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스킨을 다시 바꿨다. 요즘엔 이 블로그에 지극히 개인적인 글을 쓴다. 사실 누가 구독해서 보는 것도 아니고, 예전처럼 잡담을 하기에는 요즘 블로그라는 의미가 많이 달라지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브런치, 네이버블로그, 그리고 이 블로그. 글을 쓰는건 좋아하지만 이리저리 퍼져있는 내 컨텐츠가 가끔은 불쌍하기도 하다. 그렇다고 뭐 하나를 포기하고 싶지도 않고..
스킨을 바꾸면서 생각한다. 요즘에도 사람들이 블로그를 할까? 블로그스피어라는 블로그를 통한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한다는 자체가 참으로 오래됬다. 예전에 블로그 이웃님들이 생각난다. 그 중에 한 80%는 소셜로 갈아타고, 지금은 심지어 접속도 안되는 사이트도 대다수이다.
그런데 나는 블로그를 그래도 한달에 한 두개씩은 한다. 2008년부터 이 블로그를 하며, 벌써 9년째 수 많은 글들이 여기에 존재하니깐. 그런 데이터를 벌써 나는 9년째 잘도 이어왔구나… 막 주체없이 글을 마구 쓰긴 했지만, 주변 지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이 블로그가 나는 가장 좋다. 브런치나, 네이버 블로그는 지인도 보고 있으니 사뭇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기도 하고..
누구나에게 있겠지만, 개인의 삶을 어디에다가 표출하고 싶은 욕구가 있을 것이다. 속된 말로 뒷담화라고 해야할까, 나도 블로그를 처음 시작한 이유가 웃기게도 뒷담화이다. 열받는 일 있으면 블로그에 막 비난담은 글을 썼다. 물론 별로 보는사람도 없으니깐 그게 나름대로 마음이 편하다.
지금 블로그도 사실 검색해서 오는 분들이 98%이상이다. 지금 내가 글을 800개 이상 쓰고, 댓글도 700개 이상 있지만 블로그라는 자체가 어떤 소통의 의미보다는 필요한 정보를 가져가는, 그런 식으로 바뀌었다. 세상이 그런식으로 변화되는 것 같다. 블로그라는 자체가 주는 소셜의 기능보다, 페북 같은 SNS가 온/오프라인의 소통을 담당하게 바뀐 것이다.
그런데 한편으론 아쉽다. 몇몇 왕래하던 블로그 이웃분들은 페북에 추가되어 있지만 그분들 중에서도 블로그를 안하는 분도 계시고, 글을 통한 소통보다는 짧은 문장 혹은 그림으로 소통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물론 블로그라는 자체도, 어떤 사람의 의견과 응답으로 구성되있을 뿐이다. 하지만 블로그는, 기록하고 저장한다. 내가 아무리 다른 블로그나 컨텐츠를 생산한다 한들, 이 블로그에 있는 글보다 개인적으로 가치가 있을까, 하물며 사업을 하던 지난 2008년, 스물 두 살때의 나를 서른한살의 지금 바라보면 그 느낌은 이뤄 말할 수 없다. 내가 저렇게 어렸구나, 내가 저렇게 짧은 생각을 했구나. 계속해서 자기 반성을 하게 된다. 예전에는 글을 쓸 때 비속어나 욕도 많이 썼고, 맞춤법도 매번 틀렸다. 하지만 계속해서 글을 쓰면서 이를 고쳐나가고, 지금은 글쓰는 스타일도 많이 좋아졌다.
나는 블로그를 하면서 가장 좋은것은, 머릿속의 생각을 끄집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 브런치를 하며, 구독자가 1300명을 넘었는데, 사실 그 숫자는 별 의미가 없다 생각한다. 아니, 되려 글을 쓰는데 구독자라는 자체가 부담이 될 정도다. 저정도면 당장 학교 교수님도 보실 수 있고, 친구들이 볼 수도 있는데 정말 객관적으로, 누구 하나 디스하지 않고 쓸 자신이 있는가. 그런 전제가 붙는 순간 나는 글을 잘 안쓴다. 게다가 독자들도 어느정도 전문성이 갖춰진 글을 원하고 말이다.
금요일, 한 주가 마무리되고 있다. 학교도 거의 끝났다. 열심히 치여 살다가 이제와 돌아보니 놓친게 너무 많다. 스타트업 시작해놓고는 제대로 하지도 않고, 첫 사무실을 얻은지는 벌써 2년 가까히 되어가고 있다. 미국에 온 자체가 2년이 다되간다. 살은 계속쪘고, 자기관리는 제대로 되지 않고, 그 와중에 쳐다본 내 "글"이라는 자체, 사실 스스로 관리가 가장 안되었던 부분은 아마 내가 계속해서 글을 쓰지 않아서, 즉 생각을 하지 않아서 그런게 아닐까. 정말, 이 블로그만큼 내가 편안하게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이 있을까. 그런데 그런 공간을 재쳐두고는 스스로 너무 전문적인 글을 쓰려고 자주 글쓰는 것을 포기하곤 했다.
스킨을 예전 스킨으로 돌리다가 그런 생각이 들더라. 그래, 사실 블로그라는 자체는 나의 하나의 개념적 상념과도 같다. 9년간 쌓인 나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기록해 보는것과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글을 쓴다는 자체가 나 자신과 대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글을 통해 스스로가 발전하는 것이다.
너무 놓치고 있던게 많은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그래, 블로그를 요즘 너무 방치했구나.. 여러모로 또 기록을 열심히 해야겠구나, 그리고 그 시간을 위해 더 노력해야겠구나. 그런 생각.
결론은, 꾸준히 글쓰자. 개발일지던 잡념이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