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미학

오랜만에 블로그에 글을 쓴다.

근황은 그냥 정신없다 이다. 새벽에 카페나가서 공부 시작한지 한달 정도 되었다. 물론 중간에 추수감사절은 그냥 집에서 쉬었는데, 그걸 제외하면 꽤 오랜 시간 카페에 나갔었다. 집앞에 카페가 새벽 네시반에 오픈한게 참 좋다. 덕분에 새벽에 명상이랑 요가만 끝내고 바로 갈 수 있으니 말이다. 습관만들기는 너무 편한 것 같다.

토플공부는 두 달째 계속된다. 어느정도 하니깐 하루에 한세트씩 풀어도 크게 지치지 않는다. 지난주는 정말 1주일동안 토플 두번, IELTS한번을 봤다. 토플도 두세트나 풀었다. 리딩 리스닝은 22~24에서 왔다갔다. 정말 25점 이상을 받으려면 평소에는 아에 안틀린다는 생각으로 해야겠구나 싶더라. 모르는 단어는 거의 없어야 하고, 독해력이 엄청 빨라야 하고 전체 문장 흐름/듣기 맥락을 금방 이해해야 하더라. 약간 레벨이 advanced에 들어온 느낌인데 여기서 더 진척되려면 독해력, 단어, 문법, 구문 정도를 계속 익혀야 하고 결국 딱히 정해진 답은 없는 것 같다. 일주일에 두개 이상씩 풀려던 실전 문제집도 그냥 하나만 풀려고 한다. 

결국 시험이란건 일단 유형을 알고, 비슷한 문제를 풀어보고, 모르는 부분 보충하고 결국 끝없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다. 난 여태까지 공부에 “끝”이란게 존재할 줄만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 그나마 어떻게 보면 내 목표점수는 좀 낮은 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전 토플 최고점수에 15점이나 요구하긴 하다. 지금까지 4번 시험을 봤는데 아직은 목표에 6점 정도 모자른 것 같다. 

정말 실력이란게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10월부터 준비하긴 했는데 카페를 다닌 지난 3주가 어떻게 보면 가장 열심히 공부를 했었고, 하루 평균 4시간 정도 공부를 했다. 유학을 떠나온 15년 이후 이렇게 공부할 필요도, 그렇지도 못했는데 어쩌다 보니 나는 나가서 공부를 하고 있더라. 사업이던 일이던 그것보다 더 심적인 안정감과 어떻게 보면 더 편한(?) 길이 이 길임을 이제야 깨닫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공부했던 3주동안 점수는 1~2점씩 조금씩 올랐다. 정말 급격한 사유가 아니고서는 팍 떨어지는 상황은 존재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에전 점수도 안나와서 미국에 왜 살았나 좌절감도 들었지만, 결국 노력은 배신하지 않나보다. 

노력에 대해서, 난 여지껏 노력이 잠도 안자고 희생만 해야하는 일련의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그건 꽤나 잘못된 착각이었다. 최근 공부가 그랬다. 새벽4시에 가서 10시까지 공부를 하고 집에 오면 뭔가 난 이제야 일을 시작해야 하는데 이미 해야 할 공부는 끝냈었다. 그게 크게 어렵지 않았다. 몇주 나름 빡세게 하니깐 어느정도 감도 잡아서 어떻게 실력을 올려야 할지 감을 잡았다. 카페에 앉아서 몇 시간 있는게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다. 사람도 보고, 어쨌든 밖에 있으니깐 폐인같은 기분도 안들고. 처음에는 리딩 하나 끝내기도 힘들었는데 조금씩 발전해서 적어도 일주일에 두세번 정도는 카페에 가게 되더라. 그리고 처음에는 그리 힘들어 보이던 노력도 그렇게 크게 보이지 않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기다려야 하느냐는 것이다. 내가 만약 목표가 만점이라면 정말 힘들 것이다. 일년넘게 이렇게 해도 안될지도 모르겠다. 기초부터 다시 닦고 올라가야 할 것이 뻔하니 말이다. 그런데 만점은 아니고 적당한 수준. 그리고 조바심 내봐야 결과가 달라지는 것은 정말 단 1도 없다는 것이 중요하다. 토플성적을 조마조마 기다리는 것을 얼마전에 없애봤다. 이메일 확인도 하루 1회로 제한했다. 그러다 보니 마음에 점점 여유가 생기더라. 생각해보면 최근의 스트레스들이 대부분 조바심으로 인해 생긴 것들인데, 마음에 여유가 생기다 보니 좀더 인생을 여유롭게 바라볼 수가 있었고, 전과 다르게 내가 정말 어떤 부분이 부족할 지에 대해 좀더 잘 이해하고 깨우치게 되는 것이다.

어찌보면 오랜 습관이었던 이메일 실시간 확인. 아마도 14년부터 계속되왔던 이것. SNS의 중독과 더불어 내게 찾아왔던 것. 노력보다는 빨리 결과가 나왔음을 기대했었던 지난 시간들. 단편적으로 14년도에 GRE를 대비할 때, 학원 두달 다니며 빡세게 했을 때에 나온 꽤 괜찮은 성적에 비하면 4학년을 다니며 솔직히 학업에 치인다는 핑계로 제대로 준비하지 않던 시간 속에 그저 후기만 믿고 보던 시간들. 그렇게 해서 결과는 정말 최악이었고, 좌절감만 커져갔고 덕분에 약해진 마음이 유혹에 약해져서는 박사과정이란 생각도 없던 것에 괜시리 희망만 가지고 있다가 또다시 결과에 좌절하고 그랬던 것이다. 운 좋게 미국에 왔음에도 이런 습관이 고쳐지지 않은 채로 비자문제나 coursework문제로 번졌고, 결혼생활 조차 이런 영향을 받지 않은 것도 아니다. 다이어트에도 조바심 내고, 노력 없이 결과만 기다렸다. 

