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은 미국에 건너와서 이틀 정도 학교를 나갔고, 드디어 집을 구해서 정말 '드디어' 끌로이와 신혼 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나흘 전부터 이케야와 Target, Safeway, Costco등을 돌아다니며 가구와 식료품을 구입하고 드디어 얼추 정리가 되고 내 책상도 생기고.. 이제야 본격적으로 프로그래밍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니 솔직히 말해, 기분이 너무 좋다.
좋아하는 와이프를 보며 글쎄, 이런게 행복이구나 싶기도 하더라. 한인 마트도 워낙 잘 되어 있고 생활하는데 심지어 영어도 많이 쓰지 않으니(이부분은 조금 걱정이긴 하나..) 그래도 괜찮다. 어쨌든 약간은 고립된(?) 공간에서 마치 소꿉놀이라도 하듯이, 끌로이와 신혼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사실에 너무 감사하다.
한편으론 블로그를 너무 안한 것 같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결혼식까지도 워낙 정신이 없었고, 결혼 후에도 신혼여행을 오랫동안 다녀오고, 이후에도 처가와 우리집을 오가며 약간은 유목민 생활을 했다. 안정된 공간이, 본가에서의 내 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 잘 없더라. 아쉽지만 아쉬운 나름대로 우리는 우리의 공간을 추구하였고, 결국 이렇게 드디어 우리 신혼집을 마련했다.
학교는 글쎄, 워낙 인도애들이 많아서 조금 당황스럽기도 하고, 생각보다 영어를 잘하고 특히 기술적인 부분에서 이 친구들의 관심사가 워낙 나와 직결되는지라, 앞으로의 그런 기술적인 부분에서의 '토론'이 사뭇 기대되기도 한다. 몇 명의 인도 친구들을 사귀었고, 그들 사이에서 사실 영어를 잘 못하는 내가 조금 부끄럽기도 하다. 그래도 어쩌랴, 부딪쳐 봐야지.. 구태어 중국인 친구들을 사귀자니 차라리 인도 친구들을 한번쯤 사귀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는 사실 일주일에 세번을 가기 때문에 아직까지 학교를 '제대로' 다닌다는 생각이 크게 들지 않는다. 심지어 내가 지금 학생인지조차 살짝 의심이 될 정도.. 물론 본격적으로 과제와 팀 프로젝트를 하게 되면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그렇다. 전처럼 개강한다고 개강파티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주 친한 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고.. 2년만 조금 수월하게 지내다 보면 어느새 졸업일 것이고, 이후 OPT에서 인턴 구해서 다니다 어느 기업에 소속되것지.. 라는 아주 포멀한 생각이 그저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내가 미국에 온 이유는 이런 포멀한 생각 보다는 보다 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서이다. 한국에서는 몇명 주변의 뛰어난 프로그래머(주로 친구들)를 제외하고는 사실 그 프로그래밍에 대한 '깊이'가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화를 하다 보면 그 한계가 면밀이 들어난다. 사실 나도 뛰어난 프로그래머는 아니지만, 적어도 관심있게 프로그래밍을 지켜보고, 어떤 언어들에 있어서는 관심의 폭이 상당히 깊다. 그래서 이곳 실리콘벨리로 오니 보다 더 대화의 주체가 많아졌다는 사실이 인상깊다. 보다 더 정확히 말하면 내가 어떠한 일을 하고자 하면 그 일에 대한 한계점을 쉽게 파악할 수 있고(친구들을 통해) 어쩌면 뜻에 맞는 친구들을, 거기다 qualified된 친구들을 구하기가 조금 더 쉽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사실 조금 더 따지고 보면 내가 미국에 온 이유는 내 사업아이템에 대한 검증을 하고싶어서 이다. 한국에서도 충분히 만들 수 있겠지만, 웃기게도 나는 조금 더 성공가능성이 있는 환경을 가지고 싶었다. 사실 이렇게 신혼집을 잡고 안정된 작업 공간을 만든 이유도 바로 이때문이다. 물론 나의 잘못된 인맥 관리(?)가 한몫했겠지만, 한국에 있으면 일주일에 서너번은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무언가에 집중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의지가 부족해서일 테이고, 스스로 하려 하지 않아서 그렇겠지만 더 정확히 말하면 나는 스스로를 고치기 보다는 스스로 보다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에 나를 몰아넣기를 바라기 때문에 그렇다고 판단한다.
이런 나의 상황에 근거하여 나는 미국에 왔고 한차례의 인맥 물갈이(?)를 했다. 사실 미국에 오니 누구를 만나기도 힘들고, 연락도 잘 오지 않는다. 온전히 일주일 자체가 나의 것이 된 것 같다. 전에는 계획을 세우면 그 성취율이 채 30%도 되지 않았는데 여기서는 물론 아직까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60%를 넘을 것 같다. 삶을 즐기는 느낌이 들고, 그래서 더 이곳에서의 삶이 즐거운 것 같다.
사실 할 일이 많기는 하다. 본사의 지사 설립부터 해서 ERP, 그리고 내 유라임 프로젝트. 아직까지는 구체적으로 공개하기는 뭐하지만 이 세 가지 프로젝트에 개인적인 프로젝트인 '건강' 챙기기. 즉, 일단 다이어트를 하는 것이다. 다행히 와이프가 요즘 부쩍 요리실력이 늘어서 건강한 음식을 많이 챙겨주고 있어서 덩달아 살도 조금씩 빠지고 있다. 무엇보다 타운하우스인 이곳에 헬스장이나 테니스 코트 등도 잘 갖춰져 있어서 운동하기엔 더할나위 없이 좋은 공간이라고 본다.
본사의 지사 설립은 결국 내 유라임 프로젝트와 이어진다. 사실 대학원을 지원할 때 이 유라임 프로젝트를 조금 더 학문화 하려고 제안했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실패. 원인을 생각하던 중, 문득 결국 프로젝트 자체가 학계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내가 생각하던 모델이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던가..
결국 빠른 개발을 해야한다. 하지만 실제로 따지고 보면 내 완제품이 나오기까지의 시간은 상당히 긴 시간이 소요된다. 난 그게 사실 나 스스로 불만이었다. 내가 설계능력이 부족한 것 같기도 하고, 스스로 Continuous Integration에 대해 익혔다 생각하면서도 실제 작업은 그렇지 않으니 스스로 답답할 노릇이었다. 물론, 초기에 완벽히 설계하여 인력,자금 등을 충분히 고려하고 진행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무언가의 작업이 되겠지만 사실 아이디어에 대한 구체화 명목을 따져보면 어디 그게 쉬운가. 결국 많은 사람들의 아이디어 자체가 어딘가로 나오기까지의 그 Gap이 방해가 되어 보다 더 좋은 시제품이 구현되는 데에 어려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결국, 스스로 지금의 문제점을 극복해야 한다. 빠른 애자일방법론과 Automation을 최대한 적용한 그런, 보다 개인화된 프로세스가 필요한 것이다. 더 나아가 나 스스로 정립한 유라임 시스템을 구체화하고, 내가 먼저 이 시스템을 활용하여 무언가를 이뤘다는 증거물이 되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설계도 중요하나 빠르게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겠다.
결국, 공부할 것이 많다. 개발을 하면서도, 사업을 하면서도, 하물며 지금의 학교에서까지 공부할 것이 수도 없이 쌓여있다. 하지만 초심을 잃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공부를 하며 무언가를 만들어 나가는 즐거움을 찾는 것이, 글쎄, 약간은 바래왔던 박사 과정을 놓친 것에 대한 하나의 대안책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서른을 살고 싶고, 그렇게 평생을 살아가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