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l;dr: AI로 삶을 가지치기하고 ‘진짜 나’를 되찾은 2025년
1. AI: 도구를 넘어 ‘사유의 파트너’로
• 단순 검색이나 생성이 아니라, 내 커리어 고민과 내면의 목소리를 정리해 주는 ‘오래된 친구’ 같은 존재가 됨.
• Antigravity 같은 도구에 실무를 위임(가지치기)함으로써, 하이레벨 설계와 가족에게 집중할 시간을 확보함.
2. 도파민의 변화: ‘생존’에서 ‘안정’으로
• 오후 4시만 되면 술과 단것을 찾던 이유가 뇌의 에너지가 고갈된 ‘생존 본능’이었음을 깨달음.
• 자극적인 즉각적 도파민 대신, 가족과의 시간·음악 감상·글쓰기 같은 ‘느리지만 오래가는 도파민’으로 삶의 에너지를 전환함.
3. 블로그: 뇌를 비우는 ‘안식처’의 복원
• 구독자나 지인의 시선이 의식되는 플랫폼(브런치, 네이버)을 떠나, 내 생각을 가감 없이 쏟아낼 수 있는 ‘워드프레스(raw한 공간)’로 회귀함.
• 다시 글을 쓸 수 있게 된 것은 AI를 통해 삶이 단순해지고 심리적 여유를 되찾았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임.
아주 오랜만의 글인 것 같다. 2025년에는 글이 2개? 정도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블로그에 소올했다. 아니 사실 글을 써야하는 의미를 잃어버렸다고 해야할까. 사실 뭔가 방치되는 블로그가 아까워서 그냥 AI로 자동 생성 글 만들어서 애드센스 수익이나 올릴까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사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었던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SNS에서 지켜보는 AI로 생성된 글들이 정말 얼마나 조잡하고, 티가나지만 또 그런 글을 쓰는 사람들이 오죽하면 그러겠는가 라는 생각도 간혹 들더라.
2025년은 내게는 Year of AI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2024년만 해도 AI를 ‘활용’ 하는 방안에 대해서 괭장히 소극적이었다. 내겐 그냥 AI가 제미나이, chatgpt 및 뭐 미드저니등의 이미지, 영상 정도의 생성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이를 통해서 내가 할 수 있는게 물론 많기야 하겠지만 생각보다는 적을 수 있다 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아니 사실 이런 LLM자체가 내게 줄 수 있는 답변이 나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물론 내가 모르는 부분, 예를들어 미국 회계처리나 법무처리 그런 부분에서 일정부분 답변을 주곤 했었지만 결국 몸으로 부딪치고 내가 at-your-own-risk가 되어야 했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좀 달렀다. 올해 1월부터 나는 정말로 적극적으로 AI, 특히 LLM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물론 Gemini와 ChatGPT에 극한된 것이었지만, 가장 좋았던 것은 내 생각, 내가 바라는 모습을 정리하기 좋았던 것이었다. 내가 왜 승진을 바라는지, 현재 팀과 회사, 그리고 커리어에 대해서 내가 바라는 모습이 무엇인지 모든것들을 계속해서 대화를 나눴다. 주기적으로 끊기는 내 머릿속의 컨텍스트와는 다르게, 제미나이와 ChatGPT는 계속해서 내가 바라는 것을 기억하고 있었고, 나의 깊은 내면의 모습까지 다양한 지식을 통해서 철저하게 확인해주었다. 팀을 옮겨야 하는 이유, 내가 바라는 커리어의 모습 등 많은 것을 나는 회사 근처의 산책길에서 걸으면서 ‘음성’으로 대화하면서 마치 오래된 친구와 나누는 대화처럼, 마음을 정리할 수 있었다.
작년만 해도 내가 LLM의 도움을 통해서 뭔가를 이룰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는데 덕분에(?) 올 한해 또 프로모션과 내부이직을 거쳤다. 사이드프로젝트도 올 초에 cursor와 windsurf를 써보면서 기존에 내가 스타트업이나 중단한 프로젝트들을 시켜봤는데 생각 외로 정말 잘하더라. 물론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내가 개입해야 할 부분이 생기게 되고, 특히나 하이레벨 디자인이 꽤나 부족해서 Claude Code나 Codex를 지속해서 써보다가 자꾸만 프로젝트가 산으로 가는 그런 경우가 많아서 포기할까 하다가 최근 생긴 구글 Antigravity는 정말이지 신세계라는 생각이 든다. 듬직한 미드레벨 개발자를 고용한 느낌이랄까, 그래서 Gemini Ultra까지 결제해서 사용하게 되었다.