영어 공부를 하다보니 다시 깨닫는다. “시험”이란게 걸려있으니 내 실력이 객관적으로 판가름이 난다. 목표도 생긴다. 정말 어느정도까지 내가 일단 영어실력을 올려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얼마전에 본 IELTS시험 결과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무래도 아이엘츠 7.5정도까지 목표로 하고 아마도 준비할 것 같다. 이게 내년 목표이고, 내 영어의 목표이다. 읽기/말하기/듣기/쓰기로 되어있는 것들. 특히 듣기. 이건 영어강의 열심히 듣고 세미나 듣고 쉐도잉 하고.. 특히 쉐도잉은 말하기/듣기 커버가 되고, 영작 공부 계속하다 보면 읽기/쓰기가 될 것이다. 근데 끝은 없다. 리딩은 원서/뉴스 계속 습관처럼 보고, 쓰기는 라이팅 교정 꾸준히 받고 학원다니고 밖에 없다. 특히 리딩 독해력은 토플 수준에서 곧 GRE수준까지는 올려야 할테고, 이말은 즉 단어를 얼만큼 알 것인가에도 해당하는 말이기도 하다.

2020년 목표 중 하나는 불어 배우기. 그런데 지금 영어 실력에서 넘어가도 되나 라는 의구심이 든다. 그런데 이게 웃긴것이다. 불어 공부하면 영어 공부 못하나? 아니다. 다만 영어공부가 어느정도 익숙해 지면 불어 공부를 또 천천히 올리면 된다. 이건 결국 습관의 문제이기도 하다. 습관과 더불어, 목표의 문제이다. TEP시험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부분 독학을 하려 하는데 집 근처 (아주 근처는 아니지만) 에 간단한 교육과정도 있으니 이것도 나중에 생각을 좀 해보려고도 하고 있다.

언어 얘기만 줄창 했는데, 난 솔직히 지금 중요한 커리어의 전환을 꿈꾸고 있다. ML엔지니어가 되보려고 한다. SW엔지니어로 살았던 지난 6년의 시간에서 말이다. 다른것보다, 물론 SW엔지니어도 마찬가지이지만 ML엔지니어가 되면 매일이 공부일 것이 틀림없다. 그럼 결국, 지금처럼 살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게 내가 원하는 삶이다. 매일 공부하는 삶 말이다. 삶에 여유보다는 도전할 수 있는 그것을 주고싶다. ML과 더불어, 미국 들어가기 전에 MBA나 이와 유사한 것을 해보려는 생각이 있었는데 Business School을 가기에는 아직 내가 (특히 영어) 이해도 같은게 많이 부족해서 당장은 도전하지 않지만 목표는 확실히 생긴 것 같다. 비즈니스에 대해 알아가는 것은 솔직히 가장 즐겁기도 하다. 아직 유라임을 포기한 것도 아니니 언제가 기회가 될지 모른다.

데이터 과학이랑 ML공부는 정말 엄청나게 공부 주제가 많다. 이걸 다 한꺼번에 절대 습득할 수 없다. 내 생각에는 내 30대를 모두 투자해도 모자를 것 같다. 그래도 확실한 것은, 재미있다. 유라임을 할 때에도 데이터 다루는 것을 즐거워 했는데 이에 대한 심도있는 이해와 적용인 셈이다. 아직은 막 미친듯 손이 가지는 않는데 이것 또한 습관의 문제일 것 같다. 지금은 아직 러닝커브를 극복하지 못했는데 그 순간부터는 정말 흥미로워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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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의 미학. 난 이것을 2020년의 모토로 잡았다. 아직 내년을 준비하기에는 살짝 이른 감이 있지만, 준비하고 싶다. 19년이 아주 잘된 것은 아니지만 아주 못되지도 않았다. 방향을 틀어서 가는 것이 얼마나 큰 인생의 리스크를 수반하는지를 확실히 알았다. 20대와 30대 초반을 모두 난 리스크 속에 스스로를 집어넣었던 것이다. 그리고 난 그것에만 올인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모두 오산이었고, 정확한 방법은 단 하나. 천천히 나아가는 수 밖에 없다. 미친듯한 만족도 없다. 삶에는 노력과 결과만 존재할 뿐. 그래서 느리게 간다는 것이 그만큼 행복하고 즐겁다는 것이다. 약간 러프하게 정리된 2020년의 목표를 다음에는 좀더 정확히 정리해볼 시간을 가지길 바라며, 좀더 느리지만 확실한 발전이 있는 앞으로를 기대해 본다.

CMU MSSM 21' 재학중. 자기데이터 시각화 "유라임" 대표. 전 금융권 소프트웨어/데이터 엔지니어. 대학원 생활, 실리콘벨리, 유라임 이야기를 주로 씁니다. 데이터과학과 시각화, 대용량 아키텍처,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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