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위해 사는가.

결국 가치에 대한 고민은 나를 여기까지 오게 만들었다.

삶은 결국 고민의 연속이다. 난 주로 블로그를 통해 내가 가진 고민을 나누곤 한다. 정확히 말하면 나눈다기보다는 그냥 머릿속에 생각을 끌어낸다고 봐야겠지만, 적어도 누군가 볼 수 있는 공간에 글을 쓴다는 자체는 생각보다 쉬운일은 아니다. 물론 내가 뭐 인기 블로거도 아니지만, 내 경험상 일기를 아무리 주절주절 거린다 해도 제대로 될 가능성이 무척이나 희박하다.

일전에 글을 통해서 과거를 조금이나마 반성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최근에는 정토회의 불교학교도 시작했는데, 결국 행복이란 것은 내가 어떻게 반응하느냐, 내가 어떻게 기분을 만드느냐, 내가 어떻게 상황을 바라보느냐에 대한 이해이다. 물론 좀더 깊은 내용이 많지만, 적어도 지금까지의 이해가 그랬다. 불교가 상당히 철학적이고 한편으론 과학적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직까지는 틀리지는 않았다는 느낌이다. 그래서 결국 과거의 실패들은 모두가 내 생각이 짧았고 내가 보다 신중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스스로의 가치판단이 무척이나 중요하다고 본다. 내 가치는 무엇일까?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이런 질문을 해본적이 꽤나 오래됬다. 현실에 쫓겨 산 것이 아니라 난 솔직히 현실을 외면했다. 하루하루에만 집중했고, 단기간에 뭔가 이뤄지지 않으면 스스로 좌절했고 그런 악순환이 계속됬다. 이게 결국 나 스스로 삶에 대한 가치가 조금씩 흐트러져서 지금은 완전히 머릿속에 “어, 내 가치?” 라고 생각하면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삶의 가치는 결국 내가 행복하는 조건이다. 잘 생각해보면 20대에는 아무리 실패해도 내가 분명 세상에 큰 가치있는 일을 해낼 것이다 라는 생각으로 버텼다. 매번 말끝마다 “난 세계 최고다” 라는 자기암시로 글을 끝내곤 했다. 그런데 지금은? 저 말이 아무리 해도 self-fulfilling prophecy (자기 충족적인 예언) 혹은 self-psych가 되지 않는다. 솔직히 내가 목표대비 너무 노력을 안한것도 있고, 그때마다 나 스스로의 문제점 분석보다는 이 망할 세상(?)을 탓하기 일쑤였으니 말이다.

그런 가치가 무엇일지 한번 생각해봤다.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내가 하는 일에 대한 만족이다. 내가 싫어하는 일을 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이 일을 함에 있어서 아 정말 나는 미래를 그리고 있구나, 미래를 위해 나아가고 있구나 라는 것이 명확해야 한다. 그리고 공과 사의 구분이 확실해야 하고, 어느 정도는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사실 이런 부분이 나를 실리콘벨리로 이끌게 한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썩 성공적이지 못해서 난 이곳에서의 조성된 환경에도 불구하고 너무 욕심을 부려서 스타트업을 한다고 그랬던 것이다. (이제 이에 대해서 말하면 입만 아플 지경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은 어떤 서비스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주로 글로벌 서비스를. 예전에는 이런 과정에서 하도 많은 이해관계가 부딪쳐서 정말 내가 원하는 서비스를 위해서는 혼자서 작업하는게 정답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오답이었다. 혼자서는 시간도 오래걸릴 뿐 아니라 이를 위해서 뒷바침 되어야 하는 기반기술이 너무나도 많다. 이를 이해하는데도 꽤 오래 걸렸다. 결국 팀이고,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팀웍에 대한 능력과 충분한 리더쉽이 있어야 한다. 학교 과제로 HBR의 Mutual Accountability를 보았는데, 좋은 팀에 대한 가치를 명확하게 해주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공감을 이끌고, 나를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해야 한다. 리더쉽이 발휘되려면 어쨌건간에 가장 좋은 것은 ‘모범‘이 되는 것이다. 아, 저사람은 게으르다. 아 저사람은 뭘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이미지를 심는 순간 리더가 될 가능성은 희박한 것이다.

