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도 했고, 2018년도 밝아왔고 여러모로 새로운 시작을 하고 있었다. 연초에 취업준비 관련해서 또다시 열심히 알아보기도 했고, 일주일에 한두번 정도는 지인 혹은 새로운 분들을 만나머 이런저러한 이야기를 나누고, 거기서 얻는것도 있었고 그렇게 꽤나 괜찮았던 1월의 둘째주까지를 보냈다.
하지만 이런 안정(?)은 약 10일 전부터 조금 아쉽게 되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것은, 유라임 관련되서 지인이 꼭 빨리 완성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에 갑작스래 필받아서 (물론 그전에도 꾸준히 하긴 했지만) 완성시키고 이번에는 꼭 리얼에 반영하고자 해서 리얼로 올려봤다. 그리고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Gitlab서버가 죽어서 복구하는데 하루, SSL도 만료 및 설정이 잘못되서 이틀을 보내고, 막상 리얼에 올리니 발생하는 수 많은 문제들, 특히 속도때문에 CloudSQL을 로컬로 돌리는데 이틀 걸리고 등등등, 취업 준비는 해야하는데 유라임 개발만 지난 9일동안 해왔으니, 정말 그 기간동안 제대로 한 코딩공부가 전혀 없었다.
유라임의 끝이 있을까? 스타트업이라면 뭔가 확실히 몇일을 밤새서 뭔가 해나간다는 것은 확실히 맞다. 그런데 나도 ‘개발중독’ 이라고 생각한 것이 있긴 하다. 7년 전이지만 다니길 개발때가 그랬다. 너무 기술에 욕심부린 나머지, 약 한달을 정말 폐인처럼 보냈다. 8시쯤 퇴근하면 4시간 자고, 12시부터 출근전까지 공모전 준비를 했다. 그렇게 약 한달을 보내니 사람몰골이 말이 아니더라. 계획했던 그 모든것을 하나도 하지 못하고 그저 공모전에만 치중했다. 물론 덕분에 내 실력이 비대하게 증가하긴 해서 아이러니 하다.
그런 마감일이 임박해서 부랴부랴 하는 습관은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시험기간이 임박해서 공부를 시작하거나, 프로젝트 역시 임박해서 진행했다. ‘벼락치기’ 라는 말이 맞을까, 때문에 운을 좀 더 많이 믿었던 것 같기도 하다. 여하튼 이런 습관이 무려 7년간 계속되었으니, 그러면서 내게 꾸준함이란 있었을까, ‘유학 결심’ 이란 자체가 내겐 그 중에 그나마 가장 컸던 것 같다. 토플 1년, GRE 반년을 준비하며 미국 대학원 하나만을 바라고 스스로와 씨름했던 순간들, 미천한 영어 실력에 비하면 준비할께 너무나도 많았는데, 그러기에는 내 의지가 많이 부족했었다. 학원에 새벽 5시에 나가면 뭘하나, 결국 스스로 공부를 하는 시간에서 나는 스스로를 잡지 못했는데.
마찬가지이다. 모든 상황을 외부적 요인에 맏기려고 했던 나의 성향들, 스스로를 잡지 못하니 다닌 학원들이 많다. 영국문화원, 해커스 토익, 해커스 토플, 해커스 GRE, 삼육어학원, 플랜티어학원, 박정어학원, 이익훈어학원, 파고다어학원 등등. 모든게 어학원이다. 그런데 이런 학원들이 아니라 내가 진짜 스스로 공부를 다짐하고 해보았던 때가 얼마나 될까? 스무살 이후로는 거의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서른에 가장 내가 도전을 받고 있는것이 바로 꾸준한 삶이다. 20대때에는 원하는게 있으면 어떻게던 될 줄 알았는데, 서른이 되니 꾸준함이 없으면 절대 아무것도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작년 연말부터 지금까지, 새벽에 꾸준히 일어나고, 일기쓰고 아침일정하고, 커피한잔 하며 신문보고, 책보고 좋은 글 읽고, 다시 책상에 앉아서 영어공부하고, 코딩공부 하고, 이력서 수정하고, 포트폴리오 정리하고, 밥먹고, 운동갔다 오고, 지치면 쇼파에 앉아서 쉬고, 이런 단순한 삶들 말이다.
