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싶은 것과 해야하는 것.

인간은 누구나 생각을 한다. 나 역시도 하루에도 수 없이 생각을 한다. 생각의 흐름 속에는 쓸때없는 생각도, 정말 필요한 생각도 있다. 생각이 행동이 되면 역사가 된다. 

감기에 걸려 침대에 누워 쉬다 보니 이런 저런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4일. 앞으로 내가 회사를 나갈 일수이다. 병특이 시작된지 1090일, 1100일을 이렇게 보내면서 내겐 어떤 변화가 있었던가? 3년, 그리고 회사를 다닌 6년이란 시간동안 내가 정립한 살아가는 철학에 대해 정리해 본다.

선택과 집중의 명확한 의미를 알다.
난 진짜 누구보다 하고 싶은 것이 많은 놈이다. 하지만 하고싶은 것에 비해 내가 그간 이룬 것은 매우 적다. 이것은 내가 선택과 집중에서 실패했다는 의미다. 내 삶의 핵심적 철학 중 하나가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잘 활용한다면 내가 생각한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철학의 결정적 오류는 하나의 일에서 다른 일로 전환했을 때 과연 내가 단 1초도 망설이지 않고(혹은 딴짓을 하지 않고) 바로 다음 스케줄로 넘어갈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렇게 내가 하루계획표라고 세운 계획은 채 50%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그래서 생각해 보니 내가 너무나도 조급해 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 차라리 한 가지에만 집중했다면 최소한 그것은 이뤘을텐데라고 말이다. 이것을 작년에 깨달았으니 참으로 늦었었다. 그렇게 다이어트에만 집중했더니 절반 이상의 효과를 거둔 것이 그 증거이다. (사실 그 외에 내가 이룬 것이 무엇이 있으랴.) 회사에서도 짬을 내서 영어공부도, 내가 개발하고 있는 개발도 여러가지를 할 수 있다 생각했는데 이는 9시~6시 라는 시간동안 고용되어 있는 고용자로써 회사의 규율에 위배되는 행동일 뿐더러, “정규직” 이라는 신분에는 실현 불가능한 일이었다.

인생을 길게 보고 조급함을 없앴다.
그러다 보니 난 어떻게 하면 이 머리속에 떠오르는 수 많은 하고싶은 일들을 선택하고 집중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했다. 인생이 항상 “짧다” 라는 생각, 아니 사실은 빨리 성공하고 싶었다. 내가 하고싶은 일들을 다 하고 업적을 이루고 싶었다. 그런데 사실 업적보다는 나 자신을 너무 크게 과신했고, 망상에만 젖어 있었다. 현실의 나는 한참이나 부족했지만, 누구보다 큰 꿈을 꾸고있던 나는 꿈만 크게 꾸고 있던 것이다.

아마 내가 이리도 허황속에서 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음악일 것이다. 항상 나는 음악을 크게 들으며 나의 무대를 상상했다. 그러나 지금은 시끄러운 음악을 들으면 귀가 괴롭고 힘들다. 이렇게 나는 “산만” 속에서 살아왔고 한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 그래서 집중력이 무엇보다 줄어든 것이다. 무엇보다 내게 필요한 것은 고요한 삶이었다. 컴퓨터를 업으로 하다 보니 기술이 뒤쳐지는 것을 용납하지 못했는데, 그런 삶 속에서 여유를 찾아야 했다. 때론 아무 생각도 안하고 누워서 쉬기만 하고, 때론 동이 트는 것을 바라보며 차분한 마음을 만들어야 했다.

안정을 찾기 위해 나는 새벽 시간을 찾았다. 이제 4시에 일어나는 것은 내겐 일상, 이 시간에 내가 하는 것은 많은 것이 아니라 그저 마음을 정비할 분이다. 조용히 나 자신을 살펴보고 지금 내가 이 인생 로드맵에서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다이긴 하다. 하지만 지난 8개월간 새벽을 내 것으로 만드는 노력에서 나는 바쁜 일생에서 쉬었다 가는 것을 배우며, 정말 삶이란 것이 내가 무언갈 이루기엔 짧은 것이 아니라 길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다.

