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photo: 얼마전 다녀온 Pinnacles NP Campgrounds에서.)
7월, 벌써 2016년도 절반이 넘었다. 미국에 온지는 11개월쯤, 곧 있으면 일년이 다 되어간다. 벌써 참, 시간이 빠르구나.. 이 블로그에 글을 쓴지도 8년이다. 요즘에는 관심있는 아키텍처나 마이크로서비스 등에 대해 조금 더 연구와 공부를 해서 브런치에는 심도있는 글을 쓰는 반면, 여행지나 캐주얼한 글은 네이버블로그 에 쓰곤 한다. 글을 이렇게 분리해서 쓰는 것은 좋아하지 않지만, 원하는 컨텐츠에 따른 독자 분류가 다르다보니 (사실 독자라 할 것도 없지만..) 이리저리 시도를 해보는 것은 사실 그렇게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미국에 살면서 사실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시간은 많고, 책임은 막중해 졌다는 것이다. 방학인 지금은, 계절학기를 제외하면 학교 과제에 대한 부담도 없어서 공부할 것도 많이 없다. 하지만 이제 막 시작한 스타트업에서 내가 하고싶은 모든 것을 하자면 공부할께 참으로 많다. 경영적인 부분은 천천히 한다고 쳐도, 당장의 프로토타입에 있어서 그간의 내 연구 아닌 연구를 정리해야하고, 이에 따른 문서화도 진행해야 하고, 아키텍처나 UI/UX등 만들어야 할 문서도 많다. 향후 Co-work을 위한 각종 협업 시스템도 설계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학부때 내가 시도해본 경험 등으로 커버는 할 수 있다. 그래도 뭐랄까, 이 공허함 속에서 오는 책임감이나 부담을 커버하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다.
솔직히 말해, 지난 11개월은 공허함의 연속이었다. 밤만 되면 찾아오면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나를 압박했다. 아마 대학원 준비 과정에서부터 쌓여온 불안감이 미국에 와서도 계속된 것이 아닐까 싶다. 지금도 사실, 스타트업을 하기도 하고 대학원을 다니지만 당장 이렇다 할 업적이 있는 것도 아니고, 되려 결혼을 해서 가정을 만들고 책임져야 하는 사람까지 생기니 부담이 커지더라. 한편으로는 스스로 워낙 규칙적인 생활을 많이 해와서 이런 성실한 가장으로써의 모습은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미국와서의 많은 불안감들이 사실 지금와서는 크게 스스로를 많이 반성하게 하는 것 같다.
사실 지금까지는 많이 현실을 회피했다. 그저 잊고 싶었다. 최근에서까지도 밤마다 혼자 술을 마셨고, 숨쉬는 것까지 많은 돈이 들어가는 이곳에서의 삶을 그렇게 허비했다. 어디 하나 내색하기도 싫었다. 와이프, 부모님 모두에게 강한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다. 강해지고 싶었는데, 자꾸만 그게 안됬다. 하고싶은건 많은데, 무엇을 당장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특히나 미국에서의 신분 문제가, 정확히 말하면 스타트업을 하기 위한 신분문제가 가장 컸다. 작년 9월부터 계속 준비하다 올해 4월에서야 끝났으니, 정말 길고 긴 여정이었는데 이건 그저 초석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조급한 성격의 나를 더 힘들게 만들었다고나 할까.
그렇게 2개월의 시간이 지났다. 결국 이곳에서의 생활은, 겸손하고, 자만하지 않지만 스스로를 꾸준히 챙기면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를 다니면서, 두 학기를 다니며 느꼈지만 누구 하나 나를 챙겨줄 사람이 없다. 가정이 있지만, 집문을 나서면 보이지 않는 전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곳에서의 신분 문제도 그렇지만, 결국 내 입지를 나 스스로 만들어가고 챙겨나가야 하는데 그것이 자만이 되어서도 안되지만 그렇다고 너무 주눅들어서 소심하게 집에만 쳐 박혀 있으면 전자나 후자나 피차일반 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공부를 좀 더 많이한다. 술보다는 책이나, 악기 혹은 프로그래밍 강의를 듣곤 한다. 듣고만 있어도 마음이 편해진다. 왜 여태껏 몰랐을까, 결국 이곳에서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것은 머릿속에 꾸준하게 입력이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TV속에 다큐멘터리가 되던, 정말 low한 CS의 학문이던간에, 내가 관심있는 분야에서는 적어도 정말 깊이가 있는 정도가 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
그래서 긴장을 늦출 수는 없는데, 그런 긴장이 너무 심하면 안되는 것 같다. 스트레스 관리부터 해서 철저한 자기관리가 '기본'으로 가져가되, 꾸준히 공부하고 개발해 나가야 할 뿐이다. 한편으로는 여행도, 운동도 틈틈이 하면서 공허한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가져가는 것이다.