한편으로는 공감능력을 위해서는 밖으로 나가야 한다. 그래서 사실 일기 대신 여기다 글을 쓰는것도 그런 이유에서 이다. 아무리 혼자서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 뭐하나, 누군가 부딪치고 생각을 공유하고 나눠야지 확장 되는게 생각이다. 절대 내 생각이 온전히 맞을 수가 없다. 그럴 가능성이 너무나도 적은 세상에 살고있다. 그래서 더욱더 밖으로 나가야 하는 것이다.

코로나 시대에 밖으로 나가는게 힘든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그만큼 집에서 참여할 수 있는 세미나도 많아졌고, 행사도 많다. 아직도 초현실감을 주는 그런 것들은 없지만, 적어도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기회는 많아졌다. 그래서인지 지금까지는 좋게 느껴진다. 다만 내가 좀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글을 더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엔 영상시대라고 유튜브 영상 등이 많지만 아직까지 나는 글이 훨씬 좋다. 타이핑을 하면서, 글을 써내려가면서 정리하는 느낌도 좋다.

한편으론 내 가장 큰 가치 중 하나는 지식이다. 여러 방면의 지식을 습득할수록 스스로에게 더 큰 만족감을 가져다준다. 그래서 영어랑 프랑스어, 가능하면 스페인어까지는 다루고 싶은 욕심이다. 커뮤니케이션이 되고, 읽고, 쓸 정도만 되면 좋겠다. 영어는 듣기까지는 어느정도 됬지만 아직도 스몰토크가 약해서 말하는데 더 훈련이 필요한 실정이다. 그래서 외국어 능력도 내겐 큰 가치와 다름없다. 큰 틀에서는 리더십을 위한 것이지만, 외국어를 함에 있어서는 쉽게 다가올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커리어를 떠나서 보면 가족과 가정이 무엇보다 소중하다. 솔직히 말해서, 미국와서 진정한 친구를 단 한명도 사귀지 못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그냥 내가 피했다고 봐야할 것 같다. 어쨌건간에 나름대로 한국에도 많은 친구들이 있고 가끔 전화도 해주고 만나주고 참으로 고맙다. 한국 갈 때마다 만날 사람이 있다는 것도 복받은 것이다. 그래서 나는 무엇보다 가족이 소중하다고 봤다. 가족이 우선이다.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는 역시나 부지런해야 한다. 그리고 소통하고 대화하고 최대한 많은 시간을 하고 이야기하고 추억을 많이 만들어 나가야한다. 나는 그렇게 배웠다.

가정의 평화가 우선시 되려면 가장으로써 흐트러지지 않으면 된다. 이는 곧 엄한 도전을 안하는게 중요하다. 나는 처음 결혼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가 많은 부분이 너무 엄한 도전들로 이뤄졌다고 생각한다. 뭐 솔직히 말해서 남들처럼 좋은 직장 다니고 월급받고.. 이런 생활이 싫긴 했다. 그래도 그 이외에도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더 많았을텐데 굳이 ‘어려운’ 길을 애써서 찾았다. 이는 아무리 개인적인 만족감을 가져올 수 있더라도 결론적으로는 가정이 안정적이지 않게 된다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래서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을 가지는 것이 가장으로써, 또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라고 본다. 그러고 나서 내가 가진 신념과 가치를 발판으로 가족들의 화목을 도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적으로 생각해보면, 우선 기본적으로 미국에서 만나는 외국인 친구들은 같은 입장이라서 좋다. 다들 어차피 (예비) 외국인 노동자들이고, 학생들이다. 그래서 생각보다 통하는게 많다. 위에서 언급했던 사람을 잘 못만나고 다닌 이유는 특별히 내 소속이 없어서 공감대가 잘 형성되지 않아서가 크다. 요즘에는 링크드인을 통해서 정말 많은 친구들을 사귀고 있다. 예전에는 링크드인의 대부분 친구들이 한번도 만나지 못한 친구들이었는데 요즘엔 학교덕인지는 몰라도 대부분 링크드인으로 소통한다. 물론 Slack, WhatsApps, 심지어 최근엔 위챗 계정까지 만들었다.

