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알게 모르게 이직 준비를 하면서 희안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확실히 졸업도 하고, 점차 내가 원해왔던 모습들을 갖춰가면서, 메튜랩 페이지도 완성하고 유라임도 조금씩 완성하고, 개인적으로 운동도 많이 시작하기도 했고 계획도 착실히 세워서 지켜나가려고 노력하고, 이에 따른 시행착오도 즐기고 있는 편이곤 하다.
하지만 이 ‘이직’이라는 것을 시작하며 알게모르게 스트레스에 노출되고 있다. 솔직히 스타트업을 하면서 이직 스트레스는 잘 모르고 살았는데, 막상 잡서칭을 시작하니 내가 너무 늦은건 아닌지 싶기도 하고, 그놈의 취업비자가 뭔지 관문을 넘기도 여간 쉽지 않고, 실력보다 취업여건으로 평가되는 자체가 아쉽기도 하다. 차라리 이럴꺼면 유라임을 더 할껄, 뭐 하러 이런 고생까지 해가면서 잡서칭을 해야할까?
그런데 어쨌건간에, 미국에 온 이유 자체가 스타트업보다는 취업이 컸다. 미국에 살기 위해 일단 일반적인 삶으로 정착을 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또 그 “일반적 정착” 이란 의미에서 내 가치관들이 많이 충돌되는 것이 사실이다. 멋지게 풀스택으로 웹서비스를 만들고자 하는게 내 취지였는데, 그래서 스타트업을 시작했는데 대학원이라는 핑계에 막혔다. 그런데 사실 이도 저도 안됬다. 대학원 학점도 변변찮고, 그렇다고 유라임이 잘된 것도 아니다. 그나마 학교를 쉬거나, 프로젝트를 모두 종료한 시점에서 겨우 달려서 지금의 모습을 만들었을 뿐이다. 그럼 나머지는? 실상 나는 작년에 모 VC까지만 해보고, 안되면 그만두는 게 아니라 사이드로 빼려고 했고, 그렇게 했다. 나름 많이 구체화를 했다 쳐도 유라임은 아직도 어렵다.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아쉽지만, 스타트업을 처음 시작할때도 그랬다. 들어간 자금이 있지만, 사람을 뽑거나 솔루션을 쓰거나 한 것이 아니라서 실상 이곳 생활비 정도가 들어갔을 정도다. 지난 사업때에 비춰봐서, 그렇게 큰 리스크로 이어지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 생각한다. 접는 것은 아니고 잠시 미룰 뿐이다. 하지만 2011년에도 이미 개발 계획을 시작했을 때에도 한 차례 미루곤 했는데 또 미뤄진다니, 참으로 묘하다. 그냥 느낌상으로는 세번 이상 큰 실패를 한 것 같다. 내가 원하는, 그 모습은 다 만들었지만 아직도 사소한 버그가 이리저리 많고, 디테일에 민감한 나는 이런것을 한시도 놔둘 수가 없다.
최근에 메튜랩 개발이 그렇다. 원하는 디자인이나 구성이 없어서 죄다 뜯어고쳤지만 계속해서 버그가 나오고, 디테일한 부분이 나와서 이를 수정하고 또 수정하고를 번복했다. 지금은 그냐마 조금 나은 모습이 나왔지만, 이를 위해서 약 2주를 소모했다. 유라임도 그렇다. 12월 중순부터 어차피 포트폴리오로 써야하기도 해서 일차 완성하면서 크고작은 에러가 나왔고, 지난 2주정도를 랜딩페이지 때문에 살짝 고생했다. 아직도 마음에 드는 페이지가 나오지 않았고, 랜딩페이지에 로그인도 연동해야 하고, 영상도 만들어야하고, 전체 시스템 설계도 바꾸고 소개 PT도 바꿔야 하고 등등등.. 할 일은 많은데 이를 하루종일 붙잡고 있을 수가 없다.
