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처음으로 학교 career consultant인 L과 면담을 하였다. 그리고 오늘은 이곳에서 20년 이상 주로 데이터쪽 프로덕으로 일을 하신 C교수님과 면담을 하였다. 특히나 후자의 인터뷰가 개인적으로는 꽤나 인상깊었는데 커리어 컨설턴트와는 취업의 전반적인 면에 대한 컨설팅을 받았다면 교수님과는 실무에서 내가 원하는 포지션에서 요구되는 실질적 스킬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말씀해주셨다.
줌으로 이뤄졌지만, 어쨌든 이 과정까지 많은 생각이 있었다. 학교가 시작한지 벌써 7주차인데 이제서야 본격적으로 취업에 관심이 생긴건 좀 그렇긴 하지만, 사실 개인적으로는 여러모로 여기까지 오는데 힘들었다. 학교에서 제공하는 많은 세미나를 들었지만, 1년과정으로써 언제 잡서칭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하는지, 아니 사실 그것보다도 나 스스로의 자존심을 내려놓는데 시간이 더 걸렸다고나 할까.
제작년에 취준을 한 적이 있다. (아쉽지만) 유라임은 2017년 말부터 올 초까지는 거의 개발하지 않았다. 자금이 끊겼고, 나 또한 더 이상 유라임 개발에만 손댈 수 없는 상황이었다. ‘비즈니스’ 적으로는 안되는 상황이었고, 여러 방면에서 유라임은 거의 ‘취미’수준으로밖에 인식되지 못했다. 물론 그런 과정에서 난 혼자서만 할 수 있는 (빠른) 개발에 대해서 배운것은 무척이나 많다. 근데 생각해보면 그건 내가 3년넘는 시간을 투자했으니깐. 하지만 비즈니스 측면으로 남은것은 없다고 봐야할 것 같다.
내 주요한 질문은 이랬다. 우선 내가 Founder, CTO의 최근 5년의 경험을 다시 엔지니어 포지션으로 가져갈 때 내 레빌이 어느정도일까. New Grad인가 mid-senior인가 시니어인가. 내 생각에는 시니어 정도 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팀 작업을 하지 않았고 솔직히 완성형 제품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제작년에 면접을 본 포지션중에 entry level은 하나도 없었고, 절반이 Sr레벨이었고 절반은 프론트앤드나 풀스택 포지션이었다. 그래서 헷갈렸다. 학교를 다니면서 일년정도 쉬는 것도 있었고,과연 시니어 레벨로 내가 합당할지. 사실 연차로는 그정도는 되야 하긴 하는데, 어떤게 맞는 것일까.
또 하나의 질문은 내가 관심있어하는 데이터 팀에 대해서, 데이터팀이 하는 일과 데이터 엔지니어 vs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써 내 백그라운드가 어떤곳에 맞을지. 사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왠지 데이터 엔지니어로 가면 뭔가 SWE에 비해서 대우를 못받는게 아닌가 싶기도 했는데, 철없던 생각이긴 했다. 사실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면 되는 것이지. 그런데 생각해보면 엔지니어로써는 지금까지 내 커리어가 프론트 -> 백엔드 -> 풀스택+데이터 -> 풀스택+백엔드 로 이어지는 과정이었고, 이 과정에서 난 다른부분보다 데이터를 다룰 때에 가장 즐거움을 느꼈었기 때문이다.
L은 전반적으로 내가 어떤 타임라인을 가지고 준비를 해야할지에 대해서 큰 도움이 되었다. 8월 졸업이기 때문에 본격적인 어플라이는 1-2월에, 그 전에는 테크 인터뷰랑 behavior준비를, 그리고 그보다 더 이전인 지금은 내가 정말 무엇을 하고싶은지, 내 인생의 가치와 미래에 대해서 생각을 하기로 했다. 또한 레주메를 쭉 돌았는데 아주 formal한 시각에서 이곳 SV사람들의 입장에서 내 레주메를 봤을때 더 돋보일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무래도 이 레주메가 오래되다보니깐 몇몇 흠집이 보였다. 예컨대 Matthew라는 이름은 미국에서 거의 쓰지 않는다. 그냥 내 본명을 쓰고 있는데, 포폴 사이트도 matthewlab이었고 이메일 주소도 그랬다. 그런 어쩌면 마이너하게 보일 수 있는 부분부터 가장 최근의 경력에서 리더쉽을 확연하게 돋보일 수 있는 부분까지. 누구를 리드하고 어떻게 무엇을 하게 리드했는지에 대해서 이 모든것들이 빠져있었다.
