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사에 붙고나서 꽤나 시간이 지났다. HC통과한게 벌써 3개월 전이다. 하지만 아직 일 시작을 하지 못했다. 예전부터도 비자가 꽤나 스스로 힘들었지만,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이자 꽤나 긴 시간동안 워킹 퍼밋을 기다리고 있다. 정확히는 Post-Complete OPT인데, 뭐 나름 학교 내내 열심히 했고, 학점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제대로 수업받았고 솔직히 걸리는건 하나도 없다. 그래서 원만하게 해결될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이 되지만 그런 마음과는 다르게 어쨌건간에 저 마음속 한편으로는 여전히 불안감이 남는다. 뭐 그래봤자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으니깐.
그래서 더 그럴까, 그간 비자에 시달린게 계속해서 생각난다. F1에서 L1, E2에서 F2, 그리고 다시 F1비자가 되기까지 정말 나도 미국에서 버텨보려고 단단히 오버를 했구나. 비자 횟수만큼, 나도 미국에 산지 이제 6년이다. 스무살에 사업하고, 군문제 해결해 본다고 오버하던 때가 6년이었고, 미국간다고 오버한게 3년, 미국서 스타트업 한다고 오버한게 4년. 그렇게 총 13년을 나는 나의 이상을 향해 달려왔었다. 글세, 그 시간을 나는 후회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결국 나 혼자서 이상을 바라고 추구한다는 자체는 시간이 들수록 누군가의 희생을 요구했다. 아마도, 내가 대학을 마치는 9년간, 그리고 지금의 안정까지 가장 힘들게, 내색하지 않게 나를 기다려준 것이 부모님과 와이프일 것이다. 그런 희생에 대한 생각은 단 1도 없이, 나는 그저 나만 바라보고 살았던 것 같다.
그래서 오퍼를 받고 나서 가장 좋아한 것은 내가 아니라 가족이었다. 그렇게 정말, 사업이란게 가족을 희생해야 한다는 것을 이제야 이해했다. 생각해보면 나는 가족 중심적인데, 사업을 할 수 있을까, 결국 처음부터 이건 잘못된 단추가 아니었을까. 이를 느끼기까지는 정말 오랜시간이 걸린 것 같다. 지금이라도 이해하긴 했지만 어쨌든 그 만큼 신중하게 생각하고, 계속해서 그 “방법론”에 대해서 스스로 고찰해 봐야 하는게 사업이라는 것 같다.
그래서 요즘에는 유라임을 정말 LEAN스타트업의 방법론대로 해보고 있다. 하루에 몇시간 투자도 안하는데 LEAN캔버스부터 유저스토리를 쫙 나열하고 지금은 prioritization을 하고 있다. 그리고 나서 PM보드에 넣고 한번 해보려고 한다. 회사를 다니면 주말이 아니고서는 거의 못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아마도 일주일에 5시간 정도 하면 많이 하려나. 그 만큼, 장기적인 투자를 해야하는 것이고 그 만큼 내가 흐름을 빠삭하게 이해해야 하는게 중요하다. 그래서 스택을 완전히, 혼자서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바꾸고 비용도 최소화 시키고 그런식으로 하고있다.
문제는, 이 방식이 그렇게 썩 재밌는 과정은 아니라는 것이다. 정형화된 그것을 스스로 테스트해보는 것이야 좋지만, 솔직히 재미가 없다. LEAN스타트업 방법론은 고객의 pain point를 찾아서 이를 계속해서 pivot해 나가는 과정이고, 개발도 MVP만 가지고 계속해서 고쳐나가면서, 그게 유저가 지갑을 열 수 있느냐가 되는지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다. 솔직히 재밌기도 하지만, 일단 나 스스로 geeky하기 때문에 개발자로써 개발만 잘되면, fancy한 제품만 만들면 유저는 저절로 생길 것이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그건 린스타트업 바이블이라는 책을 통해서, 결국 개발자의 오만함때문에 제품이 아무리 펜시하게 출시되도 망한다는 것을 이제서야 깨닳았다.
