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만에 글을 쓴다.
실로 많은 일이 있었다. 2월달에 “새출발” 이라는 글을 쓰고나서 반년이 지났다. 오랜 고민끝에 출발한 이 새출발이라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기까지는 4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고, 결국 나는 이 ‘잘못된 선택’ 을 바로잡기 위해 조금은 극단적인 루트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정확히 말해, 난 회사를 그만두었다. 사직서를 제출했다. 불만을 토로하자만 한도 끝도 없겠지만 결국 내 불찰이었다. 두세번 회사와 목표하는 바가 어긋나고 스스로가 받는 대우에 대해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한번 마음이 떠나간 프로젝트는 더 이상 손에 잡히지 않았다. 꾸역꾸역 해보려고 이리저리 노력해도 불가능했다.
5월까지는 참을만 했다. 일주일에 90시간 일해도 좋았다. 어쨌든 개발에는 끝없이 ‘엔지니어링’적인 요소가 나오는 것이고, 나 역시도 버그나 하나의 알고리즘을 구축하기 위한 시간투자가 아깝지 않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내가 너무 나 스스로의 능력을 과신한다는 것에 있었다. 능력의 두배, 세베는 할애하려고 애써 노력했다. 나는 이게 내가 가지고 있는 장점이라 생각했다. 개발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노력할 수 있는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이게 역으로 말하면 누군가에게 쉽게 이용당할 수 있다는 것은 미처 간과했다. 나는 채찍질을 즐겼고, 모든 책임을 나 스스로의 능력 부족이라 여겼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삐딱한 자세로 매번 개발을 하다보니 몸이 망가졌다. 허리와 꼬리뼈에 만성 통증이 생겼다. 취침시간은 엉망이 되고, 잠을 청해야 할 시간에 뜬는으로 밤을 새우고, 커피에 의존하고, 식사 또한 제때 지키지 못하고 살은 급속도로 쪄갔다. 몇주동안 운동을 안하는 경우도 있었다. 모든게 내 잘못이라 생각했지만 결국 지키지도 못할 스케줄을 만들고, 억지로 능력을 과분하게 사용한 것도 있다고 생각했다.
어쨌든간에, 여러모로 내 탓도 있었다. 섣부르게 “된다” 고 말했다. 그게 경험 부족이었을까, 결국 쉽다고 얘기한 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나도모르게 나는 내가 그닥 원하지 않던 개발을 하고 있었다. 주 90시간을 일했던 것들도 대부분 그런 것들에서 생겨났던 것이다. 어설프게 된다고 얘기하는 게 아니라, 안된다고 정확히 얘기할 껄. 괜시리 “스타트업” 이고 돈이 없다는 생각 아래 억지로 그 짐을 내가 짊어간 셈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결국 스스로 “오버”했고, 시간관리가 안되자 도미노처럼 그간 내가 습관처럼 쌓아왔던 것들이 무너졌다. 새벽기상, 운동, 명상, 기도, 식단조절, 바른자세, 영어공부, 개발공부 등등. 개발을 했지만, 나는 점차 폐인이 되어갔던 것이다.
회사와 이를 정리하기까지도 2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아직도 인수인계 문서를 전달할 것이 남긴 했지만, 어쨌든 나와 의견차이가 있는 회사를 설득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도 그렇다. 이건 아니다 싶은 것들을 미리 말했어야 했는데, 반년이 지나고서야 갑작스레 폭발을 해버린 것은 상대방을 당황스러워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점에서 나는 스스로를 돌이켜봤다. 살아오는 기간동안 많은 부분을 나는 “욱”함으로 저질러 버린 경우가 허다했다. 이 블로그 어딘가에도 있겠지만, 10년 전 병특시절에도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 그때는 욱하고 자시고 할 기세도 없었지만, 회사를 이직하고 나서 전 회사와의 연락을 아에 다 끊어버렸다. 이 점은 정말로 프로답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최대한 정리해주려고 노력했다. 물론 몇 번의 개인적으로 느낀바에 의해 서면 이외에는 커뮤니케이션을 최대한 배제하고 싶다. 내겐 글이라는 자체가 가장 차분한 요소이고, 이건 어쩌면 내 감정적인 요소를 최대한 배척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스스로의 가장 큰 수단이라고도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배운건 참 많다. 그리고 앞으로 내가 어떻게 나가야 할까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든다. 개발은 계속하고싶고, 공부도 계속하고 싶다. 그런데 무리하고 싶지는 않다. 지금 내가 생각하는 내 능력의 최대치인 100은, 어쩌면 200이나 300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자만하지 않고, 과신하지 않는다. 이게 이번 퇴사를 통해 내가 배운 것이다. 흐트러지지 않고, 꾸준히 스스로를 만들어나가는 것. 아마도, 그것밖에 답은 없을 것 같다. 결국엔, 경험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