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불어오던 레이오프의 바람이 결국 우리회사도 얼마전 레이오프를 강행했다. 내가 영향을 받고 안받고를 떠나서 나 스스로가, 또는 팀원들 회사 직원들 모두가 받은 정신적 스트레스는 이로 말 할 수 없을 것 같다. 누구한테 괜찮냐고 묻기도 힘들어서 그냥저냥 자의반 타의반으로 원래 하던 일에나 집중하고 있다. 그나마 나의 경우는 워낙 스타트업 시절 받은 uncertainty가 많아서 이번 경우는 엄청 크게 충격으로 다가오지는 않지만, 결국 어디에도 safe place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만큼은 명확해졌다.
결국 모든 결정은 위에서 내려지는 것이고, 이는 결국 경제적 영향, 그리고 리더십에서의 선택의 결과에서 오는 결과일 것이다. 회사라는 것은 결국 수익에 따라서 돌아가는 것이고, 경제가 어려운 것에 따라서 윗선에서는 결국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다. 나도 회사를 운영해봐서 어느정도 아는 상황이고, 그게 잔인한 결정인지 여부를 떠나서 그냥 개인적으로는 존중한다.
어차피 나는 안정적 직장이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긴 했는데 이렇게 빨리 체감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정말 미국은 고용과 해고가 자유롭구나. 당장 금요일마다 만나는 친구들이 영향을 받게 된 것을 알고나서 아 저게 나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등골이 서늘하더라. 한편으론, 내가 살아남았다는 이유가 랜덤은 절대 아닐테고, 분명 내 성과, 그것도 아마도 작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의 성과겠지. 결국 보면 이 ‘살아남는다’ 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클리어하다. 매년 받는 평가에서 내가 여러 metrics을 기준으로 했을 때, 예를들어 얼마나 많은 코드를 짜고, 얼마나 많은 이해관계자들과 일하고, 나의 기여가 얼마나 큰 임펙트가 있는지, 내부 커뮤니티에 기여를 얼마나 하는지, 그리고 개인적인 역량이 얼마나 되는지, seniority가 얼마나 되고 얼마나 다른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지 등등 여러가지 factor들에 대해서 평가를 받은 결과에 따라서 살아남고 말고가 결정된다. 뭐 아마존같은데는 이미 오래전부터 PIP를 해와서 어쩌면 살아남는다는 의미는 약간 무색할지도 모르겠지만, 우리 회사는 창립 이례에 처음이니 다들 놀랄 수 밖에 없나 싶다.
여러 요소들을 고려한 결과가 지금의 나이고, 이번 회사의 결정이 내겐 충격보다는 다시금 나를 돌이켜 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게 된 것 같다. 사실 7주의 긴 출산휴가를 앞두고 있어서 이걸 과연 써도되나 싶은데 한편으론 내가 이 휴식을 위해서 그간 해뒀던 것들이 있어서 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이 든다. 내가 돌아왔을 때 내 자리가 남아있냐 마느냐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게 잔인한 방법이던 아니던 모든것이 내가 만든 결과일 것이고, 어차피 세상에 믿을 것은 자기 자신밖에 없다. 그래서 그저 하루하루 살아남음에 감사하고,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서 심리적, 경제적 여건을 만들어둘 수 밖에 없다.
딱히 난 현실에 안주하지는 않았지만, 솔직히 회사가 덩치가 커서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생각은 많이 했던 것 같다. 나는 조직에서 어떠한 존재인가, 계속해서 되물어야 한다. 나의 존재로 인해서 회사가 과연 내 몸값의 10배의 이득을 얻을 수 있는가, 생각하고 또 생각할 수 밖에 없다. 회사를 다닌지 1년 2개월, 이번 기회를 통해 나는 다시금 나의 커리어를 돌이켜보고, 다시금 스스로를 일과 align해본다. 그 어느때보다 추운 2022년, 2023년을 잘 버틸 수 있도록. 그리고 경제가 꼭 downturn을 넘어설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