 어느새 32개월이나 지나버렸고(정말 긴 시간이다.) 언제 끝나나 노심초사 했던 시간이 조금 보이기 시작한다. 2012년이 가까워 질수록 말이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그 3년간 이루고자 한 것을 나는 단지 나 자신의 사회 속에서 몸무리침을 잡지 못해서 거의 2년을 날려버리고 2년간 지키지 못한 것들은 단 몇 개월 만에 노력과 결실을 맺게 해주고 있다. 결국 이로써 내가 느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삶이 안정적이지 않는다면 시간을 놓치게 된다는 것이고, 날려버리는 것이다. 지금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라고 했을 때 정확한 삶의 목표에 의거해서 현재의 내 목표가 산출되어야만 시간을 나의 것으로 만들 수 있지 않겠는가.

여튼 여러모로 그러하다. 또한 이 병특이 끝나면 나는 5년만에 다시 학교로 돌아가야 한다. 한편으로는 설래이지만 한편으로는 수없이 긴장되곤 한다. “공부”와는 담을 쌓아온 나로써는, 그것도 5년이나 말이다. 그런 내가 공부라는 자체를 할 수 있을것인가란 두려움은 있지만, 사실 재미만 붙히면 재밌게 할 수 있을 것이고 또한 공부로 한정짓지 않고 내가 프로그래밍이나 디자인을 할 때에 즐거움을 느끼는 것처럼만 하면 된다 생각하고 있다. 물론 모든 공부는 필요에 의해서 하는 것이라 사실 이런 걱정은 하지 않지만, 얼마 전 내가 책상에 얼마나 앉아서 공부할 수 있을까를 한번 재 보니 책을 보며 이해해야 하는 공부의 경우 채 20분이 되지 않았다는 점..

그렇게 나는 익숙함이 부족한 것 같다. 그리고 이를 키울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참 이런 결심을 하는 내 모습을 보니 대견스럽긴 하다… 열심히 할 수 있도록, 신을 믿고 내 미래를 믿고 나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