하지만 이런 관계를 떠나서 한국인이다 보니 한국인 사회가 그리운 것만큼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건 천천히 해결되리라고 본다. 마음에 맞는 두세명 정도의 분을 사귀긴 했는데, 만남은 거의 없지만 그래도 간간히 안부나 주고받으면서 일년에 한두번 정도 만나면 됬지. 굳이 만남이 중요한가, 서로 가끔 만나면서 진솔된 위로를 해주면 되는 것이다. 후년에나 한국에 갈 것 같은데, 그때 또 가서 만나고 하면 될 것이고. 어차피 사회적으로 관계가 형성이 안된 것도 다 내가 부족해서 그렇다고 본다. 그래서 지금까지 만난 ‘사회적’ 관계가 십중팔구 사기극(?)으로 끝난 것도 다 내가 부족해서 그랬던 것이고, 내가 신중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 컸었다.

그래서 사회적으로는 충분하다고 본다. 심심할 때는 가족이 있고, 한국에 이미 수 많은 술친구들(?)을 남겨놓고 온 상황에서 굳이 미국에서까지 확대하고 싶은 것은 없다. 사회성에 대한 내 가치는 솔직히 이렇다. 직장에 가면 거기서 재미있게 팀원들과 어울리는게 지금으로썬 내가 가지고 싶은 최고의 가치이다. 좋은 팀원들과 의견을 나누면서 미래에 대해서 가치있는 토론을 하고, 언어의 장벽이 있겠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나를 공감해주고. 뭐 주절주절 댔지만 결론적으로 사회적 가치는 적정 선을 유지할 수 있는 관계. 그리고 적을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좀 이기적이지만 관계에 신중할 수 밖에 없다. 사실 미국에서 일어난 수 많은 사건들이 나의 잘못된 신뢰에서 왔었기 때문이다. 아직도 나는 인간관계에 대해서 배워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이 이 몇 개의 단락에서 잘 드러나는 것 같다. 뚜렷한 가치가 잘 보이지 않는다.

한편으로는 후배양성과 교육에 어느정도 투자를 하고싶다. 실패한 스타트업 경험 뿐 아니라 앞으로 내가 배워가는 것, 지금까지 개발하면서 배웠던 것들, 그리고 자기관리와 자기계발. 스스로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여러모로 잘 정리해서 적어나가면 좋겠다. 시간이 되면 강의나 책을 기획하면 좋은데, 아직도 난 내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것도 직장을 구하고 가정이 조금 안정되면으로. 아직은 때가 아니다.

몇 가지 가치를 더 정립하자면, 무엇보다 건강이 우선이다. 근 5년이상을 내게는 스트레스와 잘못된 생활습관이 크게 자리잡았다. 덕분에 찌든살은 빠지지 않고, 몇 년째 세자리수 몸무게를 유지중이다. 30대 중반에 들어서니 가끔 가슴통증도 있고, 체력도 예전같지 않다. 무슨일을 하던지간에 아프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 있던가. 지금까지야 젊어서 어떻게던 견딘 것 같은데, 앞으로 이 명확한 가치 속에 살아가려면 사실 가장 중요시 되어야 하는 것은 건강이다.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식습관을 개선해 나가는 것. 그리고 적당한 운동. 이것밖에 없다. 요즘엔 조금씩 고쳐나가고 있다.

