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이 시작된지도 1주일이 넘었다. 10월 말의 시행착오끝에 겨우 술조절이 가능했고, 어차피 술 끊기도 힘든거 딱 기준을 정했다. 저도수, 저칼로리, 저탄수화물로. 다행히 미국에는 정말 다양한 종류의 맥주가 존재한다. 지난주까지는 칼로리와 저도수만 생각했었다. 그래서 IPA나 Chocolate Stout같은 맥주는 (보통 ABV가 7% 이상 된다.) 당연히 끊어야 겠다는 생각에 라거나 필스너 계열로 한동안 원없이 먹었다.
일단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니 정말 좋다. 그리고 IPA는 미국오기 전까지는 그 존재자체도 몰랐고, 이 쓴 맥주를 왜 먹는지도 이해가 안갔다. 그런데 미국에 처음 와서 처음 차 사고 간 포틀랜드에서 IPA의 신세계를 경험하고, 거의 홉 중독에 살아갔다.
그렇게 3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내 음주에 대한 문제점을 살펴본 결과, 일단 위스키나 와인은 주류가 되지 못했다. 그 좋아하던 막걸리 조차 생막걸리가 없으므로 관심이 멀어져갔고, 결국 남은건 맥주. 그런데 매번 독주를 연달아 들이켰으니, 건강은 나뻐질때로 나뻐지고, 살은 10키로 이상이나 불어버렸으니 어떻게 보면 이상할께 전혀 없었다.
그런데 최근 저탄고지 다이어트를 알게 되었다. 케토(keto) 다이어트라고도 하던데, 예전에 MBC인가 “지방의 누명” 다큐에서 지방이 좋다.. 뭐 이런 내용을 보긴 했었는데, 그 이후에도 난 여전히 탄수화물을 잘 자제하지 못했다. 작년 말에 다이어트 할때만 해도 탄수화물을 거의 섭취하지 않았는데 올해에 들어서는 회사일도 그랬고, 식단에 거의 손놓고 살다 보니 뭐 이건 면을 먹던 밥을 먹던 거의 다 먹었다. 탄수화물에 대한 아무런 자제가 없었다. 지난주만 봐도, 카레를 두그릇 먹었는데 밥이 두공기다. 잡곡밥이지만, 단순 탄수화물만 해도 50g은 족히 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여태 나는 내 뱃살이 지방인줄 알았다. 정확히는, 지방은 맞는데 지방때문에 축적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이는 오산이었다. 결국 난, 폭식을 하더라도 탄수화물 폭식을 하고 있던 것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스트레스 받아 폭식을 하면 맥주 6~8병에 피자나 햄버거를 먹는다. 햄버거는 빵을 안먹은지는 오래됬지만, 피자는 요새 다시 도우를 먹고 있다. 결국, 피자 한판 칼로리보다 그 안의 탄수화물과, 고 알콜의 IPA가 가지고 있는, 뭐 당연하겠지만 알콜 함량 만큼의 탄수화물이 그대로 뱃속에 축적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이게 맞는것이, 가끔 안주로 회나 치즈같은걸 먹고 맥주도 라거 계열의 저도수를 먹으면 너무 늦은시간만 아니면 거의 살이 찌지 않았다. 참 웃기다. 정말 내 몸이 정직하게 탄수화물을 뱃속에 축적시키는 구나.
술을 먹으면서 다이어트를 한다는 자체가 웃기지만, 난 좀더 분석적으로 이를 생각할 필요가 있었다. 술 생각보다는 맥주는 내게 즐거움의 최소 단위이기도 하고, 실제로 나는 즐겁다. 하지만 최근에는 술 때문에 오는 부작용이 많았고, 최근 몇 주를 투자해서 이에 대한 원인분석 끝에 정말 끊지 못한다면 피해를 최소한으로 하자는 생각에서 저알콜 저칼로리 맥주를 찾은 것이다. 정말, 위에 나온 술을 전부 먹어봤다. 그리고 지금은 Coors Light로 타협을 봤다. Corona Light가 조금 더 알콜 도수가 낫지만 내 입맛은 아니었고, 버드류와 Beck도 별로 안좋아했고, 스텔라나 하이네캔은 내 완소인데.. 5%의 ABV는 힘들다. 결국 4.3%의 Coors Light가 타협하기엔 가장 좋았다. 약간 한국적 맛도 나고, 꿀맥주 느낌도, 레몬향도 좀 난다. 무엇보다, 차갑게 먹었을 때 만족감이 가장 좋았다.