그리 많지는 않지만, 한달에 한두번 정도는 이곳 사회에서의 모임을 갖는다. 정말 테크쪽에서는 어느정도 자신이 있는 사람들의 모임, 그 속에서 대화를 하면 솔직히 행복하다. 한국에 살면서 테크쪽의 말이 잘 통하는 경우가 흔하지 않았다. 물론 많은 한국에서의 친구가 있지만, 지금까지 대화를 이어나가는 그룹은 몇 되지 않고, 이들은 내가 정말 엉뚱한 기술적인 상상력이나, 혹은 취미에 대한 취향이 맞거나, 그런 부분에서 지금까지 대화가 되는 존재이다. 뭐 따지고 보면 나도 술자리도 좋아하고 해서 정말 가벼운 인연이 많지만, 그것은 20대에 추억으로 간직하는 것으로 충분한 것 같다.
말이 나온김에, 사실 이상하게도 미국에서 약간의 향수병 같은 것도 없지않아 있다. 잠깐이라도 힘들면 학교 앞의 선술집에 들러 후배나 친구들과 막걸리 한두잔 하던 공간, 힘들게 집에 오면 어머니가 차려두신 밥상과 따뜻한 한마디들, 아버지와의 심도있는 대화, 나를 반겨주던 강아지들. 물론 결혼을 하면서 한차례 이런 추억들과 작별을 하긴 했지만, 지금까지의 나는 미국에서 생기는 새로운 종류의 스트레스인지 아닌지도 분간이 안되는 것들을 어떻게 해소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계속해서 시행착오를 겪어왔다. 정말 많은 취미를 가져보고, 개발에도 빠져보고, 술도 먹고 책도보고, 그러다 최근에서야 알게 되었지만 결국 알아가는 재미를 찾는 것 만큼 확실하게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도 없다는 것을 느꼈다.
그립긴 하다. 하지만 미국에서 새롭게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미국와서 한달에 한번 꼴로 여행을 다녔고, 최근에는 와이프와 캠핑도 시작했다. 그러면서 이곳 사람들의 삶을 좀 더 깊게 알아가고 있다. 그러면서 여행에서의 스토리를 만들고, 하나의 시각적 전환점을 찾았다. 일종의 탈출구랄까, 없지 않아 교류하게 되는 미국인들과의 삶에서 그런것을 느끼게 되더라.
그래 뭐, 아직은 초반이라 그렇겠지. 얼마전 찾아온 지인은 우리 집이 한 10년은 되어 보이는 것 같다고 한다. 그 만큼 나도 미국에서의 삶이 애착이 간다. 하지만 가끔 '정'이 없는 사회가 야속하게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사회가 아닌 이상 내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삶을 살기는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다. 꾸준함과 성실함도 자신이 있지만, 무한 자유와 책임의 사회가 되어야 비로서 그간의 머릿속에 복잡하게 쌓아왔던 것을 분출할 수 있으니 말이다.
결국 혼자만의 시간을 얼마나 빨리 극복하느냐가 관건인 것 같다. 향수병이나 야속함 등의 감정은 사실 쓸때없는 것이다. 스무살 사업을 했을 때, 사회의 그 야속함을 느껴 블로그에 쓸때없는 글을 작성하거나, 흡연과 폭주로 해소하던 시절은 지났다. 서른살의 나는, 문제가 생기면 끙끙 앓는 것이 아니라 다방면으로 해결책을 모색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론은 공부를 하고, 작품을 만들 수 밖에 없다. 근데 이상하게도 이게 사실 내가 바래오던 이상적인 삶이다. 답은 없지만, 답을 찾기 위한 수 많은 레퍼런스가 존재하는 공간, 사실 영어를 공부한 자체도 더 많은 페이퍼와 책을 읽기 위해서가 아니던가. 그런데 미국이란 공간이 그렇다. 영어를 알면 알수록, 들을수록, 말할수록 한국에 있을 때보다 수십 배는 더 알 수 있는 것이 많다. 그리고 그정도는 되야, 적어도 내 머릿속에 무언가의 실행 여부를 알 수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더 도전해 볼 수 있는 것 같다.
