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약간의 여유가 생겼다. 거의 5개월 이상을 혼자 빡세게 새로운 회사에서 열심히 개발하고 한차례 투자설명회 이후, 나름 일을 잘 하는 직원 하나를 두고 열심히 시키다 보니 확실히 전처럼 하루 일과의 절반 이상이 날라가는, 것도 몇일을 밤새도록 솔직히 좀 삽질을 많이 하던, 여유나 설계, 큰 틀을 잡을 시간 없이 무턱대고 개발을 한 것이 가장 화근이었다.
확실히 설계를 제대로 하지 않고 개발에 들어가면 무조건 삽질을 한다. 전에도 그랬지만, 왜 이번에도 또 같은 결과를 가지고 갔었을까. 큰 틀을 설계하는 감각이 좀 무뎌졌다고 해야할까, 난 아무래도 그 원인이 가장 크다고 본다. 작게는 개발에서부터 크게는 인생의 큰 틀을 설계하는 감각이 무뎌졌다.
항상 무언가를 시작할 때에는 그저 신나는 생각에 사실 앞뒤도 분간하지 않고, 진지하게 생각조차 하지 않고 무턱대고 나서는 일이 꽤나 많다. 이번 이직이야 어떻게 보면 어쩔 수 없는 것이긴 했다. 하지만, 그 이후의 일들. 약간의 여유가 생겼을 때 또 다시 뭔가를 벌이고 싶은 생각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난 그저 생각 즉시 실천이라는 오래전의 생각이 머릿속에 아직도 습관처럼 자리잡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어제 친구와 게임개발 관련되서 대화를 나눴다. 개인 프로젝트 중에 게임개발은 어찌보면 내 오래된 숙원사업(?)과도 같았다. 본래 게임쪽으로 창업도 했었고, 계속해서 현업에 밀려서 게임개발은 말 그대로 내겐 찬밥신세와도 같았으니 말이다. 블록체인도, 사실 지난 몇 개월동안 아주 “제대로” 공부한 적이 거의 드물다. 수학공부는 스터디를 겨우겨우 따라잡고 있는 판국이고, 코딩 공부는 거의 올스탑, 자료구조나 알고리즘 역시 마찬가지다. 새로운 언어를 공부하고 싶었지만, 그럴 기회는 전혀 없고 오히려 그냥 지금의 자바스크립트 기술이나 제대로 앉고 가자는 생각밖에 없다. 클라우드 공부도 어느 시점에서 좀 막혀있다. 영어공부나 다른 언어 공부는 손도 못대고 있다.
여기까지가 공부라면 게임개발과 마찬가지로 유라임 개발, 그리고 한국에서 진행해야 하는 외주 한건, 그리고 지금 회사의 일까지가 딱 내 바운더리이다. 이중에 사실상 지금 회사의 일 외에는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간 개발자도 없어서 혼자 거의 다 개발을 해야했으니 말이다.
그러면서 한가지 느낀 것이 있다. 내 집중력에 대해서 말이다. 하루 8시간 혹은 그 이상을 일하더라도 정작 내가 개발한 시간이 얼마나 되는가에 대해서이다. 회사에 나가서 일을 하는 것은 정말 규칙적인 무언가에는 좋다. 가끔 집중이 잘 될 때도 있다. 하지만 회사가 먼 관계로 주 2-3회는 집에서 작업을 했고 집에서 일을 하다보니 온종일 늘어지다가 밤 늦게서야, 혹은 새벽에 개발을 시작한다. 솔직히 그쯤에는 집중력에 한계가 없어서 계속해서 버그와 씨름한다. 5시간이 되던, 10시간이 되던 원하는 기능을 만들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결국 개발하다 보면 내가 꽤나 큰 삽질을 했구나 라는 생각이 무척이나 든다. 처음부터 어떻게 할 지에 대해 큰 틀에서 설계를 했으면 될 것을, 나는 계속해서 구멍난 솥을 채우듯이 허겁지겁 버그를 잡는답시고 또 다른 버그를 생성한 것이다.
