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시험 끝. 무모한 도전이었다.

 

드디어 끝났다. 5번의 시험, 한 번도 넘지 못한 목표점수.

무려 9개월이 넘는 기간동안 내 발목을 잡았던 GRE는,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솔직히 처음에는 될 줄 알았다. 버벌 점수 153점이라는 숫자가 그렇게 높아 보이지 않았다. 3월 첫 시험만 해도 147까지는 따라갔었으니. “다음번에는 150은 넘겠지” 라는 생각도 무모한 생각이 아니었다.

하지만, 오만하고 자만했다. 학기중이라는 것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 채, 수 많은 과제와 팀프로젝트,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속에서 GRE를 준비한다는 자체가 어찌보면 황당한 생각이었다. 화면에 뜬 내 점수를 봤을 때, 그래도 내 생에 이렇게 학원을 많이 다녔던 때가 없었는데(P학원 2개월과 H학원 2개월) 결국엔 2개월 전 받은 점수에 비해 2점이 올라간 것을 보니 뭐 이런 시험이 다있나 싶기도 했다. 사람은 그래도 어느 정도까지는 노력한 것과 수반되서 결과가 나오긴 하지만, 이 시험은 정말 심하게 잔인하다. 그동안 쌓아온 영어실력이 없으면 가차없이 정말 말도안되게 낮은 점수를 주니깐 말이다.

학원과제에 치여 하루에 못해도 4시간은 공부하고, 학원수업 4시간과 스터디 2시간씩 하루에 10시간은 공부한 것 같은데, 그리고 내 마음속에는 비록 느리더라도 조금씩 올라가보자는 생각 때문에 너무 큰 무리는 하지 않으려고 했다. 단어는 하도 많이봐서 지금도 동의어 3~4개 정도는 쉽게 나올정도로 되었지만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바로 수년간 내가 공부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솔직히 그동안 나는 영어 자체를 요령과 의무에만 집착했다. 중요한건 그런 꼼수가 아니라 스스로 얼마나 준비가 되어있는지, 수년간 영어로 다뤄온 것이 얼마나 되는지였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시험 자체를 정말 시험으로만 인지했다. 기본기가 없다는 것이 이렇게 큰 실패를 가져올줄은 몰랐다. 하라고 하라고 하던 문법도 결국 아직도 유추해서 풀어낼 뿐, 명확하지는 않다. 이게 내 실력이고, 근 10여년간 영어를 다루지 못한 내 잘못이다.

잠깐의 절망과 아쉬움이 지나갔다. 시험장을 나온 나는 억울했다. 내가 들인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하지만 어디서도 하소연하지는 못한다. 하나의 자격사항을 위해 수년간 공부하는 주위의 누군가들과 비교했을 때, 나는 고작 1년의 몇 개월 정도를 날린 셈이니깐. 정말이지 “잠깐”의 아쉬움 이었다.

하지만 포기하지는 않는다.

시험은 시험이고, 유학은 유학이다. 사실 애초부터 나는 GRE나 토플로 승부하고자 하는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 동안 쌓아온 것이 있고, 내 나름대로의 능력이 있는데 대학원도 그것을 보지 않을까. 명확한 의사소통만 된다면, 그리고 내 생각을 명확히 어필할 수만 있다면 분명 내 생각과 상식은 통할것이라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정말 개발이 내 길이라는 것을 명확히 깨닳았다. 가끔 불면증이 오곤 했는데 머릿속에 주체할 수 없는 개발에 대한 아이디어 때문에 정말 고생아닌 고생을 했다. 만들고 싶어도 자제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나를 강하게 밀어붙혔다. 그래서 그런지 더 답답했고, 지금의 GRE를 더 이상 볼 수 없는 순간은 아이러니하게도 내겐 자유의 의미로 다가오기도 한다.

하지만 글쎄, 한국사회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역시나 시험이 주가 되는것은 사실인가보다. 답답하지만, 결론적으로 보면 난 GRE를 망했고 그것이 유학불가로 직결되는 것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더러 있는 것 같다. 어찌보면 이제 시작인데 말이다.

앞으로 남은 것은 토플과 SOP와 포트폴리오, 논문 정도가 아닐까 싶다. 시간관리를 잘 해서, 지금의 좌절이 나를 일으킬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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