학교를 다닐 때에는 그저 수업과 팀플 이후에 지쳐서 터덜터덜 집에 오면 쇼파에 앉아서 아무것도 하기 싫었는데, 그때에도 ‘외부적’ 환경에 의해 내가 힘들었고, 지쳤다. 그래서 그냥 모든것들이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도 빨리 졸업하고 싶고, 시험도 그냥 빨리 끝났으면 좋겠고. ‘최선’ 이라기 보다는 외부적 상황을 빨리 해결하고 싶은게 그냥 나의 목표였다. 즐기지도 못했고, 아무리 생각해도 계속해서 피하려고만 했다. 왜 학부와 석사시절에 내 눈길을 끌었던 것이 하나도 없었을까? 정말 5년간 물론 부분적인 기억나는 순간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하지 못했다. 그래서 학부나 대학원이나 성적이 3.5라는 고만고만한 성적이 나온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 모든 외부적 상황이 없어졌다. 아니, 사실 학교란 자체도 내가 선택한 것이고 수업도 다 내 선택이다. 그런데 왜 내가 이를 외부적 상황이라 생각할까? 난 그것도 웃기다고 본다. 사실 인생의 대부분은 모두 나의 선택이었다. 나처럼 자유가 컸던 사람도 없었다. 고교 2학년까지도 수능 공부를 하지 않았고 공모전 준비를 했다. 대학에 가서도 하고싶은 사업을 했었었다. 하고싶은 수업만 들었고, 하고싶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모든게 내 자유였다. 타의에 의해 했던 것은 기억이 미비할 정도로 거의 없었다.
아마 이유는, 일단 나 스스로의 역량을 너무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어서가 가장 클 것 같다. 모든 할 수 있다고 일단 말하고 보고는 중간쯤 지쳐서 결과는 썩 좋은 것이 나오지 못한다. 외부적인 모든 많은것들이 꽉 차있어야지만 나는 그게 살아가는 것이라 생각했다. 캘린더도 꽉 차있다. 일주일을 모두 생산적으로 보내고 싶었다. 그래서 미친듯 계획도 세우고, 지키려고 노력했지만 지난 6년을 비춰봤을 때 많아야 약 40% 정도를 지켜낸 정도이다. 특히 꾸준히 하려한 계획들은 많이들 지켜지지 못하고 있었다.
확실히, 나 스스로 생각하는 생산성 내지는 목표에 대한 생각을 이제는 바꿔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단순히 기록하는 것 말고, 실제 발전해 나가는 수치를 보면서 오늘은 내가 이만큼 했구나 라는 그런 것들을 알아가야지, 매번 하기싫다고 나자빠져 있는 모습도 보기 싫다. 내가 선택한 것 만큼은 성공을 하던 실패를 하던, 대충하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선택과 집중이 되려면 그만큼의 여력이 있어야 한다. 큰 목표를 위해 내가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깨달아야 한다. 지금 당장 내가 무엇을 해야할지, 그것에 대해 알고 이에 대한 시간투자를 많이 해야한다.
지금의 유라임 개발이 그렇다. 사실 정말 시도때도 없이 문제가 보이고, 발생하는 것이 이 유라임 프로젝트이다. 그래서 사실 문제가 보일때마다 수정하곤 했는데, 그럴때마다 최소 30분에서 몇시간은 잡아먹었다. 최근 10일간 버그부터 해서 실서버에 반영하려고 서론에서 밝혔듯이 아무것도 못했다. 그런데 당장 이게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일까,
유라임 개발이 물론 내게 중요하다. 7년간 내가 하고싶던 것을 이제야 오픈하려고 하니깐 말이다. 그런데 내가 아무리 천재개발자라 하더라도 이걸 단기간에는 절대로 완벽하게 완성해서 오픈할 수는 없다. 예전에 다니길이야 정해진 데드라인이 있어서 조금만 더 라는게 통했고, 개인 프로젝트여서 더욱더 그게 가능했다. 하지만 유라임은 규모면에서는 상당히 크다. 내가 2년간 틈틈히 이를 개발한 것도 사실상 대단하다고 봐야한다. 그래서 사실 어떤 날짜나 텀을 정해두고 그 기간동안 개발을 해야하는데, 지금까지가 그랬다. 작년 6월부터 거의 매일같이 잡고 있었다. 개발한 시간이 약 410시간이다. 주말을 제외하면 하루평균 3시간은 이것만 붙잡고 있었다는 얘기이다.
