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산휴가가 다시 시작되고 아이를 데이케어에 보내고 나서, 비로서 좀 삶을 정리할 기회가 생겼다. 확실히 부모가 되고 나서 삶은 확 바뀌는 것 같더라. 내가 쓸 수 있는 시간은 자투리 시간이나 새벽시간밖에 없고, 저녁시간에 잠깐의 휴식 외에는 뭔가를 진지하게 한다는 자체가 어렵게 되었다. 그래서 뭔가를 할 떄에는 신중하게 되고, 우선순위를 따지게 된다. 하지만 내 성격상 좀 산만한 타입이라 글을 쓰거나 강의를 듣다가도 이리저리 딴짓을 하게된다. 그리고 그런 ‘딴짓’을 내려놓아야 하는 것이 육아, 부모로써 내가 가져야 할 태도라는 것을 세삼 느낀다.
사실 이 ‘내려놓음’이 말처럼 쉬운게 아니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삶을 꽤나 다시금 fine-grained해야한다는 점. 제작년에 취준을 할때에도 career align을 위해 뼈를 깎는 고통을 겪었는데 지금도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 육아란 것이 절대적인 시간과 체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아무리 아이를 데이케어에 보낸들 회사일을 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남는 시간이 없다. 체력이 없으면 육아에 거의 대부분의 체력을 소진해서 남는 개인시간에 멍때리거나 TV나 끄적이게 된다. 뭔가를 할 기력이 없게되고, 음식에 의존해서 살이 찌게 된다. 애써 육아에 대한 부담을 없애려고 술 야식 등을 찾지만 이에는 의미가 없어진지 오래다.
어쨌든 이번주에 아이 데이케어 등원을 하고 나서 처음으로 생긴 자유시간에 난 집안 청소부터 먼저 했다. 기본적으로 나 스스로가 정신이 산만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어느정도 주변부터 정리를 하고나서, 난 머릿속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내가 정말 온전히 하루에 내것으로 만들 수 있는 시간은 서너시간 남짓이더라. 그럼 그 시간동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회사를 다니는 것은 보통 주40시간을 요구하는데, 최대 네시간으로 잡고 7일이면 28시간이다. 꽤 많은 시간인데, 보통 한시간을 운동으로 잡고 나면 남는 21시간, 여기에 또 하루 한시간 정도 자기관리 (=생각정리, 독서)의 시간을 제하면 14시간. 그럼 결국 내가 뭔가를 해내는 시간은 14시간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사실 ‘불과하다’ 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 14시간이나 된다고 해야지. 그리고 그 14시간도, 사실 10시간만 되도 내가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되면 된다. 그런데 지금까지 내가 산만하고,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던 이유는 나 자신에게 있다. 아무리 육아라도 핑계가 될 수 없고 결국 난 그 산을 넘지 못했던 것밖에 되지 않는다.
일단 난 내가 하고싶은 여러 프로젝트 중에 지금 당장 집중하고자 하는 것을 추려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인터렉션과 머신러닝을 겸한 전자음악 프로젝트. 그리고 다른것들은 중단했다. 사실 다른것들을 하는 자체는 욕심이기도 하고, 시간도 없고, 지금까지 뭔가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결국 내 마음이 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유라임 같은건 정말 내 자식같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생각해보면 취직되고 거의 3년 넘게 소스코드 한번 건드리지 못했다. 아쉽지만, 그게 삶이 바뀌고 또 내가 적응해야 하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마음을 정리하니 홀가분하다. 마음속의 큰 짐을 내려놓는 기분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제서야 많은 것이 정리되는 기분이다. 그래서 선택이 정말 중요한가보다. 지금도 어쩌면, 나는 하나의 선택을 하는 것이다. 과연 이 선택이 옳을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최소한, 나는 꽤 다양한 투자를 하고 있고 이 선택 또한 내 개인 프로젝트를 align시키는 과정 중 하나니깐. 그렇게, 나는 이 새로운 ‘부모로써의’ 삶에 적응해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