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 Please,
새벽녘, 뮤즈의 노래가 은은하게 퍼지는 가운데, 그 어떤 세계의 중심에서 나는 스스로의 방향을 찾으려는 노력을 한다.
내가 그렇게 방향이 없는 놈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아니, 2009년의 나는 방향성에 대한 선택의 기로에 놓이긴 했지만 이렇게나 지금처럼, 무언가 앞으로의 서른을 설계할 생각에 사뭇 긴장할 정도까지는 되지 않았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 놈인가, 아니 무엇을 싫어하는 놈인가 라는 것이 어찌보면 답일 것 같다.
선택의 폭이 넓다는 자체가 내겐 지독한 방황의 근원이 된 것 같다. 끝없이 바라고 있던 욕심의 그 진원지에 문득 오고나니, 무언가 다 이룰 것만 같더라. 하지만 지금의 나는, 현실 앞에서 한없이 한계와 맞닿으며 스스로의 한계를 미친듯 규정하고 있다. 세계 최고라는 생각보다는, 나의 지금의 선택이 새로운 가족의 미래와 연결된다는 생각에 그 어느것도 함부로 선택할 수 없다.
그래도 이렇게, 미친듯 우연찮게, 그리고 더 저지르기 전에 우주속에 홀로 존재한 나의 고독 속 몽상이라는 자체를 알게 되었다. 되돌릴 수 없는 길을 걸었을때, 실패의 그 느낌이 내게 경고라도 한 것일까, 지난 수년간 찾으러 든 것이, 그토록이나 안보이던 것이, 이제 막 만들려고 했던 내 세계를 비꼬기라도 한듯 등장했을까. 그리고, 그 세계는 한없이 컸다.
세상에나, 어쩜 나는 이토록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점에대해 그 오만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을까. 마치 아직 공개도 되지 않은 로또번호라도 알고있는 마냥, 내가 입고있던 그 옷이 사실은 명품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되자, 보인다. 그 세계를 만들려고 이미 노력했던 사람들의 그러한 길들이 말이다.
나는 충분히 오만하고 있었다. 충분히 기만하고 있었다. 지난 수 년간 무엇에 이리도 홀려서, 귀신이라도 본 마냥 이제는 정신이 혼미하다. 갑자기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느낌이다. 갑자기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살아오며 많은 날들을 난 그저 단순무식하게 나의 의식의 흐름에 몸을 기대었다. 흘러가는 시간 속, 그저 하나의 몽환적 환상 속에 내가 정말 빠져 살았구나. 순수함 보다는, 기만한 삶을 살았구나.
이젠 화이팅을 외치며 스스로를 무마하던 내가 어리석게 느껴진다. 진심으로, 과연 이 멍한 현실 속에 답은 있을까.. 오로지 나의 허상 속 망상에 불과했던 것일까. 아, 안타깝다. 결국 이런 나였구나. 결국 이렇게 보였을 것이구나.. 깊어가는 좌절 속에, 나는 과연 답을 찾을 수 있을까. 지금은 그저, 머릿속을 끝없이 해부해 볼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리고 결국 답은 찾겠지. 내가 배워나갈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는 것을…
이제야 나는, 존재감을 인식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