이직 준비란게 그런 것 같다. 사실 지난 11월부터 알고리즘과 자료구조 공부에 들어갔고, 지난달 말에서야 얼추 마무리가 되었다. 사실 뭐 PriorityQueue, MergeSort, Heap, HeapSort같은 것들은 거의 프로그래밍을 한 지난 20여년간 모르고 살아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게 이런게 중요하더라, 알지 못하면 최적의 자료구조를 짜낼 수가 없고 대부분의 문제에도 들어가더라. 특히 단순 Greedy로만 쓰일 줄 알았던 알고리즘들이, 뭐 two point이니 그런식으로 문제에 나오다 보니 그것도 웃기다. 결국 문제를 풀기 위한 아이디어인데, 그런 것들이 사실상 나도 지금까지 코딩을 해오면서 자주 짜왔던 그것과도 비슷하다.
문제를 본격적으로 푼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12월에는 투포인터를, 1월에는 DP를 공부했는데 이렇게 하고 나니 막 이제 새로운 것은 없는 것 같다. 글쎄, 알고리즘이나 자료구조 두어개를 꼬아서 내는 경우면 모를까, 실상 전화 인터뷰나 코딩 인터뷰에서 아주 어려운 것을 요하지는 않는 것 같다. 지금까지 내가 많지는 않지만 10번 정도 TP를 봤는데 거기서는 최소한 그렇다. 실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예컨데, 어떤 방법이 있고 나는 어떻게 풀려고 하고 이에 대한 복잡도는 얼마가 예상되고, 그러면서 코딩을 시작하는 것이다.
솔직히 개발자들과 개발 토크를 하는 자체는 즐겁다. 내가 그 말하는 자체에서 떨어져도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다. 그 말은 결국 핏이 안맞는 다는 것이니깐. 그런데 코딩 문제에서 떨어지면 좀 짜증이 나는게 사실이다. 지난번 면접때도 그랬다. 분명 잘 풀었는데 왜 떨어졌지? 정말 이상했다. 살짝 어이도 없기도 했고, 그래도 결국 뭐 내 실력 부족이겠지 했다. 문제를 다 풀고 떨어진게 이번이 두번째였으니 말이다. 부끄럽지만, 아직도 온사이트를 가지 못했다. 참으로 아쉽지만 내 실력 부족이겠지 라는 생각이다.
의외의 복병이 있다. 시스템 디자인과 퍼즐문제 같은 것들 말이다. 사실 이런 것들을 봐보면 한도끝도 없다. 정말 이걸 다 죄다 알고 나서 면접에 들어가야 하나? 라는 생각도 든다. 완벽이란 자체는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많은 연습 자체는 중요한 것 같다. 최근이 시작한 평창올림픽에서, 선수들이 올림픽 하나만 바라보고 하루하루 끝없이 연습만 한다는 자체에 큰 자극을 받았다. 3년전에 비해 20키로 이상 불어버린 내 몸이 그렇다. 그간 운동을 자주 하지 못했고, 스트레스는 오로지 술로만 풀었다. 꾸준히 술을 먹으니 몸이 불었고, 그 결과가 몸무게 증가로 이어진다. 하지만 그간 내가 글을 열심히 썼고, 그래서 독자를 이끌 수 있는 글을 쓰게 된 것이고, 그간 나름대로 관심분야에서 공부를 꾸준히 했고, 그래서 나름대로 모던웹이나 마이크로서비스에서는 할 말이 있는 것이다. 개발자로써는 코딩문제나 기반기술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어쩌면 그냥 꾸준한 연습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완벽에 가까운 그것을 지향하고 싶다. 그리고 하루에 조금이라도 연습을 해나가고 싶은게 사실이다. 만약 이 상태로 어디던 취업이 되면, 그때는 또 어떨까, 취업을 하고 나서 그저 삶에 안주하고 나는 회사일을 하니깐 다른 공부따윈 필요없다고 생각할까, 그렇다고 일을 접고 다시 학생으로 돌아가서 풀타임으로 공부만 한다면 그것이 적성에 맞을까, 20대를 회사와 학교를 각각 절반씩 보내고 나서 내게 든 생각은, 그래도 학교보다는 회사가 낫다는 것이다.