한편으로는 L이 강조하기를 난 절대 new grad레벨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신입들에게 인터뷰 봐서 까인것은 평생 기억날듯….) 그리고 아무래도 내 최근 경력대비해서는 리더쉽이나 커뮤니케이션, 팀워크를 요구했을 텐데 이에 대한 부족이 결론적으로 인터뷰에서 패스하지 못한 부분으로 이어졌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건 진짜 맞는 것 같았다. 제작년에 아마존 온사이트에서도 물론 압박면접도 있었지만 코딩은 엄청 쉬운거 두개나오고 나머지는 전부 리더십 관련된것이었다. 물론 아마존의 리더십 프린서플때문에 그럴수도 있겠지만, 시니어로 갈수록 기본적인 코딩 능력과 플러스 알파로 리더십 같은 부분이 강조되는 것이다.
C교수와의 대화는 훨씬 더 큰 인사이트를 얻었다. C교수는 우리학교 연계교수로 현재도 L모 대기업에서 데이터/AI팀의 Sr.PM 으로 활동하고 계신다. 그리고 꽤 오랜시간 데이터와 관련된 팀을 이끌어 오셨다. 사실 숙제 일부분을 내가 늦게 제출해서 커뮤니케이션을 하다가 이 교수님이 왠지 PM경력에도 엔지니어링 쪽으로 꽤 심오하게 알고 계신게 인상깊어서 프로필을 더 찾아보니 엔지니어 경력은 나보다 높고 20년이 넘는 기간을 PM으로 일하고 계셨다. 어쩌면 본인 욕심을 부리지 않고 회사들을 돌면서 프로덕을 만드시는 것이 대단해보이기도 했다.
어쨌든 이분께 나는 실질적인 내 엔지니어적인 커리어에 대한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일단 내 관심사가 무엇이냐 물으셨을 때 나는 데이터쪽이다 라고 대답했고, 그 이유는 데이터에서 새로운 인사이트를 찾는게 좋고 그걸로 사람들을 돕는게 좋아서 라고 대답했다. (물론 소셜 딜레마 같은 다큐에 보면 이를 가지고 사람의 심리를 자극하고 이윤을 추구하고.. 솔직히 끔찍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더 깊게 생각을 해보려 한다.) C교수가 보기에 내 레주메는 솔직히 인상적이긴 하지만 데이터팀의 측면에서 보면 데이터를 다루는 그런 부분은 극히 일부분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기사, 내가 생각해도 그랬다. 원래 레주메 자체가 ‘풀스택’을 강조한 레주메라서 주로 프론트앤드 기술이 많이 들어가 있었는데, 결론적으로 내 레주메가 꽤나 비즈니스나 그 윗단 레이어만 강조한 것이라는 점이다.
여기서 하나의 aha moment가 있었다. ‘아, 이게 진짜 내가 놓친 부분이구나’ 라는 점. 2년 전, 레주메 200개를 뿌렸던 이유는 마음이 급해서 어디라도 취직되려고 했었다. h1b지원시점이 3월로 다가오니 어쩌면 당연했을지도 모르겠다. 200개 넣고, 온사이트 30개 갔고, 결과는 제로. 언젠가 이에 대해서도 자세히 포스팅 할 기회가 있을 것 같지만, 어쨋든 그때 내 머릿속 생각은 이랬다. 일단 물불 가리지 말고 이력서를 넣자. 내가 준비가 되던 안되던 넣고 기회를 만들어놓고 공부를 하던지 하자. 웃겼다. 사실 그전에도 폰스크리닝을 열번 정도 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모두 탈락. 그렇게 코딩인터뷰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난 너무 뜸들였다. 코딩공부의 시작은 ‘알고리즘’이라고 생각하고는 MIT의 Introduction to Algorithm을 듣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필요했을까? 실제로 내가 어느정도 폰스크린의 경지(?)에 올랐을 때에는 문제 몇 개를 아에 외워놓고 면접 시나리오까지 생각해가면서 그대로 말하고는 거의 패스를 했다. 근데 거기서 요구하는 문제중에 무슨 N-Queen이 있던가 TSP문제가 있었던가. 절대 이정도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을 난 몰랐다. 기초부터 차근차근 해야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사실 이부분이 내 큰 문제점중에 하나이가도 하다. 책을 봐도 처음부터 끝까지 봐야한다. 절대 읽고싶은것만 찾아서 보는 것이 없다. 그래서 일단 나는 느리다. 느리고, 하나라도 제대로 오나주하지 못한다. 요즘엔 그나마 좀 중요한 것을 ‘골라서’보는 훈련을 하고 있다. 어차피 다 볼 시간도 없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만 골라서 제대로 배우면 될 것이다. 토플 공부할때도 이부분을 잘 몰랐지만 어느정도 이해하고 나서는 수십점이 올랐다. 그때 나는 이해했다. 삶이란게 절대 교과서대로 공부해서는 되지 않는다는 점을. 수 많은 디버깅을 통해 완성되는게 삶이라는 점을.
