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저뭄, 생각 정리.

여러모로 다채스럽던 4월이 지났다. 생일이 있던 3월 말이 엊그제였는데, 나는 안정되지 않은 채로 봄의 중순을 맞이했다.

4월, 봄의 시작과 함께, 나는 이사를 감행했다. 이사일이 있기 2주 전부터 나는 짐을 쌓을 준비를 했다. 여러가지를 쌓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3년이 채 되지 않게 나와 와이프가 자리했던 이 산호세라는 공간에서, 이렇게나 많은 추억이 쌓였구나 싶었다. 결혼 후 확실히 내게 주어진 자유만큼 나는 생각없이 물건을 쌓아두기 시작했지만, 그것이 어느새 커다란 트럭 한채를 넘어설 정도로 쌓이게 되었다. 아무리 두사람 분량의 짐이라고 해도, 대부분의 것들이 나의 것임은 부정할 수 없었다.

미국에서의 체류가 확실히 정해지지 않은 시점에서, 이렇게나 많은 짐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우리둘만의 짐이 아닌 부모님과 장인 장모님의 사랑이 한가득 보였다. 하지만 이를 제하고서라도, 내가 그간 읽지 않은 책들, 언젠간 보겠지 라고 해서 쌓아둔 것들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이, 이에 대한 나는 많은 반성을 하게 된다. 물건을 소유한 만큼, 내 마음속의 짐이 그토록이나 무겁게 느껴졌던 것들, 너무나도 당연했다. 그리고 그 짐들은 마음속의 여유를 빼앗고, 정화할 시간조차 만들어두지 않았다.

이사를 끝내고 나서는 조금씩 본래의 나로 돌아오려는 시도를 하였다. 일단 물건이 어느정도 배치되는 데에는 1주일 정도가 소요됬다. 다음 한주간은 나는 회사에 출퇴근 하도록 노력했다. 그리고 나서, 나는 조금씩 생활 패턴을 다시잡으려고 노력했다. 잠을  규칙적으로 자고, 새벽시간을 전과 같이 활용하고, 제때 식사를 하고, 줄일 부분은 줄이고, 쓸때없는 구독들, TV와 잡지, 신문 모두를 해지했다. 스타트업 아이템에도 다시금 집중하며, 내가 무엇이 부족한지를 다시금 깨닿기 시작했다. 전체적인 리펙토링을 위해 계속해서 생각했고, 지금은 조금 더 그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글을 쓴다.

사실 내게 젤 부족한 것은 저녁시간과 새벽시간을 잘 활용하지 못함이 컸다. 살이 쪄감과 동시에 책읽기는 더 귀찮아하고, 학교가 끝나면서 공부는 더더욱이나 안하게 되었다. 그렇게 안하면서, 간간히 보는 SNS상에서 나는 상대적 좌절을 느꼈다. 많은 지인들이 발전해나가는 모습에, 나 혼자 정제되어 있는 느낌이 들었다. 몇 번의 내 글들만 봐도 내가 어떤 생각이었는지 알 수 있을 정도이다. 아마 학교가 거의 끝나던 작년 6월부터 시작되었던 이러한 고민은, 정확히 이렇다 할 이유없이 시작되면서 답을 찾지 못했다. 아니, 정확히는 답은 당연히 꾸준히만 하고 마음가짐을 중간정도로 유지하면 되는데 그걸 잘 못했다고 해야할 것 같다.

실패가 연속됬다. 유라임 개발은 그렇다 쳐도 이를 가지고 어떠한 성과 하나 얻지 못했다. 살은 계속 쪄갔고 술을 끊지도 못하고, 인강 등 무엇 하나 제대로 한 것이 없었다. 물론 작게 보면 이리저리 분명 뭔가 많이 하긴 했지만 그건 말 그대로 ‘작게’ 봤을 때이지, 꾸준히 이렇다 할 것을 하지 못한것은 솔직히 말해 크다. 올해가 들어서도 만 4개월이나 취직을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내가 실력이 없는것도, 비자 운이 없는것 등 다양한 에러사항이 있었지만 결론적으로 실패했고, 지속된 실패 속에 나는 현실을 기피하기 위해 목표에 집중하지 않고 자극적인 것들만 연이어 취한 것이다. 그게 가장 크다.

사실 인생은 꾸준함의 연속이다. 살도 꾸준히 빼고 관리해야하고, 식단도 꾸준히, 생활 패턴도 꾸준히, 모든게 규칙적이어야 하고 그 사이에 시간을 만들어 일을 하고 성과를 이뤄야 한다. 하루하루 작은 성과에 스스로가 조금씩 만족하고, 거기서 만족감을 찾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아니, 당연히 술먹고 놀면 기분 좋지. 그런 당연한 즐길거리들은 언제든 할 수 있는데 참지 못하고 이를 “꼭” 해야하는 내 마음 자체는 도통 이해하지는 못했다.