결국 단시간에 완성되는 완벽이란 있을 수 없다. 완벽이란 자체도 없다. 내가 지금 부족함을 갈망하덧, 나중에 내가 사회에서 어느 위치에 나아간다 하더라도 부족함은 존재할 것이다. 지금 느끼는 부족함, 그것이 사실 잘못된 거이 아니라는 점만 스스로 인식하고 싶다. 내가 잘난 것은 없지만, 내가 천재도 아니지만, 그래도 최소한 누구보다 꾸준히, 성실히 살고싶은 마음은 있다. 그렇게 성실히 살다가 가끔 여행가고, 그렇게 또 한번 느껴보고. 그냥 그런 삶이 좋다. 일확천금 따위는 실상 오래전 일이다. 솔직히 지금 내가 배우고싶은 그 모든것만 가진다 해도 억만장자가 된 것보다 훨씬 좋을 것 같다. 지식에 대한 부가 나는 세상에서 가장 좋다.
결국 내게 주어진 시간은 새벽밖에 없다. 4시에 일어나서 10시까지의, 6시간의 시간. 회사를 다니면 아마 한 4시간 정도의 시간일 것이다. 단 한시라도 어설프게 보내고 싶지 않다. 주말에도 물론 휴식이란 시간이 있지만, 지금과 같이 주중이 전쟁인 이 타이밍, 아마 회사를 가도 그럴 것 같다. 하지만 머릿속을 온전히 비우고, 내 실력에 정진할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간이 새벽이란 시간이다. 운동하고, 지금처럼 마음관리 하고, 어제를 반성하고, 부족한 공부를 조금이라도 해 나가는 지금의 시간, 새벽이란 시간이 그렇게 소중한 것 같다.
술을 안먹은 지 약 6일이 되었다. 점점 집에서 혼술하며 잡다한 티비나 보는 그런 시간이 부질없게 느껴진다. 요즘엔 그냥 잠이 최고다. 낮잠도 자고, 하루에 7시간씩 자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그냥 책상에 앉아 있는다. 책상에는 항상 읽을 책이 산더미이지만, 이젠 이를 다 득파하겠다는 생각도 버렸다. 내게 필요한 부분만 습득하고 치우려고 한다. 지식습득에 대한 욕심을 좀 더 버려야 겠다는 생각이다. 마음같에서는 아에 알고리즘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배워보고 싶은데, 기본 알고리즘이나 자료구조의 대부분은 정말 십수번도 더 본것들이라서 굳이 지금 필요한가 싶기도 하다. 기초란게 그토록이나 중요하지만, 어차피 이젠 레퍼런스라는 자체가 내가 아는 지식선에서 +20~50% 정도의 것들이 추가되어 있고, 그것들을 공부하는데에는 단순히 몇번 시간을 들인다 해서 되는 것도 아니다.
욕심을 더 버려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계획보다는 50% 정도밖에 되지 않는 시간들이지만, 따지고 보면 그래도 작년의 한 20% 남짓한 계획들보다는 낫다. 어쨌든 나아지는 것 아닌가? 그러면 됬다. 이젠 최소한 벼락치기를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간 쌓아온 경험과 지식이 기반이 되면 된다. 이직이야 끝없이 도전해 보면 되고, 거기서 내가 스트레스 받을 이유가 전혀 없다. 아니, 되려 그렇게 힘들어 하는 자체가 웃기다. 그저 하루하루 꾸준히 즐겁게 살 수 있는 지금을 감사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 결국 모든것은 욕심을 버리고 그저 감사히, 꾸준히 나아가는 데에 있을 것이다. 되려 작은 것에 감사하자. 뜻이 있는곳에 길이 있듯이, 어떻게던 되겠지. 너무 좌절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조금 더 노력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