또 한가지는 여행. 여행은 내게 정말 중요한 가치를 선사한다. ‘쉼’으로써의 의미도 있지만 항상 내게 새로운 시각을 전달하고 오래 잘 살아야 하는 중요한 관점을 시사한다. 내가 좋아하는 여행은 소도시의 여행. 구석구석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것이 좋다. 여행에서 난 낭만을 찾고, 그것을 삶의 큰 범두리로 삼고싶다. 최근까지는 프랑스가 워낙 좋아서 어느정도 정리가 되면 틈나는 대로 프랑스를 찾아서 여행다니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요리. 난 집에서 거의 대부분의 요리를 하는데 요리를 통해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할 때가 가장 좋다. 사실 그때가 최근에는 가장 행복하긴 했다. 그러나 멋드러진 음식도 좋지만, 최근에는 건강에 부쩍 신경을 쓰는 편이다. 다이어트 때문에 좀 많이 양을 줄이긴 했지만, 어쨌든 잘먹는 것이 건강과, 사회적 행복, 스트레스, 가정 모든 것들과 연관이 되기 때문에 이 또한 지속적으로 신경써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음악과 예술. 예술가로써의 마음은 항상 마음속에 존재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틈나는 대로 내 감각을 내 작품세계에 조금씩 담을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 때가되면 더 정교하고 public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 하지만 음악은 더 공부가 필요하고, 더 투자를 하고 싶지만 잘하는 것과 하고싶은 것은 구분해야 하는 만큼 마음속으로만 계속 공부를 하는 것으로. 그외에도 철학, 수학, 인문학 등 공부하고 싶은 것은 순천지인데 욕심이다. 적어도 지금 당장은 말이다.

결국 내 가치를 정리하면 이렇다.

  1. 내가 좋아하는 일을 적정한 자율성이 보장된 환경에서 팀원들과 생산적인 토론과 협동을 통해 미래지향적인 일을 하는 커리어.
  2. 직장에서 시작해서 사업까지, 새로운, 획기적인 서비스를 만드는 일.
  3. 부지런하고, 안정된 가장의 모습.
  4. 가족과 시간을 최대한 많이 투자하고, 지속적으로 추억을 쌓음.
  5. 어느정도 거리가 보장되는 신중한 인간관계.
  6. 지식공유와 후배양성을 할 수 있는 지적 레벨.
  7. 적정 체중, 체력, 올바른 식습관 평생 유지.
  8. 시간날 때마다 여행에서 낭만을 찾고, 이를 삶의 범두리로 삼는다. 시골마을, 자연, 캠핑, 역사.
  9. 요리로 만드는 행복과 건강.
  10. 음악과 예술을 통한 지속적인 내 작품속에서의 반영.
  11. 남은 여생은 수학, 철학, 인문학, 천문학 등의 공부에 투자.

한 이틀정도의 고민끝에 11가지의 인생 가치가 나왔다. 물론 머릿속에는 아직도 하고싶은 것이 워낙 많지만, 적어도 1~7번 정도는 명확한 가치로써의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나머지는 살짝 취미스러운 것 같기도 하고. 확실한 것은,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게 이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누군가 내 삶의 가치를 물어보면 이제는 답할 수 있겠다. 흔들리지 않고 행복한 가족, 부지런한 가장, 하고싶은 일을 하며 팀원을 돕는 커리어, 건강한 삶, 신중한 인간관계, 지식공유와 후배양성. 이정도면 족하다. 누구처럼 거창한 사명서까지는 필요없다. 이게 나 스스로가 살아가는 가치이다. 항상 머릿속에 넣으면서 이제는 좀 흔들리지 않는 나 스스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2011년 5월에 만들었던 가치를 9년 뒤인 지금, 또 다시 정립한다.

Family, Happiness, Peace, Optimism, Adventure, Innovation, Kindness, Respect, Responsibility, Success, Time management, Wealth, work/life balance.

CMU MSSM 21' 재학중. AI기반 습관관리 서비스 유라임 (urhy.me) 대표. 전 금융권 소프트웨어/데이터 엔지니어. 대학원 생활, 실리콘벨리, 유라임 이야기를 주로 씁니다. 데이터과학과 시각화, 대용량 아키텍처,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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