어쨌든 난 너무나도 포멀한 레주메를 준비했고, 포멀한 스킬을 가지고 있었다. 어쩌면 풀스택 개발자의 장점이자 단점이었다. 전문성이 전혀 없었다. 프론트도 좋아하고, 백엔드도 좋고, 클라우드도 좋고, 데이터도 좋고, 심지어 디자인도 좋고 비즈니스도 좋다. 아주 좋은 예술가적인 타입이다. 혼자 다 하니깐. 그런데 과연 팀으로썬 나는 가치가 있을까? 너무 곁다리로 얹고 가는 사람을 팀에서 선호할까? 한편으로는 편해보일 수도 있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부담일 수도 있었다. 그사람이 나가면 그 빈자리는 어떻게 채워야 겠는가. 나같은 사람은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환영일 수도 있었다만..
몇번이나 고민을 해봤지만 팀에 어울릴만한 사람은 아니었다는게 내 결론이다.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다. 2012년을 마지막으로 난 회사를 떠나왔고, 팀을 떠나왔으니 말이다. 8년, 9년만에 팀으로 복귀하는게 쉬운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만큼 머릿속에 팀에 대한 리셋은 확실하게 되었고 무엇보다 명확하게 내가 무엇을 추구하고 하고싶은지에 대해서 더 깊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사실 저 시간이 아깝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냥 아무생각없이 지금 대학원을 그때 알아서 갔더라면, 그냥 적당히 학부 마치고 가서 취직했으면 6년을 아꼈을텐데 ㅎㅎ 난 참으로 아직도 살면서 시행착오를 그렇게나 많이 겪고 있다. 그 만큼 내가 성숙하지 못해서 그랬겠지.
C교수와의 얘기로 다시 돌아가보면, 몇 가지 면에서 내 이력서에서 빠져있던 점들이 있었다. 데이터 엔지니어라면 user interaction, data tracking 등을 해본 적이 있는지. metrics와 모델 적응 등에 대한 이해가 있는지 등등. 솔직히 처음 들어봤다. 하지만 무엇을 말하는지는 대강 알 수 있을 것 같긴 했다. 어떠한 유저 시나리오에서 데이터 ETL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 사실 딱 듣는 순간 느꼈다. 아, 내가 하고싶던 것인데. 진짜 저 길이 내가 가야할 부분이었구나, 라는 생각. 엔지니어 생활을 통틀어서 가장 좋았던 것은 데이터를 다루는 것, 그런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 그래서 데이터와 관련된 클라우드가 좋았고, 데이터를 다루는 비즈니스가 좋았던 것이다. 유라임 자체도 그런 내가 좋아하는 것들의 총망라였으니 말이다.
내 예상되는 커리어패스인 SWE or Data Engineer -> TPM or Engineering Manager -> C-level 을 밝히자 C교수의 추천은, 우선 bigger company로 가라는 것이다. 무조건 데이터를 다루려면 큰 데이터를 다루는 데로 가라는 것이 추천이었다. 너무 당연시 느껴졌지만 한편으론 뭐 당연히 나도 데이터를 다루니깐 많은 데이터를 다루는 것이 맞다고 느껴졌다. 오히려 지금까지 경험한 스타트업에서의 느낌은 다른 일들 때문에 집중을 못한다고 할까. 대표적인 것이 프론트앤드였다. Fancy한 제품만이 답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사실 내 역량이 아니었다.
여튼 전반적인 커리어 맵은 나왔다. 이제서야 이게 추려진것도 부끄럽지만, 적어도 평생은 후회하지 않을 자신만큼은 있다. 그래서 좋다. 적어도 앞으로는 초점을 가지고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니깐. 집중해야 할 것이 생긴 만큼 더 자신이 있고, 더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당분간은, 데이터 엔지니어링이 실제로 internally내게 맞는 것일지를 더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