결국 뭐랄까, 약간은 박사같은 삶을 사는 것은 아닐까. 비록 좌절된 결과이긴 하지만, 사실 뭔가를 이루고 그런 것에서 실패때문에 긴 시간동안 좌절을 느끼는 것 만큼이나 쓸때없는 짓도 없다. 포기만 하지 않으면, 계속 도전해 보면 되는 것이니깐. 사실 그래서 박사를 다시 갈까도 생각했지만, 아니다. 교수로써의 삶은 언젠가는 하겠지만 지금은 그저 조직으로 한번 다시 돌아가고 싶다. 그리고 그 전에, 그간 박사과정의 주제로써, 그리고 내 개발에 있어서의 전체적인 정리에 있어서, 지금의 스타트업을 끝내고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다.
진로에 있어서도 약간은 생각이 바뀌었다. 원래 미국에서는 대학원을 간 이유는 OPT취득 후 취업하기 위해서이다. 지금 생각에서도 대기업으로 취업을 하고 싶다. 솔직히 말해 대기업 경험이 나는 좀 빈약하다. 그래서 그 문화를 느끼고 싶기도 하고, 조금 더 솔직히 말해 안정적인 삶을 찾고싶기도 하다. 어차피 미국에 오래 있으려면 해결해야 하는 것이 신분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에 대기업 취직은 가장 쉬운 루트이기도 하니깐.
하지만 그 전에 내가 이렇게 약간은 무리해서 스타트업을 만든 이유는, 후회 없이 돌아가고 싶어서 이다. 박사과정 준비 이전부터, 정확히 말해 2011년부터 설계하던 내 유라임 프로젝트를 마무리를 짓고 싶고, 한편으로는 스타트업 생태계를 몸소 체험해 보고 싶다. 이 스타트업을 통해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그런 깨어있는 인맥을 먼저 만들고, 나중에 대기업에 합류해서 안정적인 삶을 누린다 해도 늦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다. 혹시 또 모르게, Exit같은 것을 잘 해서 그저 미국에서 여행이나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지장이 없는 정도가 될 수도 있으니 ^^ -> 라는 생각을 안해본 것은 아니지만, 이 서비스를 만드는 이유는 첫째는 내 기술력에 대한 시험이고, 둘째는 내 20대의 인생에 대한 스토리, 그리고 살아가는 틀을 만들기 위함이고, 마지막으로는 앞의 기술력과 틀 (여기서 말하는 틀은 이상적인 삶을 위해 맞춰나가는 틀을 말한다.) 을 조합해서 최종적으로 누구든 누릴 수 있는 멋진 서비스를 만들기 위함이다. 그저 한 명의 사용자라도 나의 서비스를 통해 만족할 수 있다면, 나는 그것으로 족한다.
한편으론, 지난 1년간 기술적으로도 내가 투자하고 싶은 분야를 찾았기 때문에, 보다 더 기업체에 입사해서 하고싶은 분야가 구체적이다. DB, AI, ML, Cloud Computing등 솔직히 하고싶은 공부 분야가 너무 많았는데 솔직히 욕심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Cloud Computing에 집중하며 특히 SDN쪽으로 계속 공부해볼까 한다. 그래서 특히나 최근에는 Google Cloud를 보고 있고, Docker등 SDN쪽에서의 대세적인 부분을 계속 관심있게 살펴보고 있다. 컴퓨터 아키텍처부터 해서 네트워크까지, 이쪽만 하더라고 공부할 수 있는 분야가 많이 나온다. 내가 원하던 적당한 공부와 끝까지 내 관심을 유도할 수 있는 부분, 나는 그것으로 족한다.
게다가 이쪽을 계속 하다보면 아키텍처에 대한 안목이 쌓인다. 정확히 말하면 SE를 더 접목시켜야 하겠지만, 그래서 추후 내가 Manager 급으로 나아가는 데에도 좋은 커리어가 된다. 한편으론 개인적으로 Part-time Ph.D. 를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공부와 실무를 함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분야가 아닐까.. 물론 스타트업을 하면서도 가장 좋은 분야이기도 하고 말이다.
어쨌든 그렇게, 전체적으로는 Master+Startup -> Exit or Job (어차피 엑싯이 안되더라도 나의 큰 Portfolio가 될 것이다.) -> Doing job w/part-time Ph.D. and MBA -> Manager / Executive 정도의 큰 방향으로 정했다. 아마 후반의 Executive는 40대의 큰 목표가 되지 않을까. 더 큰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지금은 더 경험하고 공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길고 긴 시간을 보내온 것 같다. 정말이지, 돌이켜 보면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는 이 미국에서의 11개월이 참으로 길었던 것 같다. 30대의 크나큰 신고식을 치른 느낌이랄까.. 이제는 그저, 묵묵히 내 갈길을 갈 뿐이다. 겸손하게, 하지만 빠르게. Stay hungry, Stay fooli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