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블로그를 다시 시작하니 뭔가 마음이 많이 안정이 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남의 눈치를 보면서 쓰지 않아도 되고, 그저 내가 좋은대로 내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수단이 아닌가 싶다. 그동안 나는 페이스북 등을 통해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행동을 얼마나 해왔던가, 다시 생각하면 참으로 부끄러운 행동이 아닐 수 없다.
맨유의 퍼거슨 감독이 말하길, 트위터는 인생 최대의 낭비라고 했다. 삶이란 것은 140자로 채워질 수 없고, 그곳에 쓰는 글은 결국 깊은 고찰이 아닌 짧은 생각에서 나온 글이요, 그것은 완성되지 않은 그저 머릿속의 짧은 소견과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SNS를 만드는 회사들은 아마 이런점을 노려서 우리가 가볍게 지나갈 수도 있는 생각을 웹상에 게시하도록 유도했을 것이다. 아니 굳이 유도하지 않았더라도 시대의 흐름이 그렇게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또다시 시대가 변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 개개인의 정보에 대한 보안 우려가 확산되고 있고, 점점 내주변에서는 페이스북을 온전히 활용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 역효과 때문이다. 페북하는 습관이 자리잡으면서 우리의 자투리 시간을 계속 갉아먹고 있는 것은 물론, 한편에서는 “신상털이” 등을 우려해서 계정을 inactive하거나 앱을 삭제하는 등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본래 정보접근의 아주 좋은 수단이었던 페북이 어쩌다가 사람들의 기피대상까지 오게 되었을까, 자유롭게 생각과 사진, 동영상등을 공유할 수 있는 이 좋은 수단이 말이다. 나는 그것을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단순히 네트워크를 늘리는 알고리즘에 집중해서 그런것이 아닌가 싶다.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서 “관계” 라는 것은 당연히 사람들의 주된 관심사이다. 그래서 사실 SNS라는 것 자체도 관계에 주목을 했다. 일전에도 글을 쓰고 공유하는 수단들이야 많았다. 그냥 막말로 컴퓨터 없이도 신문을 통해 논비평가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대중에게 공유한다. 그것이 뉴스, TV, 라디오에서 SNS까지. 수단은 바뀌었지만 행위 자체는 크게 변함이 없다. 하지만 문제는 특정한 기준 없이 누구에게나 글을 쓰게 한 SNS의 가이드라인이 잘못된게 아닌가 싶다.
사람이 사회에서 인정을 받으며 살아가려면 “열심히” 살아야 한다. 그리고 어느정도 인정할만한 성과가 함께했을 때 사회에서 인정을 하게 되고, 그만큼의 지위가 높아져서 그사람의 말이 신뢰성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전제는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것인데, 단순히 사진올리고 글을 올리는 데에 별다른 목적성이 있을까. SNS도 사람들이 열심히 살기 위해 딱히 이렇다할 노력을 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수단뿐인 SNS는 대세가 아니고서야 금방 망할 수 밖에 없다. 수단으로만 따지면 우리나라의 싸이월드도 정말 좋은 툴이다. 하지만 대세를 벗어낫기 때문에 지금은 페북이 우세하게 된 것이고, 이런 판세는 또 모른다. 언제 어떤 서비스가 나와서 사람들이 우르르르 몰려갈지 말이다.
그렇다고 목적성이 뚜렷한, 사람들의 특정 행동을 돕는 서비스들은 어쩌면 너무 매니아틱하게 나아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포스퀘어나 핀터레스트 등이 말이다. 예를들어 맛집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포스퀘어처럼 좋은 툴이 없다.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핀터레스트는 좋은 타임라인과도 같다. 그런데 이들은 일반대중의 욕구를 따라주지는 못한다. 모든 사람들이 미식가는 아니고 모든 사람들이 사진을 즐기지는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냥 단순한 페북을 한다.
웹 2.0시대에서부터 비동기화 기술이 발전하면서 웹은 실시간으로 반응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왠만한 페이지들은 새로고침 없이 실시간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이것들은 단지 사람들의 행동이 실시간으로 반영되는 것이지, 웹서비스들이 처리하는 것은 그저 포스팅 하고싶어하는 사람들의 욕구이다. 아주 수동적이다.
아이폰이 혁신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은 대중의 욕구를 지속적으로 반영했기 때문이다. 누구나 Vendor가 되서 앱을 만들고 사고 팔 수 있다. 그리고 누구나 내려받고 자신에게 맞는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점차 고객의 수요를 높여서 이제는 Siri가 음성인식을 받고 내가 원하는 정보를 알아서 찾아주려고 노력한다.(물론 완벽하지는 않지만.) 구글 글래스도 음성인식을 통해 사람의 욕구를 분석하고 처리한다.
이런 변화의 움직임은 무엇인가, 바로 기계의 사람화이다. 이말은 즉 정말 사람처럼 알아서 일을 발견해주고 처리해주기를 원한다. 사실 페북이 초창기 엄청나게 성장했던 이유도 관계를 맺고싶은 사람의 욕구를 아주 잘 알고 네트워크 확장 알고리즘을 획기적으로 개발했기 때문이다.(“알 수도 있는 친구” 를 통해서)
그래서 웹 또한 변화해야 한다는게 내 생각이다. 요즘 IT에서 화두가 되는 기술들은 빅데이터, 클라우드, 데이터 마이닝, 머신 러닝 등의 기술이다. 클라우드를 제외하면 나머지 3개의 분야는 전부 데이터와 관련된 기술적 화두다. 그리고 이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다. 고객DB의 끝없는 분석을 통해 리스크나 고객의 needs를 찾고 서비스를 개선해 나가는 것이다. 기업형이다.
나는 이러한 기술들이 점차 기업형에서 개인형으로 나아갈 것이라 생각한다. 사용자의 웹에서의 활동을 알아서 분석해서 웹서비스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서 한층 더 진보된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것 말이다. 사용자 중심의 웹서비스가 되는 것이다. 실시간으로, 알아서 말이다.
그래서 요즘 나는 데이터에 관심이 많다. 그간 수없이 경험했던 웹 SI경험을 통해 웹서비스를 혼자서 만들 수 있는 능력은 갖추었지만, 지금 내가 만들게 되는 서비스는 수단이 전부인 서비스가 될 것이 뻔하다. 비서같은 SNS가 있다면 과연 얼마나 좋을까. 알아서 척척, 편리한 서비스가 되려면 먼저 대중의 욕구를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욕구적인 방향에서 사람들이 창출한 데이터를 어떻게 분석해서 다음번 혹은 현재 접속해 있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정보 혹은 기능을 제공할 것인지를 기계(=웹서비스)가 알아서 제공해야 한다.
결국 데이터 자체의 속도나 접근성이라던가, 그런 물리적인 것이 아니라 사람의 본질적인 욕구를 사회학적 혹은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의 니즈를 먼저 파악한 다음, 모아진 유저의 데이터를 취합해서 새로운 정보 혹은 기능을 만드는 것이다.
아직은 내 배움의 정도가 부족해서일까, 이정도밖에 생각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앞으로 학부생활을 하면서 학문적으로는 데이터와 관련된 기술들을, 부차적으로 대중과 사회, 심리에 대해 알게 된다면 데이터 마이닝 또는 머신 러닝에 대한 새로운 구도를 가져올 수 있을것이라 생각한다. 기술이 전부가 아니라 사람이 전부이다. 사람을 위한 웹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깊이 있고 폭 넓게 공부해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