20살부터 지금까지 난 정말 엄청난 일을 겪은 것 같지만, 10년도 아닌 5년밖에 되지 않았다. 그렇게 긴 5년인데 앞으로 살아갈 날은 또한 얼마나 많은가! 그렇게 생각하니 앞으로 30살 이전, 내가 살아갈 나날들 동안 내가 이룰 수 있는 것들이 충분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리고, 지금은 내가 좋아하는 것만 하면 되는 게 아닌가? 그러니 조급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꿈은 크게, 하지만 겸손하게.
그런 안정 속에서도 내 꿈만은 절대 줄어들지 않았다. 세계 최고를 향한 막연한 마음가짐, 변한게 있다면 겸손하자는 것이다. 겸손이라.. 그것은 허세를 버린다는 것.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사실 실력도 그렇게 없으면서 난 그저 과감하기만 했다. 예전 회사의 사장님이 내가 입사 8개월이 되어 내게 “드디어 네가 밥값을 하는구나” 라는 얘기를 했다. 당시에 나는 정말로 기분이 나뻤지만 지금 생각하면 내가 별다른 실력도 없으면서 그저 회사에 불만만 가지고 내 실력을 너무 과신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오래전부터 난 개발을 해오긴 했지만 솔직히 게임을 더 좋아했고, 아니 게임보다는 그저 웹서핑 정도를 좋아했지, 프로그래밍을 미쳐서 한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렇게 따지고 보면 난 내 실력을 1이 있다면 마치 1000이 있는 것처럼 과신하고 행동했다. 너무나도 건방졌고, 허세가 심했다. 그렇게 점점 나 자신의 실력이 아직도 적다는 생각을 하니 보다 더 열심히 배우게 된다. 정말 낮은 자세로 열심히 임하다 보니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배우는지 모르겠다.자존심만 높아가지고 정말 성공한 사람들을 그저 시기하고 질투했는데, 그게 아니다. 나도 올라가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 꿈만큼은 버리고 싶지 않다. 하지만 이 꿈들을 이루기 위해 난 무언가 미쳐야 할 필요는 있는 것 같다. 하나의 우물만 파는 것은 중요하지만, 보다 더 깊게 미쳐보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억지로 암기하는 것 보다는 진심으로 관심을 가지고 미쳐보는 것이 난 더 좋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행복은 돈 보다 관심이다. 
아무래도 병특 기간동안 내가 생각한 것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행복에 대해서가 아닌가 싶다. 행복이라.. 사람은 누구나 외롭지만, 그렇기에 가족이 있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누구나 관심을 필요로 한다. 관심이란 것은 정말로 중요하다. 세상에 아무도 자기를 신경써주지 않는다 생각했을 때, 우리는 자살을 생각하게 되고 나의 존재감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게 된다. 더 발전해서 우울증이 되고, 정신질환에 걸리게 되는 것이 아닐까.

관심이란 것은 자신의 시간을 함께 공유한다는 것이다. 도움도 아니다, 이건 단지 관심일 뿐이다. 정성 말이다. 진정으로 남을 위해서 어떠한 행동을 한다는 자체, 그것이 함께 공존하여 살아간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느끼는 행복이라는 것일 거다.

나는 그것을 몰랐다. 난 그저 주변에서 내게 아쉬우면 스스로 접근해서 나의 관심을 얻어내기를 바랬다. 이기적이었고, 개인주의적이었다. 가족들도, 친구들도 나는 크게 연연치 않고 그저 내가 아쉬우면 접근했다. 계획적으로 접근했고, 내가 필요하지 않으면 아에 상종하지 않았다.

사실 이 행복에 대한 인식이 바뀌게 된 것은 다름이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했을 때였다. 나의 자세를 낮추고 다른 사람들을 돌아봤을 때, 얼마나 사람들이 관심을 필요로 하는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사회구성원으로써 나의 의무, 가족, 애인, 친구, 직장동료, 친척 등에 대한 나의 관심의 “의무” 이것을 생각했을 때, 내가 얼마나 진정으로 관심을 곁들여야 하는지를 인식하게 된 것이다. 나의 관심이 클 수록 얻을 수 있는 행복도 크다는 것이다.

관심은 곧 사랑이다. 사랑은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에 통용되는 것 같다. 사랑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다. 그것은 외로움이고, 생명체로써의 하나의 조건을 잃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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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내가 병특 기간동안 쌓아왔던 나만의 철학에 대해 오늘도 또 블로그에 정리해 본다. 물론 이 이외에도 더 많은 생각이 있지만 그렇게 따지면 주제를 한 백 가지는 작성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긴 생각이 있어봤자 그것의 90%는 잡념의 덩어리가 될 것이 뻔하다. 일전에 나는 성공학에 대해 엄청난 연구를 했었는 데, 사실 성공이라는 것은 데일카네기의 서적들, “처세법” “대인관리” “자기관리” 뭐 그 정도가 아닌가 싶다. 핵심보다는 사람들은 사례를 다루면서 이러 저러한 이론을 내놓지만, 실제로 핵심은 별게 없다. 올바른 길로 확고한 마인드를 가지고 노력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생각은 짧을수록 좋은 것 같다. 얼마 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내게 “글을 짧게 썼으면 좋겠다” 라고 했다. 내가 글을 길게 쓰는 이유는 결국 내가 생각이 많아서인데, 짧게 썼으면 좋겠다는 것은 그 만큼 생각을 함축시키고, 보다 더 짧고 굵게 이해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병특이 끝나가는 지금, 나는 정리된 나의 철학을 바탕으로 머리속의 철학을 최대한 굳고, 한편으론 유연하게 만들 생각이다. 내게 참 많은 경험과 생각을 안겨준 1100일이란 시간.. 소중한 시간, 그리고 나는 이 떼의 경험을 누구보다 소중히 여겨서 꼭 성공의 발판으로 삼고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예전의 마음가짐처럼, 내 작은 피땀하나 바쳐서 성공적인 기업을 만드리라.

이런 생각을 하며.. 병가를 쓴 오늘 하루, 오늘의 생각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