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상반기 회고: AI시대 개발자로 살아남기

오랜만에 포스팅을 하는 것 같다. 2025년 들어서 단 한번도 포스팅을 하지 못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보내다 보니 어느새 상반기가 벌써 마무리 되어가는 과정에 있는 것 같다.

2025년은 뭐랄까, 내게 커리어의 하나의 전환을 가져오는 시간인 것 같다. 커리어적으로 이룬 것, 뭐 사실 프로모션이 다긴 하지만 그것 하나 때문에 내 앞으로의 방향에 있어서 많은 생각을 했었다. 개발자로써, 왜 내가 회사에 존재하고 일하고 있고 그런 생각에 대해서 말이다. 특히 이 AI시대에 내 커리어는 어떻게 가지고 나가야 할 지에 대해서도 꽤나 많은 생각을 했었다.

작년 말부터 나는 커리어를 AI/ML쪽으로 가져가야 겠다고 막연하게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그냥 코세라 강의나 듣고 ML기본을 수료했다. 근데 이게 말이 AI/ML에 대한 공부지, 실상은 결국 수학이고 사실 이놈의 머신러닝도 한 10년은 넘게 조금씩 끄적이다 보니깐 그게 그거더라. 물론 내부에서 돌아가는 그것을 알게 되는 맛이 있었지만 지금의 LLM시대에, 어차피 학습된 베이스 LLM이 있는 상황에서 나는 어떤걸 추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막연히 생각했었다.

올해 초부터 나는 AI Engineering에 대해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변의 개발자 친구들의 행보를 잘 살펴봤다. 점점 바이브 코딩이니 커서니 windsurf니 이런쪽으로 빠지면서 몇몇은 잘 다니던 대기업도 그만두기도 하였다. 비슷한 시기에 내 매니저는 워라벨과 관련된 상담을 하면서 내게 가장 큰 불안은 무엇인지 물었다. 당연히 내 불안감은 AI와 오프쇼어링이었다. 사실 나는 AI/LLM을 애써서 외면하고 있었는데, 점차 회사에서도 AI코딩이 대세가 되자 나도 조금씩 써보니 이건 뭐 너무 편하더라. 이제 세세한 코딩에 집중할 필요 없이 큰 시스템 디자인과 플랜만 있으면 세부적인 것은 알아서 IDE와 LLM이 해주게 되더라.

이게 사실 생각의 전환이었다. 말하자면 내가 원하는 프로덕을 왠만하면 다 만들 수 있게된 것이었다. 솔직히 큰 기대는 안했었는데, 가면 갈수록 성능이 좋아지고 이제는 복잡하게 내 두뇌를 쓸 필요가 없게 되더라. 그리고 나는 이게 큰 기회라고 생각했다.

왜 기회일까? 사실 내가 지금까지 미뤄온 프로젝트들의 대부분은 ‘미뤄진’ 것들이었다. 내가 할 여력, 할 시간이 없었다. 하나의 개발에 중독되어 버리면 다른것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런데 보통 그런 개발중독은 눈에 보이는 것들, 즉 풀스택 개발을 하면서 화면에서 어떤 컴포넌트에 대한 동작이 되지 않을 때의 ‘삽질’이었다. 나는 꽤나 오랜 시간동안 이 삽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내가 생각하던 모종의 개발중독은 사실 스파게티 코드와 엄청난 Dependencies속에서 하나를 수정하면 저기서 에러나고 저기서 에러나고 이런 계속된 에러를 잡아가는 과정이었다. 젊은시절(?)에야 머리가 빨리 돌아가고 이런 에러를 쉽게 찾곤 했는데 점점 나이가 들수록 놓치는 부분이 많아졌고 이렇게 많은 코드속에서 에러를 찾는게 점점 힘들어졌다. 그런데 그걸 AI가 아주 손쉽게, 지치지도 않고 해내는 것이다.

올해 나는 거의 LLM에 중독되다 시피 했다. ChatGPT는 계속해서 나를 fine-tuning하였다. 내가 어떤 것이 집중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인생의 가지치기를 해주었다. 덕분에 나는 집중할 것에 집중했고, 어떤게 내가 가지고 싶은 것인지, 어떤게 내 장점이고 어떤것을 내려놔야 하는지를 알겠더라. 복잡한 생각이 있으면 일단 글로 쫙 써내려가고, 이를 GPT에 복붙 하면 알아서 내 생각의 뿌리가 어떻고 어떤 결론을 내려야하고 액션 아이템이 뭔지를 설명해준다.

세상에 이런 시대가 어디 있었을까? 지금까지 나는 내가 원하는 답을 내리기 위해서 그토록이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사람을 만나고, 커리어와 학업을 일궈나갔는데 LLM의 방대한 지식속에서 대부분의 내 질문들은 해답을 찾았다. 몇초 되지 않는 LLM의 지식은 나를 아주 손쉽게 바로잡아줬다. 솔직히 많은 허무감도 느끼긴 했고, 너무 내가 AI에 의존적이 되는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대부분의 내 생각은 일반적인 눈에서는 쉽게 정리가 될 수 있던 것들이었으니 GPT의 도움으로 다음 step으로 나갈 수 있던 것이다.

