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그리고 미래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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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는 내 스물아홉번째 생일이었다. 그리고 그 전날, 인생에 하나뿐이라는 스튜디오 촬영이 있었다. 이 몇 시간의 촬영을 위해, 그간 끌로이와 행했던 모든 것들이 생각난다. 이제 결혼까지 두달, 이후에는 우리 둘 만의 인생이 시작되는 시기이다.

집에서의 시간이 채 두달이 남지 않았다니, 사뭇 실감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제주에 자주 내려가셔서 시간을 보내시는 부모님의 건강이 좋아지고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 나도 기분이 좋다. 이번달 초에 제주에 내려가 오랜시간 일을 도와드린 보람이 있다고 할까. 덕분에 나도 가족과의 떨어짐에 슬퍼함을 잠시 미뤄두고, 나와 끌로이의 미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가장이 된다는 것은 살짝은 두려운 일이다. 그렇게나 자신감이 넘쳤던 내가 두려움이라니, 사실 웃기게도 정해진 미래 없이 나는 그저 나의 신념에만 의존하며 마치 하나의 데드라인을 끝낸 것처럼 무턱대고 대학원을 기다렸다. 아마 그 자체가 가장 큰 실패였을지도 모르겠다. 도무지 지난 한달간 내가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고, 이번달 조차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으니 말이다.

결국, 스스로의 실력이 부족함을 빠르게 인정하고 공부했었어야 했는데 나는 이런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객관적으로도 저조한 영어성적이었고, 이를 충분히 보충할 수 있었음에도 말이다. 지금처럼 빠르게 대학원에서 거절되는 현실이면 빠르게 스스로의 영어성적이 스크리닝 된다는 것을 이해했어야 했는데, 왜 나는 나의 미래에 대한 확신만 믿으며 고집을 져버리지 않았던 것일까.

그런 후회가, 생일인 하루동안 역력했다. 차라리 책이라도 읽을껄. 차라리 뭐라도 할껄. 이런 생각이 하룻동안 맴돌더라. 생일이라 참 많은 친구들과 후배들, 그리고 가족과 끌로이가 연신 축하해 주었지만 정작 나 스스로에게는 축하받지 못했다. “이런 패배자 같으니라고, 네가 무슨 생일을 즐길 자격이나 되?” 라고, 끝없이 나를 압박했다. 패배자라는 단어가. 내가 나 스스로에게 욕설을 퍼붇는 기분이었다.

나는 사주나 점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허나 역설적으로 나는 내 운이 상당히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이러한 운에는 스스로의 노력이 뒷받침 되어있었다. 대학입학이 그랬고, 대회입상이 그랬다. 책을 냈을때도 그랬고, 병역특례를 할때도 그랬다. 그것이 운이라 칭했던 내가 참으로 부끄럽다. 작년만 해도 운 하나 믿고 학기중에 봐왔던 지알이 시험에서 연신 저조한 성적을 냄은 물론, 토플 또한 그러지 않았던가. 놀 대로 다 놀고, 술먹을꺼 다 먹으면서 운만 연연하다니, 참으로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 과연 내 삶에 자제라는 것이 있었을까.

그런데 그런 행동을 또 다시 내가 저지르고 있었다. 생일이니깐 뭔가 운이 좋아서 어드미션이라도 하나 오지 않을까, 이게 과연 로또를 사두고 그저 주말만 기다리는 것과 무엇이 다른것일까. 올해가 시작되고, 물론 작년에 내가 지친것은 알지만, 적어도 조금만 더 빨리 깨우치고 다시금 시작했어야 했는데. 살아가며 여기서 멈출 내가 아니라는 것도 잘 알지 않던가.

후회는 후회를 남긴다. 답은 그저 열심히 하는 것 밖에 없다. 참으로 나도 이러한 것을 스스로 알면서도 자극제가 없으면 실제 삶에 반영하지를 못하니, 그것 또한 문제가 있긴 하다. 실은 지난주 가장 믿었던 학과에서 참패를 당하고 거의 자신감이 제로에 가까웠는데 그날 새벽,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에서 버클리의 데이터 공학 과정 입학처에서 연락이 와서 나의 펀딩 상태와 직업상태 등을 물어봤다. 그리고 이를 제출했던 어제도 전화가 와서는 다른 부분은 괜찮은데 안정적인 입학을 위해 토플과 지알이를 다시 보는 것을 추천한다고 한다.