이런 내 문제점을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집중력을 키우고,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큰 틀에서 생각하고 개발해 나가는 것이다. 특히 개발적으로 보면 솔직히 요즘 TDD를 너무나도 하고 싶다. 자바스크립트 개발을 하다보니 느꼈지만, 어이없게도 전에 잘되던 곳에서 버그가 나는게 너무 많다. 그래서 더더욱이나 TDD를 사용하고 싶은 것이다.
다른 개발 측면에서는, 일단 너무 깊은 책임은 되려 내 시간을 한계 없이 몰아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두 가지 생각이 든다. SaaS와 팀원의 활용이다. 최근 팀원의 활용은 너무나도 잘 알것 같다. 정말 슈퍼개발자라는 것이 주는 함정을, 예전에도 느꼈었지만 이건 결국 내 사생활을 포기해야 하는 것과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예술적인 무언가를 만드는 데에는 조금은 어울릴 지언정, 절대로 규모있는 무언가를 만들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이제는 잘 알 것 같다.
그래서 사실 사람을 만나는게 중요한 것 같다. 네트워킹 말이다. 네트워킹은 결국, 내 지식의 폭을 큰폭으로 늘릴 수 있게 만들어주고 간접적인 경험을 가질 수 있게 한다. 굳이 사람을 만날 필요가 없기도 하다. 요즘엔 유튜브나 개발 서적부터 해서 정말 엄청난 자료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런 수 많은 컨텐츠 속에서 이젠 어떻게 정확한 정보를 빠르게 획득하느냐가 관건인 것 같다. 그리고, 굳이 책을 읽지 않더라도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일단 빠른 이해를 해나가는게 중요한 것 같다.
SaaS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요즘엔 무료 쿼터(quote)가 하도 많아서 사실 돈을 크게 들이지 않고도 개발이 가능한 상황이다. 클라우드는 워낙 내게 익숙하긴 한데, 유라임에서 보면 빅데이터 처리 같은것은 딱히 프레임워크를 쓴 것이 없다. 그런데 최근에 Firebase를 원체 많이 사용하다보니 굳이 내가 왜 백엔드를 개발했는지에 대한 의구심까지도 든다. 프론트앤드는 아직까지는 사람의 손이 많이 들어가야 하지만, 직원을 사용하면서부터 이 또한 전담할 사람이 있다면 아 괜찮은 선택이구나 내지는 외주를 주는것도 괜찮겠다 라는 생각이 물씬 들었다.
결국, 기술적으로 좋은 것을 끝없이 찾아가는 것, 특히나 오픈소스 속에서 찾고, 상용 툴에서 찾고, 이를 사용하고, 그래서 개발 시간을 빠르게 줄여나가는 것이 사실은 가장 큰 관건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프라를 잘 설계하는 사람이 되어야지, 모든 필요한 것들을 직접 만드는 사람은 마찬가지도 사생활을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마지막으로 집중력. 집중력은 결국,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혼자서, 계속해서 큰 틀을 잡아나가야 하는 것이다. 한시간이든, 30분이던, 10분이던 그 시간의 집중력을 키우고 오로지 내가 하는 그것에만 매진하는 것. 그리고 정말 중요한 것은 “올바른” 방향으로 집중하는 것, 그게 그렇게나 중요한 것 같다.
이제 생각한다. 정말로 내가 원하는 것을 깊이있게 고민해 봐야한다. 흐트러진 삶이 없이, 만족스러운 삶을 위해서는 결국 혼자만의 힘으로는 안되고, 손을 빌려야 한다. 그러면서도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해 집중해야 한다. 맑은 정신과, 정확한 방향이 중요하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사람, 정보, SaaS, 집중력. 결국 이것이 2019년이 절반이나 흐른 지금시점에서 내가 키우고 가꿔나가야 하는 것을, 이제야 다시금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