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과 업무와의 관계.

 지난주에는 꽤나 정신없이 보낸 한주였던 것 같다. 세차례의 술자리, 주말 결혼식,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인 우리집 딸기(마르티슈, 10살)의 배에 난 암세포 제거 수술도 있었고.. 극과 극을 왔다갔다 한 한주였던 것 같지만, 돌이켜보면 참 그 긴 시간동안 나는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그것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다.

 덕분에 일이 엄청나게 밀렸다. 시험이 끝난 주라고 해서 너무나 신나게 놀았다. 신나게? 사실 그것도 아니다. 본격적으로 이것 저것을 시작했어야 했는데, 11월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러저러한 일들을 핑계대기 일수였다. 기껏 만들어놓은 사무실은 심지어 한번도 나가지 않았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지내다 보니 업무에서도 압박아닌 압박을 받게 되었고, 이는 고스란히 내게는 스트레스로 작용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지금 내가 하는 모든 일들이 다 내 선택으로 하는 일들이고, 어느 하나가 내가 즐거워 하지 않은 일이 없다. 웃기게도, 대학을 컴공으로 선택한 이유는 컴퓨터가 좋았고, 컴퓨터에 대해 보다 더 알고싶어서였다. 덕분에 자칫 몰랐을 수도 있는 컴퓨터의 많은 학문적 부분에 대해 습득할 수 있었고, 그러면서 데이터마이닝이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아키텍처 등에 대해 보다 큰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학교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하며, 지금 배우는 모든 과목들(리눅스, AI, 컴퓨터 통신, DB)이 사실 여태 들었던 그 어떠한 과목보다 재미있다.


 또한 학교의 지원으로 IBM과 협력해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에서는 Openstack을 이용해서 AWS같은 클라우드 서버를 구축하고 있다. 솔직히 내겐 거의 전무한 부분이라 재미있긴 하다. 좀 엔지니어링 적인 부분이라고 할까.. 허나 이게 정말 진행이 안되는 부분 중 하나인데, 이 또한 12월 말까지는 진행해야 할 프로젝트이긴 하다.


 업무도 마찬가지다. 지금 내가 속해있는 F사에서 나는 전산팀을 담당하고 있고, 이곳에서는 차세대 그룹웨어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작은 규모의 회사라서 그렇지, 새롭게 적용되는 시스템은 기존 모델 1.0을 아에 reactive programming으로 스칼라 및 플레이로 back단을 교체하고, front역시 반응형 웹과 Ajax로 대처, 모바일 웹에 앱까지 죄다 대체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다만 이 작업이 무려 9개월이나 밀렸다는 것이 크나큰 함정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 또한 내가 제안해서 작업하는 일이고, 처음에는 이 작업이 정말 재밌을 줄 알았다. 사실 play 2 framework + scala 언어를 처음 접하는지라 이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는것을 생각않고 작업하다보니 당연히 언어 및 프레임워크 습득의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사실 아직도 플레이랑 sbt의 관계는 헷갈린다. 하지만 개발을 하면 할수록 재미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올초 내가 선듯 나서서 새로 담당하게 된 모 축제 사이트의 구축. 사실 여태 혼자 작업을 하다보니 좀 오프라인 협업도 강화하고 IT이외의 인맥도 좀 사귀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는데 취지는 너무 좋았다. 지금까지 많은 좋은 사람들을 만났으니. 문제는 디자인이 제대로 되지 않고 약간 챙겨줄 사람도 없어서 나 스스로 능동적으로 작업했었어야 했는데, 이를 잘 하지 못했다. 그나마 대표님이 정해준 디자이너와 함께 작업을 하는 지금도 조금 미뤄진 상황이다. 기술은 WordPress에 반응형 웹과 몇 가지 html5적인 요소들인데, 뭐 사실 WP를 쓰니 특별히 들어갈 기술이 없긴 한데 Front단에 투자를 많이해야 하긴 하다.


 마지막으로 내 개인개발. 이 역시 Play2와 Scala 로 만드는 SNS서비스이긴 한데, 여긴 좀 총체적인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기술이 녹아들어갈 것 같다. 하지만 이는 당장은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개인적 욕심에서는 개발하고 싶은 것이긴 하다.


 이렇게 따지면 프로젝트만 해도 학교 플젝을 제외하면 4개이고, 현재까지 나온 학교 플젝이 두개니깐 총 6개이다. 그러니 내가 정리가 잘 안된다. 당장 다음달에는 TOEFL시험까지 있는 상황에서, 게다가 12월말부터는 GRE준비에 작업을 거의 못할 것이 너무 분명한데, 당장 이 많은 작업들을 정리하지 않으면 머릿속이 폭발할 것 같은 지경이다.


 그래도 답은 있다. 분명한 것은 일단 확실히 마무리 짓기만 한다면 작업은 하나 둘 끝날 것이다. 한번에 여러개를 하려고 하니깐 작업이 지연되는 것은 당연하다. 나라는 TO는 한정되어 있는데, 작업은 어떻게 보면 시간대비가 아니던가. 그나마 하나의 작업을 할 때에 내 집중도는 상당히 올라가니깐, 그것 하나만으로도 꽤나 크다. 


 개인작업을 최대한 뒤로 미루고, “신뢰”가 관계된 작업들 먼저 하나 둘 끝내나가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나서 방학이 시작되면 그간 못했던 다른 영역의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다. 모든 복잡함에는 단순한 key가 존재하는 것 같다. 복잡함을 단순화해서, 하나하나 단순화 해나갈 수 있는게 성공의 길이 아닌가, 내심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