끌로이와 가족 이외에 어느 누구 하나도 내게 이런 얘기를 해주지 않았다. 참으로, 답은 결국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데 왜 나는 청개구리 마냥 하기 싫었던 것일까. 결국 지금도 대외적인 것에 휘둘리는 것 같으니.. 생각해보면 끌로이나 어머니, 아버지 말씀을 듣고 내가 안된게 무엇이던가.. 결국 내 고질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이렇게 자신들의 시간을 희생하며 나를 도와주는 것인데, 나는 그걸 자존심에 비춰 고집만 연신 피워대니 말이다.

이제라도 알았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어떻게 보면 내 생일에 나는 내게 스스로 잘못된 운에 기대었고, 노력하지 않았다는 객관적인 판단을, 스스로가 인지하고 고칠 수 있게 만들어줬다. 내 꿈인 끌로이와 함께 미국에서 여행하며 큰 꿈을 위해 행복하게 살고싶다는 것은 꼭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늦지 않았다.

나에게 주는 생일 선물

  • 자신감을 갖되, 자만하지 말자.
  • 자신감은 실력에서 나온다.운을 믿지 말고, 나의 실력만 믿자.
  • 앞으로는 절대 실패에 좌절하고, 나태해서 허숭세월을 보내지 않겠다.
  • 나의 경력만 믿고, 달콤한 말에 착각하여 걷모습에만 취해서는 안된다.
  • 지금의 패배는 결국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력하는 자에게, 실패란 없다.
  • 나는 왜 공부를 해야하는가를 생각하자. 인터넷으로 사람을 돕겠다는 것은 단순한 프로그래밍 실력으로 되지 않는다. 나의 이론적인 방향을 정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반드시 심화적인 공부가 필요하다.
  • 충분히 쓸때없는 것을 끊기만 하면, 코피흘릴 정도로 죽어라 공부하지 않아도 즐기면서 공부해도 성공할 수 있다.
  • 20대에는 그저 운을 시험해볼 수 있는 기회였지만 30대에는 운이 아닌 실력을 믿어야 한다. 노력하지 않으면 실력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 나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고, 누구보다 효율적인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나 스스로를 이기지 못함과, 인간관계에 대한 욕심이 시간에 대한 효율을 깎아놓는다.
  • 성공해야 내가 하고싶은 것을, 하고싶은 곳에서 할 수 있다. 끌로이와 함께 세상을 여행하며, 어디서든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 끊을 때는 확실하게 끊자. 모두가 떠나가도, 가족은 나와 함께한다.
  • 주변에 지나치게 신경쓰지 말자.
  • 내가 최고가 되지 않으면 모든 친구들은 떠나간다.
  • 일과 공부, 건강, 그리고 끌로이를 위한 삶을 살자.
  • 스스로 책임질 말만 하자. 그리고 한번 말한 것은 무조건 지킨다. 그것이 비단 나 자신과의 대화였다 하더라도.
  • 끌로이와 가족의 충고를 겸허히 받아들이자. 그들로부터 쓸때없는 잔소리는 없다.
  • 술보다는 운동과 나 스스로와 친구가 되자.
  • 10시 취침 4시 기상은 무조건 지킨다.
  • 의미없이 그만 놀아라. 9년간 충분히 놀았다. 수백명의 후배들에게 술을 사주지 않았던가.
  • 실패하면 원인이 무엇인지만 분석하고, 잊자. 실패했다고 내 꿈까지 버리지는 말자.
  • 나는 누군가를 경쟁자로 삼은 적은 없다. 하지만 내가 얻고싶은 것을 위해서 열심히 할 뿐이다. 최고가 된다는 생각이 아니라, 내가 즐겁기 위해 살아가는데 왜 이루지 못하는가. 적어도 그런 삶을 추구할 수 있는 삶을 항상 감사해야 한다.
  • 즐겁게 공부하자. 어느 하나 억지로 내가 하는 것은 없다.

 

Software Engineer @Google in Silicon Valley, Carnegie Mellon University MSSM 21' AI기반 생활습관 서비스 스타트업 유라임 (Urhyme) (전)대표. 전 금융권 풀스택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실리콘벨리, 스타트업 이야기를 주로 씁니다. 대용량 분산처리 (주로 데이터, 머신러닝) 웹 서비스 설계와 데이터 시각화,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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