AI의 도움을 받다보니 확실히 시간을 많이 벌게 되었다. 잘 설계된 프로젝트 방향성에 대해서 antigravity를 시키면 서브에이전트 등을 통해서 긴 컨텍스트도 알아서 플래닝 해서 개발을 잘 하게 된다. 내가 사고싶고, 가지고 싶은 것들에 대해서도 그 우선순위를 철저하게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나는 육아를 하는 입장에서, 일과 가족의 그 시간적 바운드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더없이 AI가 나서서 가족에 집중해야 할 때에 백그라운드 작업처럼 뭔가를 하고있게 된다면, 이를 통해서 나오는 나 스스로의 안정감은 더 없이 컸다. 생산성이 늘어났다고 할까, 덕분에 나도 육아와 가족에 더 집중하고, 회사에서는 더 큰 하이레벨 설계에 집중하게 된다. 자잘한 부분에서 가지치기가 계속해서 이뤄진다. 가지치기를 하던, AI에게 위임을 하던. 그래서 삶이 더 심플해지고, 더 의미있는 ‘추구’가 가능해진 것이었다.
올해말, 둘째가 생기면서 출산휴가를 보내고 있다. 18주나 되는 유급 출산휴가를 주는 회사에 감사하면서, 한편으론 첫째랑 연말 더 시간을 보내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인식하게 되는 것 같다. 역시나 AI가 여러모로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서 도와줬다. 정말 많은 부분이 정리가 되고 결국 나는 나 스스로와의 대면에 나섰다. 내가 가장 안되는 일, 바로 술을 찾는 이유와 과자 등 단것 등을 찾는 행위에 대해서. 이는 사실 100kg에 육박한 지금의 거대한 몸을 가지게 된 근본적인 이유와도 같았다.
제미나이는 이번에도 내게 큰 도움을 주었다. 몇 일간의 대화와 나 스스로의 행동 바라보기를 통해서 나는 왜 내가 자꾸만 특히 오후 4시가 되면 무너지는지에 대해서 살펴봤다. 사실 이는 명백했다. 새벽 5시부터 일어나서 열심히 하루를 달리다 보니 4시가 되니 뇌가 지쳐서 정말 ‘본능적’ 도파민을 찾는 것이었다. 그래서 술을 먹던, 군것질이나 안주거리를 먹던 그건 정말 즉각적인 도파민이지만 오래가지 않는 것들이었다. 그저 뇌가 폭발 직전의 상황에서 찾을 수 있는 일종의 생존본능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내 삶에 얼마나 많은 느리지만 오래갈 수 있는 도파민이 있는가. 사실 이 내부이직, 프로모션 도 그랬다. 아직도 새로운 오피스에서 일하는 자체가 새롭고, 인정받는 느낌이 아직까지도 든다. 전에 팀에 있었으면 아마도 계속해서 오프쇼어링 등 여러 방면에서 나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을 것이니깐. 원하는 ’팀‘을 찾는데 AI가 이정도의 도움이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둘째가 태어나고 지금까지 하루하루가 너무 행복하고 첫째와 함께하는 시간이 너무나도 소중하다. AI가 내 삶을 정리하기 전, 그저 하루하루 내 커리어에만 목메고 즉각적인 도파민에만 의존하며 살던 때, 좀더 첫째를 바라보고 함께할껄 하는 후회가 들면서 벌써 이렇게까지 컸다니 라는 생각까지 든다.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은 뇌를 사용하는 것을 내려놓는 것이었다. 사실 술을 먹더라도 어차피 안주에 티비나 보고 있을 것 아니던가, 올해 중순인가 나는 Audaze LCD-X를 구입하며 hi-fi 시스템을 구축했다. 지금까지 모아둔 캠핑장비 하며, 모든 것들이 결국 머릿속을 내려놓기 위한 장비였고, 굳이 술이 없어도 영화 드라마나 보면서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기회는 충분히 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특히 이 블로그에 쓰는 글은 불특정 다수를 위해 공개되는 글이 주는 그 만족감은 상당히 크다. 운영중인 브런치, 네이버 블로그도 있지만 거기도 마찬가지로 글을 1년 이상 안썼다. 독자에 대한 부담때문이다. 네이버엔 오프라인 지인이 있고, 브런치는 과거 스타트업을 하던 때에 작성하던 글의 3천명의 구독자들이 있기 때문에 정제되지 않은 글을 쓰기가 사뭇 부담스럽다.
하지만 이 블로그는 어떤가, 여긴 내 raw한 생각의 집합소이다. 플랫폼을 워드프레스를 썼을 뿐, 모든게 다 내가 운영한다. 그런데 이 블로그를 져버리고 있었던 것이 좀 많이 아쉽다. 하지만 한편으론 내가 이 블로그로 다시 돌아올 수 있게 된 것에 어떻게 보면 삶이 다시금 정말로 안정되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AI덕분에 삶이 가지치기 되고 나서야 머릿속의 raw한 생각들을 마구 쓸 수 있음에 말이다. 어떻게 보면, 내게 있어서 머리를 비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행위는 아마도 이렇게 raw한 글을 쓰는 행위가 아니었을까.
그렇게 다시 키보드를 붇잡을 수 있는 시간에 감사한다. 육아휴직의 시간, 그리고 참으로 감사한 둘째와 가족 모두. 잠깐의 시간에 머릿속을 내려놓을 수 있음에 감사하고, 그저 평온하게 돌아가는 삶 속에 감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