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앱의 삭제.

 소통이란 무엇일까, 단지 단문의 대화가 소통일까. 아니면 그건 짧은 단상이고 더 나아가면 그저 잡념일 뿐일까.

 글을 쓴다는 것은 나의 생각을 담고 있다. 타인이 나를 바라보는 여러 방법 중 하나가 바로 그사람의 글을 읽는 것이다. 예전에는 맞춤법에 전혀 신경쓰지 않고 연신 글을 썼는데 지금와서는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타인이 나를 바라보는 이 글, 거기서 어긋난 맞춤법이 가져오는 영향은 마치 바지는 입었는데 신경쓰지 못한 부분에 구멍이 난 마냥 부끄럽다.

 나는 하루에도 두세번은 페이스북에 꼭 글을 올려야 마음이 편했었다. 아침에는 고도원의 아침편지 에서 오는 글을 시작으로 내가 먹은 것, 내가 일한 것, 내 작업장, 길가다 흥미로운 물건을 사진찍어 올린다던가. 꼭 그렇게 해야만 적성이 풀렸다. 그러다 보니 like에 민감해져갔다. 내가 올린 컨텐츠가 like가 10개 이상이 되면 우쭐해댔고, 10개 미만이면 시무룩해졌다.

 어쩌다 내가 페이스북 따위에 휘달리게 되었을까, 그래. 미국같이 땅이 넓고 친구를 만나기 어려운 곳이야 페이스북이 친구간의 소통을 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일 것이다. 하지만 내 친구들의 태반은 꽤나 쉽게 만날 수 있다. 하물며 매일 같이 수업을 듣는 동기/후배들도 대다수를 차지한다. 하지만 블로그는 그렇지 않다. 내가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조차 모르는 친구가 부지기수이다. 또한 내 블로그에는 일정 이상의  고정 방문자도 없다.


 그럼 블로그란 무엇인가, 이곳에서의 대화는 주된 대화가 바로 나 자신과의 대화이며, 부차적으로 불특정 다수와의 대화도 된다. 사실 지금 이 글이 존재하면서 평생을 나 이외의 사람에게 읽히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좋다. 왜냐면 이 글은 나 자신과의 대화를 위해 만들어둔 글이니깐.


 하나의 일기와도 같은 이곳, 그렇다. 나의 일련의 사생활을 엄청나게 가려둔, 정말 거대한 생각덩어리와도 같은 이 공간에서의 대화는 나의 기록이다. 하지만 SNS상에서의 글은 소멸되기 아주 쉬운 소모성 글이다. 내가 힘들게 투자한 시간이 그렇게 소모성이 된다는 것은, 글쎄. 나로써는 큰 시간의 낭비가 아닐까.


 그래서 페이스북 앱을 삭제했다. 아 물론 PC상에서는 페이스북을 들어간다. 페북에서 활동하는 그룹 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 자신의 프로필을 꾸미기 위한 노력은 하고싶지 않다. 이제는 글을 올리고 싶지도 않고, 더 없이나 이곳 블로그에 투자하고 싶다. 너무 생각을 이리저리 분산해왔다고 생각한다. 껍떼기 뿐인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온라인은 극복해야 할 것이 너무나도 많다. 자칫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이 온라인의 세계.. 참 그렇다. 편의만 추구하다보니 생긴 이런 부차적인 부작용들이 말이다. 지하철에서 책이나 잡지를 읽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도록, 아날로그적 감성을 되찾아야 겠다고 생각하는 오늘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