예전에 다이어트 할 때가 기억난다. 눈앞에 초코파이를 보며, 이것은 언제든 먹을 수 있지만, 살은 언제던 뺄 수는 없다. 할 수 있을때 해야지, 하고싶은데 할 수 없다면 하지도 못한다는 것들. 결국 내가 아무리 귀찮고 힘들어도, 어느정도 여유가 되었을 때에 몸을 조금만 더 움직이고 머리를 조금만 더 써서 지식을 창출하고 체력을 기르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학교도 끝난지 벌써 4개월인데, 그 만한 여유가 분명히 있었을테인데 지속된 나태함에 나도 적응을 해버려서일까, 아무리 운동을 한다 해도 충동적인 음주와 생활패턴의 잦은 깨짐이 나를 연신 방해했다. 가장 대표적인 내 ‘충동’ 은, 토요일 주말이 시작되기 전에 아침일찍 술과 함께 영화 등을 즐기기 위해 전날 미리 술과 안주를 사두고, 차안에 둔 다음 다음날 새벽에 일어나 이를 가져와 새벽 약 5시부터 10시까지를 술과 함께 즐기는 것이다.

다행히 올해에는 거의 그런적이 없지만, 충동은 이사오기 전후로도 계속됬다. 마치 내 안에 거대한 괴물이 자리잡고 있는 것 같았다. 술을 먹고 나면 나도모르게 작성되어 있는 SNS의 글이 두려웠고,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내 본성이 두려웠다. 그런 두려움을 알면서도 나는 술을 탐했다. 하지만 이사오고 난 이후로 나는 술에 대해 좀더 크게 고찰을 해보았다. 과연 이 술이란 자체가 나를 얼마나 행복하게 해주는가, 이득과 손해에 대한 글을 적어봤을 때 손해가 이득에 비해 훨씬 더 결여됨을 알게 된 이후로 더욱 더 술에 대해 의아함이 생겼다. 이사오고 난 이후로, 정말 집앞 마트까지 가는데에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데 이렇게 매일 술만 먹다가 과연 내가 멀쩡할까 라는 생각. 언젠가는 간에 이상이 생기고 살은 계속해서 늘어만 갈 것이고, 벌써부터가 뱃살이 심하게 잡히는 문제가 생기는데 이런 것을 감안해서까지 나는 술을 즐겨야 할까에 대한 의아함 말이다.

그래서 계속 줄이려고 해 보았다. 물론 횟수로는 아직도 1주 3회 이상정도로 꽤나 많은 정도다. 하지만, 지난주의 경우 모임에서 3회의 술자리가 있었고 그 전주의 경우는 밤에 정말 잠이오지 않아서 와인 한잔을 먹은 경우다. 아직까지 이사와서는 혼자서 “몰래” 술을 먹은 경우는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내가 이 습관을 버리지 못한다면 정말로 평생을 갈 것이고 나는 무엇하나 제대로 이루는 것 없이 평생을 나태속에서 허우적 될 것 같은 겁이 생겼다. 무엇보다, 저녁이 있는 삶을 즐기고 싶다. 나도 책도 보고 강의도 보고 글도 쓰고 다음날을 준비하며 차분히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지, 술과 티비를 보며 마무리 할 시점은 주말로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첫 술에 배부르랴 라는 말이 있듯이, 결국 끝 없이 나 자신을 돌이켜보고 나쁜 습관을 없애려는 “노력” 없이는 결국 살 수 없다. 요즘엔 소설책을 좀 읽기 시작했는데 이 또한 좋은 술을 대처하는 수단이 된다. 사실 좋은 와인한병과 좋은 치즈와 크라페를 가져다 먹는것이 더 좋은 것 같다. 뱃속에 더 이상 허겁지겁 쓸때없는 음식을 채우고 싶지 않다. 술도 마찬가지다. 이왕 먹는거 좋은 술을 음미하면서 먹고싶다. 얼마전 모임에서 마신 Daou라는 와인 브랜드가 그랬다. blend red와인인데 내 생전 이렇게 맛을 음미하면서 먹은 술이 없었다. 마찬가지다. 나는 아직 너무 어렸다. 빨리빨리 라는 것 때문에 많은 것들을 잃고 살았다. 이제는 군말없이 노력하고 살려고 한다. 유라임에 계속 기록하고, 외부 iframe으로 뺄 수 있는 것을 만들고 이곳에 계속해서 기록하겠다. 내가 꾸준히 해야하는 것들, 공부/개발/운동/건강 은 꼭 계속해서 기록하고 싶다. 더 늦기 전에, 나 스스로를 잡고 이젠 즐거움을 꾸준함으로 대처하고자 한다. 그 전에 유라임부터 하루빨리 완성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