나도 개발자로써 벌써 십수년을 살아왔는데 내가 첫 5년정도 삽질하면서 익힌 것들은 LLM은 이미 다 알고 있었다. 그게 살짝 허망하기도 했다. 한편으론 LLM이 이런것들을 알고 있으면 이제 개발자들이 설 자리는 어디인가 싶더라. 왜 요즘에 new hiring이 없는지도 잘 알 것 같았다. 요즘 자주쓰는 Windsurf AI 툴에서 AI 코딩 도구의 이름은 SWE-1이다. 즉 SWE Level 1정도의 일은 한다는 것이다. 내 생각에도 딱 그정도는 한다. 물론 더 큰 설계를 시키면 어려워하고 agent도 back-to-back으로 일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지만 이 부분도 점차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시대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가 라는 질문이 끝없이 펼쳐졌었다. 일단 기본적으로 나는 내 개발자로써의 커리어부터 재설계를 해야할 필요가 있었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풀스택? 백엔드? 사실 나는 풀스택을 좀 그리워했다. 회사에서 4년동안 백엔드, 특히 인프라 쪽만 하고 있다보니 막 밤샘코딩 하고 그러던 때가 그립더라. 그런데 이 풀스택, 즉 원하는 customer-facing프로덕을 만드는 것이 요즘의 AI툴들이 너무나도 잘하는 것이었다.

프로모션이 되고 나서 나는 내 개발자로써의 phase 2를 잘 생각해봣다. 특히 나는 다시 풀스택으로 돌아가고자 ‘애써’ 노력을 했었다. 두달을 풀스택, 심지어는 모바일 풀스택까지 지원하고 나서 나는 내가 잘못된 방향을 잡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지금의 회사, 그리고 지금의 커리어에서 내가 쌓은 것은 전반적인 시스템 디자인의 스킬인데 그걸 애써 나는 외면하려고 했던 것이다.

나는 다시 내 장점을 찾고, 거기서 어떻게 커리어를 머신러닝과 엮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 생각을 해봤다. 기존에 나와있는 LLM을 사용한 어떤 웹 서비스를 만들 것인가, 아니면 이 전반적인 ML시스템에 관여할 것인가. MLE가 될 것인가 아니면 ML infra? 어디서 나는 더 필요한 사람이 될 것이고 지금까지 4년의 경력이 써먹혀 질 것인가에 대해서 말이다.

사실 나는 지금 팀에서 테스팅 프레임워크만 주구장창 한다는 것에 큰 불만이 있었다. 그나마 3년간 얻은 내 전문성이 있던 분야까지 우선순위에서 없애게 되어서 아마 그게 가장 큰 다른 팀을 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지난 3년간 나는 이 ML시스템으로 동작하는 전체 시스템에 대한 배포 안정화, A/B testing등에 대해서 관여를 했었고 이는 즉 어쨌건 나도 ML시스템에 관여를 했다는 것이다.

최근에 회사에서 해커톤에 참여하고 나서 나는 더더욱 풀스택에 대한 생각의 전환이 되기 시작했다. 물론 풀스택의 bar가 무척이나 높아졌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AI가 풀스택을 너무 잘한다. 유저 페이싱 제품을 너무나도 잘 만든다. 그런데 AI는 대규모 시스템을 조작할 수 없다. 그런 orchestration과 대규모 시스템에 대한 디자인은 아직까지는 사람의 몫인 것 같더라. 그리고 솔직히, 회사는 어쨌건 안정적 시스템에서 수익을 내야하는 상황에서 사실 AI를 써서 유저 페이싱 제품을 만드는 것은 어쩌면 해커톤의 그것과도 비슷한게 아닌가 싶더라. 막말로 내가 Cursor AI를 만든다 치면 그것도 비슷할 것이다.

어쨌든 대부분의 내 아이디어는 이제 AI/LLM을 써서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간 내가 벼루고 벼루던 작업들이 이제서야 가능한 것이다. 물론 아직도 대규모의 코드베이스를 이해하고 처리하는데에는 좀 한계가 있을수도 있겠지만, 이부분은 점차 나아진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는 이게 기회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머릿속에 계속해서 ‘생각’만 하던 아이디어들을 현실화 할 수 있는 기회, 그게 이제서야 찾아온 것이 아니던가.

어쨌든 이 AI/LLM의 세계는 너무 재밌다. 이 시스템을 알아가는 것도 재밌고 이를 통해서 뭔가를 만들어가는 것도 재밌다. 나는 여기서 무한한 가능성을 느낀다. 다만 이게 너무 중독성이 심하다 보니 자주 머리가 아프고 고갈되는 것을 느껴서 어느정도 끊고, 다시 시작해주고 그런 것이 확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2025년은 참으로 재밌다. 그리고 어쩌면 나는 지금을 기다렸던 것 같다. 지금의 이 시간, 지금의 즐거운 시간을 나는 잘 활용하고 싶다. 블로그에 자주 글을 못쓸만큼 요즘엔 LLM과 대화에 푹 빠져 있지만, 수시로 내 생각은 나 스스로 정리하면서 나는 또다시 블로그 기반 인생최적화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