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와 데드라인의 경계

추석이다. 미국에 있다보니 선듯 추석의 느낌을 받기가 힘들었는데, 의외로 부모님과 처가와의 통화에서 추석의 분위기가 물씬 나기도 했다. 덕분에 지난 주말을 와이프와 함께 나름대로 추석 분위기를 내고자 한국에서처럼 베란다에서 고기까지 구워먹고, 근방의 소노마라는 와인 산지에 방문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약간 우연찮게이지만, 이번 주말은 정말 자바8에 대한 공부로 보냈다. 사실 전부터 자바8에 대한 욕망이 매우 컸지만, 시간이 없다는 생각에 공부를 주저했는데 마침 케빈 님의 모던 자바에 대한 강의 를 어쩌다가 발견하게 되고는 내용 자체가 매우 내가 보고싶던, 함수형 프로그래밍에 대한 그것도 자바에 대한 내용이어서 그 즉시 정주행을 시작했다. 이틀간 병렬 프로그래밍과 클로저를 제외하고는, 우선은 필요한 맵과 관련된 부분을 공부했는데 정말이지 코드의 가독성이나 에러발생 가능성에 대해서는 상당량 줄어든 코드를 보고 놀람을 금치 못했다.

강의에 대해 조금 더 말해보자면, 올 초에 나는 Coursera의 Functional Programming 강의 를 약 3주에 거쳐 들었다. (관련 포스팅) 당시에는 솔직히 정말 함수형 프로그래밍에 대해 러프한 정도로 이해했지만, 자바를 통한 함수형 프로그래밍이 뭔가 상당수 이해력 자체에 있어서는 빠르게 느껴졌다. 사실 실무에서는 스칼라라는 자체를 사용해 본 적이 없어서일까, 아마 더 그럴 것 같다. 그래서 점차 내 메인 언어도 함수형 언어로 변하는 것 같다. 생각해보니 jQuery나 자바스크립트 자체가 함수형 언어라 내가 익숙하다 싶은 것도 있지만 스칼라나 자바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앞으로는 앱개발 또한 스위프트를 통해 개발하고자 한다. 스칼라/자바8/AngularJS/Swift 정도의 구성이랄까..

어쨌든, 바로 지난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나는 너무 이런 기술적인 욕심이 많다고 생각한다. 뭔가 모르고 있으면 내가 뒤쳐질 것 같은 그런 심리적 압박이랄까, 은연중에 그런게 존재한다. 때문에 계속해서 신기술을 추구한다. 좋은 습관일 지도 모르겠지만 자꾸만 실서비스에 응용하고자 하는 욕심이 나서 작업의 진행 정도가 너무나도 더딘 것이 문제이다. 

사실 이런 나의 성향을 만드는 데에는 일전에 사업을 접고 다시금 개발자의 세계로 발을 들였을 때, 심지어 Ajax나 Open API조차 모르던 내가 스스로 걱정이 되서, 당시에는 군입대가 늦었다 판단하여 병특을 가려 했는데 병특을 가기에는 너무나도 미숙한 실력이었다. 때문에 닥치는대로 기반 기술을 섭렵하는데 주력하였다. 그러던 중, 특히 UI적인 부분에서 멋져 보이던 WPF라는 기술에 심취하였고, 아마 그때부터 나의 기술에 대한 욕심이 시작되지 않았나 싶다. 아니, 기술에 대한 조급함이 시작되었다.

처음 입사했던 회사에서도, 닷넷과 자바에 있어 어떤 기술에 집중해야 할지를 생각하던 중, 사수의 자바 소스코드를 확보하고 스프링을 다룰 수 있게되자 내 몸값이 두배는 뛴 것처럼 느껴졌다. 실제로도 JSP와 스프링을 안다는 것이 이직을 할 때에 몸값을 약 2배 정도 높혀주는 큰 계기가 되었으니 말이다. 이직한 회사에서도 이리 저리 파견을 나가며 신기술=몸값 이라는 생각이 나를 지배했고, 다시금 대학으로 돌아왔을 때에 이는 절정에 달하여 스칼라를 필두로 지속해서 신기술을 배워나갔다.

하지만, 배움 자체는 좋다. 그런데 배우는 것은 둘째치고 우선 질질 끌어왔던 본사 업무라던가 개인 프로젝트 등, 실제 결과물은 대체 언제 나올것이란 말인가. 결국, 나는 신기술 공부라는 핑계로 개발에 대한 데드라인을 지키지 못하는, 그말은 즉 업무에 있어서는 아직도 하수라는 말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엊그제 대두와의 대화에서, '데드라인이 코앞인데 신기술 공부할 시간이 어디있냐' 라는 얘기를 들었다. 백번 천번 맞는 말이다. 과연 지금의 공부를 핑계삼아 데드라인을 지연시키는, 이런 모습이 분명 내게 크나큰 후회를 안길 것이다. 결국, 한 방향에서 다른 방향으로 새는 자체를, 나는 염두해두고 선택과 집중을 해야할 것이다. 목표는 구체적으로, 그리고 데드라인을 꾸준히 정해야 스스로도 실천력이 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