그런데 정말 이런 삶이 좋은 것일까? 사실 이게 벼락치기랑 비교해서 어떤 차이점이 있을가, 이제 막 시간이 주어졌다고 물론 내가 작년 6월부터 10월까지 딱 4개월만 죽어라 해보자 라고 했었지만 실상은 10월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하루에 꾸준히 하는 것도 아니고 어떤 때에는 9시간동안 줄창 잡고 있다. 이건 정말 중독 수준을 훨씬 벗어나서, 정말 일상 생활이 되지 않을 정도이다.
이런 삶을 어떻게 하면 벗어날 수 있을까? 사실 벗어난다는 자체도 웃기지만, 그런 내 노력에 비해서 실제 산출물의 퀄리티는 그렇게 놓지 않다. 이유는 단 하나다. 툴과 언어에 대한 충분한 숙지가 안된 상황에서 내가 섵불리 접근해서 그런게 아닌가 싶다. 내가 개발 6~7년차를 자처하고 있지만 실제 실무 능력이 그정도까지 될까? 물론 이런 한번의 빡센 모듈 개발을 통해 얻는것은 엄청나지만, 이런 삶이 계속된다면 나로써도 지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실 유라임 개발은 내 현실도피수단이다. 현실은 영어공부, 코딩공부, 다이어트 등 할 것이 참으로 많다. 그런데 유라임 개발은 재밌다. 그 결과가 눈에 바로바로 보인다. 그리고 유라임 개발을 통해 내가 얻는 것도 많다고 생각했다. 수 많은 라이브러리를 쓰니깐 눈에 보이는 무언가를 개발한다는 자체가 매력적이었다. 게임을 하거나 TV예능을 보거나, 심지어 그 좋아하는 술보다도 매력적이었다. 사업으로 시작한 일이지만, 하나의 취미생활이 되었다고 할까.
결국 아직도 나는 바로바로 결과가 보이는 그런 단편적인 흥분에 익숙한 셈이다. 꾸준한 공부를 통해 얻는 그런 습관이 제대로 길러져 있지 않다. 내가 물론 느리고, 또 느리다. 그렇다고 공부를 시작하면 10분이 머다하고 딴짓을 하기 일수이다. 지난 모든 과정의 공부가 그랬다. 그러다 지치면 또 딴짓하고 한없이 늘어져 있다가 게임하고 술먹고 그러면서 시간을 참으로 알차게 까먹었다. 내게 있어서는 단편적인 흥의 수단이 삶의 우선이었다.
이제와서 느끼지만, 그런 삶을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 크다. 일단 평생 해야할 것은 평생 해야겠고, 꾸준한 삶에서 조금씩 목표를 설정해 나가며 그것을 통해 무언가를 해야겠다. 이런 꾸준한 삶을 위해 포기할 것은 또 포기할줄 알아야 한다. 슬프지만, 마약과도 같은 유라임 개발이 그러하고 술 또한 그렇다. 사실 이 두개만 제외해도 다른 딴짓 해봤자 시간이 거기서 거기다.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 나도 이런 같은 소리를 수백번이나 일기장과 이곳에 하는 것 같지만, 내가 담배를 끊을 때 그랬다. 금연 시도만 천번은 했던 것 같다. 그렇게 해야지 그나마 이룰 수 있는것처럼, 삶의 우선순위가 있을 때 이를 위해 버려야 할 것은 정말 과감히 버려야 할 것 같다. 새벽이 있는 삶, 결국 답은 그것이 아닐까. 조금 더 나를 냉정하게 바라보고, 부족한 부분을 보충할 수 있는 시간을 채우고 살아가자. 정리란 그런 것이다. 선택과 집중, 그것만큼은 명심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