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넘지 않기.

오랜만에 글을 쓴다. 한달만이라니, 시간 참 빠르구나. 개강을 하고나서, 머신러닝 TA를 하고, 좀더 심도있는 스타트업 기획과 PM에 대해 배워가며, 한편으론 코딩 연습하고 엊그제 오랜만에 TC를 끝냈고, 2주전 이사를 와서 조금 더 생긴 공간과 더불어 층간소음의 압박에 시달리며, 그런 시간들이 계속해서 흘러갔다.

그런 와중에 특히나 이번주는 너무나도 힘들었다. 특히 TA일이 그랬다. 욕심을 부렸다고 할까, 수학적인 배경 없이 조교를 한다는건 일단 말이 안됬다. 머신러닝의 초반부에 들어가는 수학적 배경이 꽤나 많았다. 미분은 당연하고 확통, 집합론에 내가 가장 애를 먹은 것이 L-smooth나 Lipschitz smooth 같은것들. inequality를 증명하는데 사용되는 것들인데 일단 무슨말인지도 모르겠고, 그 전에 괜히 호기롭게 어떤 adaptive SGD를 가지고 문제를 낸답시고 생전 처음으로 수학 문제를 만들어봤는데 말도안되는 정의들 때문에 다른 TA에게 호되게 혼나고, 한 2일을 한문제 때문에 (물론 그분의 straighforward한 말투도 적잖게 영향이었지만) 다른사람에게 피해를 주었다는 점과, 스스로 되지도 않는 분야를 오버했다는 점. (그냥 객관식이나 낼 것이지.) 등이 3일간 나를 괴롭혔다. 게다가 학생들 채점을 하는데, 나보고 증명문제를 채점하랍시고 주어진 답이 너무나도 내게는 추상적으로 느껴져서 정말 어찌할 도리가 없이 다 꼼꼼히 읽어보고 채점할 수 밖에 없었고, 이마저도 시간이 꽤나 걸렸다.

물론 TA가 내 삶의 주된것은 아니다. 사실 난 그만둬도 상관없다. 돈이 중요해서 하는것도 아니다. 그냥 머신러닝이 뭔지 궁금했고, 이왕 하는거 청강이나 수강을 하는 것보다 TA를 해서 좀더 배워볼까 했는데 이렇게 수학이 엄청나게 잡아먹을 줄은 전혀 몰랐다. 머신러닝을 위한 플랫폼 엔지니어링이면 모를까, 머신러닝의 그 깊이까지 이해하는 이론적인 것은 절대 내가 좋아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건 수학자나 통계학자들의 길이고, 난 그들을 위한 툴을 만드는게 되려 낫다는 결심을 하고, 아마도 이 수업을 마지막으로 어떤 수업이나 certification을 통한 머신러닝에 대한 이해는 굳이 하고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도 그렇지만 누군가를 채점한다는 것이 상당히 부담이 컸다. 답이라도 좀 여러가지로 주면 좋지만 것도 아니고 날 하나의 상당한 수학적 지식이 있는것처럼 기본적으로 다루니 이건 원.. 솔직히 뭐랄까, 제대로 걸렸다고 할까. 여튼 잘못된 나에 대한 선입견이 쓰여지고 이에 대한 사람처럼 행동을 해야하니 부담감이 너무 크다. 그렇다고 그만두기에는 수업이나 교수한테 너무 미안하고.. 결국 5월 중순까지 약 2개월 남은 시간동안 극복하는 수 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모든 일을 할 때에는 충분한 생각을 하고 접근해야 한다. 하지만 잘 모르는 분야는 나같은 경우는 일단 도전을 해보고 만다. 그렇게 도전을 해보고, 사실 열심히 공부했으면 잘 따라잡았을 것인데 특히나 이사가 컸다. 이사 덕분에(?) 약 2주간 공부를 하나도 못하고 덕분에 상당히 많은 것들이 미뤄졌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2주만 지나면 두과목이 끝나고 새로운 과목이 시작된다는 점일까. 그래봤자 한 이틀 쉬고 다시 돌아가야 하겠지만.. 게다가 이젠 월-목 모두 수업을 들어야 하니 그건 좀 부담이지만, 어차피 그래봤자 1.5개월 더 하는 셈이고 그것만 더 버티면(?) 이번 학기도 끝이다.

그런 와중에 취준이 생각보다 내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경향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지금부터 apply를 해야겠다는 생각. 그나마 다행인건 그간 꾸준히 준비를 해왔고 방학때도 괘 많은 문제를 풀었다. 다만 더 투자해야 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들과 시스템 디자인, 그리고 기존 프로젝트에 대해서 좀더 생각을 해봐야겠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엔트리 레벨은 아니라서 여러모로 경험을 많이 물어보는 것 같고, 그럴수록 팀과의 fit을 보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사실 취준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서 우선순위를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하루의 절반은 적어도 취준으로 보내고, 나머지를 학업으로 보내고, 그리고 남는 시간에 TA를 하고. 그래야 할 것 같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TA는 여러모로 뒤로 빠질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공부를 소홀히 하면 또 다시 비슷한 사건이 발생할 것 같다. 그래서 꼼꼼한 복습이 중요하다. 근데 좀 뭐랄까, 머신러닝이 그렇게까지 재밌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너무 수학적으로 깊게 접근을 하다보니 머신러닝을 내가 왜 이렇게 공부하는지를 모르겠다고 할까? 그냥 기본적인것만 공부하고, 빠져야 겠다는 생각. 어떻게 쓰이고 내부적으로 돌아가는 것을 조금 이해할 정도만 되면 되지 않을까. 내 전문분야를 이것때문에 굳이 바꿀 필요가 있는가 라는 생각이다.

여하튼, 이사를 하고 정리하지 못한 부분들이 많았는데 이번주에 아주 바쁨과 동시에 어느정도 정리는 되었다. 그래서 다행이다. 앞으로 남은 시간들에 더 집중해서 취직이나 어여 해야지. 아, 이젠 나도 학교 그만다니고 싶다. 공부는 그냥 혼자서 하고싶다. 이젠 좀 어떻게 해야할지 알겠으니깐.. 그러니, 주제넘지 말고, 무엇을 해도 신중하자. 그게 요즘의 배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