지금까지 나는 사업에 중요한 것은, 첫 사업에서는 프로젝트 관리라고 생각했고 사람을 보려고 하지 않았고 줏대없이 휘둘렸다. 나 조차도 개발에 참여하지 않았다. 실패를 뼈져리게 느끼고 다음사업때에는 아무도 안뽑고 혼자서 할 수 있는 역량껏 해보려고 했다. 그런데 나 스스로 펜시한 제품에 대한 확신은 있었고, 보는사람마다 “와, 와” 를 외쳤지만 그게 전부였다. 난 어떤 수익모델도 없었고, 그게 있다 한들 너무 방대해진 프로젝트 때문에 이를 관리하기도 바뻐 죽겠는데 신규 고객을 끌여들인다는 자체가 힘들었다. 아니, 어쩌면 나는 고객을 유치하는게 돈이라는 생각도 안했다. 그냥 저렴한 가격에 펜시한 서비스 만들면 고객이 알아서 올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실체는, 고객이 방문해서 제대로된 온보딩이 없으면 그냥 나간다. 이건 너무나도 뻔한 것이다. 제대로된 growth에 대한 전략과 고객에 대한 후속 조치가 없으면 서비스는 죽은거나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거기다 개인적인 상황이 안정이 안된것도 한몫했다. 비자도 그렇고, 솔직히 가진돈도 없고, 수익도 없고, 그러면서 스타트업은 아무리 혼자 한다한들 실리콘벨리에 (여기 온것도 사실 잘못이다.) 돈이 한두푼 들던가. 결국 투자받은 돈, 그리고 개인적으로 모은돈이 바닥이 보일쯤에서야 나는 깨닳음을 얻은 것이다. 준비가 되지 않으면 아에 하질 않는게 답이라는 것을 말이다. 스타트업도, 적어도 정형화된 그 방법론이 있다는 것이다. 그걸 대학원에 가서야 깨닳았고, 대학원에 가서야 어떤게 나랑 맞는것인지 이해했다.
어쨌든, 결국 다시금 사업을 하려면 답은 간단하다. 망해도 상관없을 만큼의 자금, ‘고객’이 정말 지갑을 열고 필요로 하고, 확장 가능한 아이템, 그리고 이 프로젝트를 위해 필요한 인맥, 그리고 그들을 관리할 수 있을만큼의 충분한 멘탈과 친분이다. 이 모든게 결국 시간이 필요하다. 대학원에 가면서 대부분의 ‘초석’이 마련되었다. 동문이라던가, 앞으로 기대하는 경제적인 안정이라던가, ex-coworkers라던가. 그래서 여기서 이젠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아니면 망한다 이런건 없다. 모든게 때가 있다. 내가 생각하는 저 요소들이 맞을 때, 사실 그때 시작해도 성공 가능성을 점치기가 힘들다. 그리고 더 말하자면, 난 저렇게까지 크게(?) 사업을 하고싶은지 정말 잘 생각을 해봐야겠다. 그만큼의 스스로에 대한 책임감이 있는지 말이다. 지금의 입장에서는 없다고 말하는게 답일 것이고, 기존에는 있다고 착각한 나 스스로를 13년간 방치했다고 말하는게 옳을 것이다.
앞으로 난 지금의 회사에 적어도 5년이상은 다닐 것 같다. 그리고 사업을 한다면 정말 빨라도 7년후, 이상적으로는 10년후가 되지 않을까. 누군가는 그런다. 모든게 준비되서 사업하면 늦는다 등의 얘기를. 나도 일부분 동의하긴 한다. 투자도 모든 준비가 끝났을 때 흐름을 타지 않으면 안되는 것처럼, 사업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데 내딴에서는 사업이 도박같다. 오히려 금융에 대한 투자가 도박같지가 않다. 그래서 이 정말 0.01%의 성공 가능성이 있는 사업은, 이제는 가족을 희생하면서까지 하고싶지 않다. 그렇게 삶에 나는 분산투자를 이어나갈 것이다. 안정적이면서도 도전할 수 있는 지금의 직장, 안정적인 투자(부동산 같은)와 중간정도의 리스크를 가진 투자(주식), 미래를 위한 투자(음악, 미술, 철학, 외국어), 그리고 정말 위험한 투자 (사업) 이런 방향 말이다. 어쨌건간에, 나는 이 글을 마지막으로 앞으로는 최소 7년간 사업을 안할 생각이다. 그게 7년이 될지, 17년, 27년이 될지 아무도 모른다. 적어도 그 이하는 되지 않을 것이다.
13년, 길고 길었던 사업에 대한 욕심으로 채워졌던 삶에 안녕을 고하며, 나는 또 다시 새로운 삶을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