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무계획이 답이다.

2023년이 점차 저물어가고 있다. 이제 한 2주정도만 지나면 2024년이란다. 시간 정말 빠르다. 나도 점점 30 후반을 향해 달려가고, 40을 위해 달려가고 있다니, 아직 내 시간은 20대 후반에서 멈춘 것 같은데 말이다.

여느 연초가 그랬듯이, 연말이 되면 뭔가 하기가 싫다. 일도 물론 마무리 되었고, 조금은 slow-pace로 달려가면 되고, 평가도 어느정도 끝났고, 회사에 연말파티니 점심식사니 이런것도 대부분 마무리 되었다. 그래서 그냥 올해를 이쯤 해서 마무리 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올 초에 썼던 글들을 조금씩 보기 시작했다. 참으로 희안하게도, 내가 계획한 것들은 대부분 전혀 이루지 못했다. 사실 것도 그러한게, 당장에 필요한 것들이 아니었고, 어쨌든 계획한 것을 이루지 못해도 사실 크게 나한테 지장이 있거나 그런건 아니어서 그랬을 것 같다.

사실 내가 계획하는 것은 거의 새로운 것들이 아니다. 다이어트를 계획한 것은 2013년쯤 되지만 아직도 제대로 되지 않는 계획이다. 개발서적이나 원서, 책을 읽는것도 그렇다. 수년, 길게는 10년간 읽어야지 읽어야지만 하고 놔둔 책들이 한가득이다. 온라인 강의는 어떠한가, 욕심만 많아서 유데미 등에 수없이 사둔것들만 가득하고 회사에서도 링크드인 코세라 등 죄다 공짜로 제공하는데 정작 나는 이러한 공짜들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개인 사이드개발도 마찬가지다. 올해는 진짜로 유라임에 단 한줄도 손을 안댔고, 개인개발은 단 한개도 한것이 없다. 이게 비단 회사를 풀타임으로 일해서 그런것도 아니고, 학생이었던 시절이나 백수였을때나 다 똑같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계획한 것을 제외하고는 나는 꽤나 많은 것들을 했다는 것이다. 회사에서도 어느정도 실적을 올려서 좋은 평가를 받았고, 어느정도 내 일에 대해서 자리를 잡았다. 육아도 어느정도 자리를 잡고 적어도 하루에 한두시간은 내 시간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과거에 생각없이 샀던 차도 다 팔고 전기차로 바꿔서 기름넣는 시간을 없애고 편의성을 엄청나게 끌어당겼다. 나름 투자 성과도 있었고, 노트북을 정리하고 아이패드와 맥스튜디오 체계로 바꾸고 나만의 공간을 명확히 구축했다. 음악강의도 꾸준히 들어서 내가 투자하고 싶은 분야(=Sine/EDM 등) 를 확실히 잡고 Logic에 대해서 공부했고 기본적인 작곡 스킬에 대해서 공부했다. 아이를 데리고 첫 가족 캠핑을 가고 두번이나 더 갔다. 샌디에이고 나파 등 여행도 다녀왔다. 그리고 매번 찍자 찍자 하던 영상도 드디어 두개나 만들어서 유튜브에 처음으로 올렸다. 아이를 데리고 주말과 저녁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교육을 해야할지에 대해서 감을 더 잡았다. 가정의 안정을 위해 emergency plan도 만들고, 착실히 실천하고 있다. 은퇴준비도 계속하고 있다. 아 특히, 올해에는 거의 영주권이 끝나간다.

이런 업적(?) 이외에도 바꾼 습관도 적잖게 있다. 연말쯤에는 매번 육퇴후 누워서 티비만 끄적이는게 싫어서 그냥 잠을 청했다. 애플워치를 울트라로 바꾸고 매일 차고 자면서 평균 6-7시간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누워서 생각없이 보던 티비를 자투리 시간으로 바꾸고 틈틈히 다큐나 보고프던 영상을 보게 되었다. 아니면 원서를 읽던가. 쓸때없이 들락거리던 사이트들을 점점 줄여나갔다. 회사가 이사를 가고 러닝하기 좋은 환경이 되어서 점심시간마다 걷고 뛰었다.

어쩌면 나는, 꽤나 꽉 차있는 시간들을 제대로 정형화 하지 못한게 컸던 것 같다. 매번 생각은 끝없이 그 꼬투리를 잡지만 머릿속은 쉽사리 정리되지 않았다. 그러기에 나는 스스로를 보다 더 정리할 필요가 있겠다 생각이 들었다. 올해에 블로그를 거의 쓰지못한것도 그런 부분중 하나인 것 같다. 그래도 다시금 나는 돌아왔고, 지금은 부단히 나만의 시간을 다시금 만들어서 쓰려고 노력한다.

요즘엔 운동을 다시 시작해 봤는데, 하루이틀 유산소를 빡세게 하고나면 식욕이 댕기는 것도 있고 너무 피곤하기도 하다. 이것도 결국, 나이가 들고 생활패턴이 바뀌면서 자연스래 내가 바꿔야 하는 부분인가 싶더라. 그게 요근래 내가 연구하고 투자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내년도에는 자연스래 나와 가족의 건강으로 목표를 잡은 것 같다. 그냥 건강한 음식먹고, 살빼는게 전부다. 먹는게 가장 중요한 것 같고, 그것도 그냥 수치화 시키지 말고 생활습관을 바로잡으면 될 것들인 것 같다.

그래서 2024년도 그냥 계획없이 보내려고 한다. 어차피 지난 세월, 내가 느낀 것은 가슴이 시키는 일을 하면 된다는 것이다. 어차피 내 마음은 내가 하고싶은 것을 알고 있으니깐, 적어도 나는 그런 사람이니깐, 그냥 가슴이 시키는 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