그런데 거기다 탄수화물 5g이라.. 하루 탄수화물을 30g로 제한한다면 6병정도 먹을 수 있다. 물론 6병까진 못먹는다. 내 최대 맥주 섭취는 한회 4병으로 추산된다. 별로 그 이상도 필요없더라. 케토 다이어트라고 해서 난 적어도 맥주는 끊기 힘들 것 같았다. 정말 독하게 마음 먹고 끊을 수는 있겠지만, 요요효과처럼 어느 순간에 무섭게 좋아하는 맥주를 먹는다면, 정말 아무 생각도 없이 먹을것 같다. 올해만 따져봐도 적어도 주중에 3~4번은 “주로” 맥주를 먹었다. 아무리 잘 참아도 일주일 내내 참은 경우는 그다지 많이 없었다. 사실 참는 것보다 한번 풀어지면 (주로 스트레스 등에 의해) 먹어대는 것이 더 컸다. 한번 먹어대면 6~8병은 기본이고, 와인은 1.5~2병을 마시고, 거기다 고량의 안주를 먹어야 했었다. 정말이지, 나도 내가 무섭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던 맥주들은 대부분 IPA에 고알콜이다. 아니, 전에 즐겨마시던 맥주들도 보면, 탄수화물 위주로 생각해보면 블루문이 13g, 코로나(Extra)가 13g, 기네스가 10g, 하이네켄 9.8g, Stella가 11.6g, 이정도면 약과고, 고알콜의 IPA는 보통이 20g정도다. 결국, 같은 맥주를 먹더라도 3.2g짜리 Ballast Point Lager를 6병 먹으면 19.2g의 탄수화물을 섭취하는 것이고 IPA를 먹으면 120이니깐 6배나 차이나는 셈이다.
안주에 대해서 생각해봤다.내 주된 안주는 피자. 난 피자를 먹더라도 피자보다 그 토핑맛, 주로 올리브, 치즈듬북, BBQ치킨 등으로 먹는다. 소스도 별로 필요없다. 그냥 올리브오일이면 된다. 난 올리브오일과 치즈, 살라미, 발사믹 오일, 연어를 정말 좋아한다. 회도 좋다. 고기도 좋아한다. 술을 먹으려면 난 안주가 꼭 필요한다. 주로 꿀땅콩을 먹었는데 이것도 탄수화물이 꽤 높다. 일단 설탕이 많으니깐, 설탕이 없으려면 기름진게 제격이다. 튀김은 그래도 안된다. 결국, 야채볶음밖에 없다. 피자도 어떻게 보면 구운 야채들이 아니던가. 야채볶음은 좋다. 거기다 고기까지 들어가면 금상천화이다.
문제는 면과 밥이다. 아니, 적어도 안주로 밥은 안먹지만 면은 가끔 문제다. 가끔 안주를 만들면 소면이나 당면, 쌀면 등을 넣는 경향이 있다. 뭔가 그 달달한 맛에 나도모르게 휩싸이는게 아닌가 싶었다. 솔직히 말해서, 술이 좀 과했다 싶으면 (a.k.a. 취하면) 요리를 하는데 그 종류가 뭐 짬뽕, 고추장 목살볶음 이런 류다. 결국 달달하거나 짠 것 위주로 먹게 된다.
그런데 저알콜 맥주를 먹으면 우선 포만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식사에 대해 조금은 자제가 된다. 적어도, 탄수화물의 주범인 밀가루, 밥, 면 같은건 자제하게 된다. 정말 뭐하면 고기를 볶아먹으면 된다. 원래는 양파를 주로 넣어 볶았지만, 이것도 브로콜리같은거로 대처할 수 있다. 이건 지금 생각해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밥이야 원래 있으면 먹고 없으면 안먹었던지라, 물론 지금 3일정도 밥을 아에 안먹었는데 좀 어지럽다. 탄수화물 섭취량이 맥주를 제외하면 거의 없어서 그런가. 조금 적응이 되면 잡곡밥 1/2 정도는 함께 해주는것이 좋을꺼 같다.
어쨌든, 이렇게 한달정도의 길고 긴 술과의 싸움은 타협이 났다. 내가 이긴것도 아니지만, 적어도 한동안은 술때문에 고민할 일은 없을 것 같다. 케토 다이어트, 내 이론대로, 맥주를 먹으면서도 그것이 스트레스에 (요요) 작용하고, 그것이 지속적인 다이어트의 효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한번 노력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