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글을 쓴다. 꽤 많이 초안을 수정하다가 이제서야 조금 글쓸 마음이 든 것 같다.
봄이 지나가면서 몇 가지 일이 있었다. 연초부터 최근까지 회사에서 레이오프도 연달아 있었고, 매니저도 바뀌고, 프로모션도 안되고, re-org도 있었다. 이를 지켜보면서 내가 열심히 하던 안하던 회사는 결국 어느정도 성과를 이루는 팀과 인원을 남겨두고, 계속해서 최적화를 하는 느낌이다.
사실 그렇게 일하는게 맞긴 하다. 회사는 노는 곳이 아니다. 물론 배움의 기회는 많지만, 내 생각에 더는 우리 회사가 전처럼 놀면서 일하는 회사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다들 효율성과 impact를 강조한다. 지금 하는 일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 영향이 과연 회사와 팀에 도움이 되고 결론적으로 금전적인 부분으로 이어지는지.
회사가 아무리 큼에도 꽤 많은 조직을 인도나 멕시코 등으로 옮기고 있다. 올해 내내 계속되는 일이고, 아무리 직원들이 반발해도 결국 그렇게 되고 있다. 사실 이부분에 동의를 안하는 것은 아니다. 내 생각에는 더 이상 미국에서 일하는 자체로는 (적어도 실리콘벨리는) 아무리 조직문화가 좋고 연봉 많이 받고 그런다 하더라도 결국 비용최적화를 위해서는 인건비가 저렴한 국가로 개발자들을 이동시키는게 전반적인 트랜드이다.
어쨌든 긴 휴가를 쓰고 한국 여행에서 돌아와보니 매니저가 바뀌어 있었다. 이번 매니저도 인도 출신 매니저이다. 지난 매니저는 이제 내 skip매니저가 되었다. 전 매니저를 한 마디로 정리하면 “쉬운듯 하면서 힘들었고, 나는 살아남았다.” 그리고 또 다시 인도매니저이다. 전 매니저가 프로모션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 부분은 조금 아쉽지만 그와 나의 갭을 생각했을 때, 어쩌면 내가 좀더 비즈니스 니즈를 파악하고 진행했어야 하는 것을 못했던 것이 더 크지 않았을까 싶다. 결국 모든게 내 문제고, 내가 좀 더 impact있는 것을 진행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래도 그나마 내가 레이오프나 PIP (Performance Improvement Plan)대상자가 아니라는 것은 적어도 내 레벨에서는 최선을 다 했고 어쨌거나 나는 필요한 사람인 것을 보여주는 증거인 셈이다.
새로운 매니저와 첫 1:1에서, 레벨보다는 내 롤모델이 무엇인가를 바라보고 정말 좋은 SWE는 무엇인지, 이에 집중하다 보면 레벨은 알아서 올라갈 것이라고 했다. 그 이외에도 전 매니저와는 달리 실제 IC의 일도 하고있기 때문에 좀더 내 일을 확실히 이해하려고 노력하더라. 그 부분이 사뭇 감동이었다. 처음 매니저를 해서 그런지 열정이 더 있어서 그랬을까. 어쨌든 아직 같이 일한지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는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뭔가 나는 좀 정리가 되었으면 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멘탈이 약하다고 할까, 그런데 어느순간 느끼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할지, 불안감이 하나라도 생긴다면 내가 어떻게 해야할지 안절부절 하고싶지는 않다. 사실 이 글을 쓰기까지도 계속 안절부절 했다. 그런데 이 블로그가 어떤 블로그인가, 나의 정리되지 않은 생각을 적는 공간이지 않은가. 결국 나는 어떻게던 글로 생각을 정리하지 않으면 불안감은 계속해서 생길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계속해서 글을 쓰고, 글로 정리가 되면 또 평상시로 돌아가서 일을 할 수 밖에 없다.
인도매니저 아래서 살아남기, 그것이 담고 있는 의미는 생각보다 엄청 큰 느낌이다. 어쨌건, 지금까지 잘 살아남았고 앞으로도 살아남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