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축적 의미

 나의 글들을 보면 하나같이 긴 글들이 많다. 블로그 글도 그렇고 SNS상의 글들도 하나같이 길다. 나같은 사람에게 트위터에 제한된 140자로 말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처음부터 불가능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가끔 주변에서 말좀 핵심만 골라서 얘기하라는 사람이 많다. 최근 학원에서 하는 스터디에서 토플 IBT의 Writing주제에 대한 브레인스토밍을 하는 데에 있어서 어린 친구들이 그런다. 한문장으로 요약해서 말해달라고. 물론 나도 이게 문제인 것은 안다. 말을 길게 늘어놓다 보면 주장이 바뀔수도 있고 예상치 못한 오류도 범할 수 있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나의 숨겨진 의도를 잘 파악하지 못한 친구들이 못내 아쉬울 때에 있다. 사실 난 말을 풀어서 쓰는 것이 상대방에 대한 배려이고 더 나아가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의 과정을 말하게 되다 보면 보다 많은 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서 라고 생각한다. 

 짧은 글을 요구하는 사회, 그렇다. 사회는 빠르고, 유식하고, 함축적이다. 다들 급하게 살아가니 용건만 들으려 하고, 반복적인 말을 싫어하고, 더 길고 긴 뜻을 담고 있는 조금 더 상위 레벨의 어휘를 요구한다. 한자어든 영어든 이런 어휘들은 다들 어렵다. 그렇게 하다 보면 내 무식함이 들어난다. 사자성어 하나 제대로 외우지 못하는 나는 거의 대부분의 상황을 말로 풀어서 쓰곤 한다.

 그래도 나는 내 무식하고 말많은 습성이 함축적으로 말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하면 난 함축적으로 말하는 사람이 싫다. 어디선가 정형화된 사회적인 통념과 지식이 기반이 되서 말하는 그러한 용어들 속에서는, 나같은 한우물만 파던 사람에게는 정말 힘들게 들린다. 한 예로 내가 만약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업무가 오버플로 나서 뻑나고, 과제들은 무한루프보다 더하고, 내 담당 교수는 재귀적으로 맨날 자기 의견 말하다가 스텍포인트로 리턴 안시키고 메모리 오버플로 난다고. 이런 말을 하면 정말 장난 아니면 미친 소리를 들을 것이다. 

 아마도 내가 아직도 교양이 쌓이지 않고, 배울게 많다는 증거겠지만.. 내가 쓰는 대부분의 글들은 개발과 깊은 연관이 있고, 그 만큼 전문 용어를 풀어서 써야 할 일이 많다. 이런 교육적인 컨텐츠를 다루기 위해서 나는 내 글에서는 더 낮고 낮은 모두가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눈높이로 글을 써야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이 나만의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어려운 사회라는 세상이다. 차라리 회사를 다닐때가 더 나을때도 있다는 생각도 들고.. 최소한 그때는 내 전문 용어가 잘 먹혀 들어갔는데.. 토플이 정말 사람 별 생각 다하게 만드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