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금요일에 너무 일찍 깨버렸다. 평소처럼 그냥 일기장에 생각을 정리하려 하다가, 오랜만에 블로그에 들어왔다. 생각 정리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크게 무슨일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머릿속이 복잡한 것은 사실이다. 최근에는 집 구매때문에 이리저리 알아보고 있는데, 확실히 타지에서 집을 구입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작업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 그래도 미국에 산지 7년이고 문서작업에 워낙 익숙한지라 정말 미국에 왔을 초창기에 비해서는 많이 좋아졌지만 그래도 아직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지만 그렇다고 긴장한 상태에서 스트레스를 엄청나게 받는 것도 꽤나 큰 손해이다.
난 스트레스에 강하지 않다. 사실 내가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도 어쨌건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끄집어 내야지만 내가 살 수 있어서 그랬다. 왜 머릿속에는 그리도 많은 생각이 자리하게 되는 것일까? 그리고 정말,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는 것이 맞다. 왜그런지는 몰라도 지금은 너무나도 쳐져 있다. 일에 너무 집중해서 그럴까, 올해에 너무 많은 일을 해서 그럴까, 원인이 무엇이던 난 지금의 연말을 기회삼아서 머릿속을 정리하지 않으면 앞으로의 삶이 너무나도 많이 망가질 것 같은 느낌이 들고, 그런 상황이 발생할까봐 너무 무섭다.
결국 어찌보면 이렇게 하루하루를 정말 충동적으로 보내는 이유는 요즘에는 머릿속에 워낙 하고싶은게 많아서 그런 것 같긴 하다. 어차피 앞으로 8일정도만 일하면, 그것도 4일정도는 그냥 혼자서 공부하는 것이긴 한데 그럼 올 한해는 적당히 마무리 될 것이고, 내 생각보다는 퍼포먼스가 많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회사일은 약간 쉬엄쉬엄 하는 느낌이고,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난 뭔가 하고싶은게 너무 많은데 우선순위가 잘 정해지지 않고, 그런 상황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다 보니 스스로도 아쉬운 상황이 너무 많이 생기기도 한다.
정말 어쩌면 약간의 번아웃 같은 상황인 것 같다. 의욕이 잘 생기지 않고 삶을 흘러가는 대로 놔두고 있다. 회사일을 시작하고 한 두달정도는 좋았는데, 특히나 이런 상황은 최근에 꽤나 크게 다가왔다. 올해에 TA도 하고 술도 100일 끊어보고 학점 3.89로 졸업하고 faang에 취업하고 아이도 생기고 꿈에 그리던 하와이 여행도 가고 오픈카도 몰아보고 거북이도 보고, 모기지 승인도 (거의)받고, 집구매에서 bidding에 성공하고, 주식이랑 코인도 40%나 오르고, 하고싶단 아코디언도 사고 공부하고, 피아노도 실컷 치면서 쇼팽 녹턴 하나 절반정도 완주하고.
솔직히 당장에 생각이 나지 않는것도 꽤 많은데 실패보다 성공이 훨씬 많았던 2021년이었는데, 어쩌면 내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인데, 왜 나는 이렇게 많은 것을 이룸에도 이 답답함이 가시지 않을까. 그게 가장 큰 의문이었다. 자꾸 이렇게 답답함이 계속되니깐 하루하루를 충동속으로만 채우려고 한다. 그래서 스트레스, 아니 정확히는 그냥 살짝이라도 잘 풀리지 않은 일이 생기면 이를 핑계삼아 술을 마신다. 이게 뭔가, 아무리 남들이 이루기 힘든 것들을 이뤘다 해도 결국 내실이 정확히 다져지지 않고, 아직도 프로답지 않게 만들어진 나 스스로의 정신이, 난 그게 너무나도 마음에 들지 않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거다. 그간 내가 미뤄왔던 것들. 공부랑 개발, 다이어트와 운동이 술을 대처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이것들이 나의 술먹는 습관을 대처하기 위해서는 나도 의지를 가지고 일어나야 하는데 일어나지 못하니 그게 답답한가 보다. 아니, 그게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결국 이것도 하나의 이상과 현실 속에서 허우적되는 스스로의 모습이 아니던가. 머릿속으로는 놀고싶고, 그런데 사실 노는 방법을 모르니 술먹으며 유튜브나 끄적이고, 야식을 찾고, 그렇게 하루 이틀이 된 것들이 모여서 습관이 되버리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무슨 큰 자극 그런게 필요한 것도 아니고, 이건 결국 억지로 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억지로 되게 만들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생각해보면 스님들이나 성인들도 사람인 이상 욕구라는 것이 있을 테지만 이를 억누르고 살아가는 것이다. 신념이란 것이 있겠지만, 결국 본질은 ‘억제’ 를 한다는 것이 아닐까. 술생각이 나도 참는다는 것은, 결국 본능의, 무의식적으로 행하게 되는 것에 대한 ‘억지로’ 라도 참는다는 것이 아닐까.
난 다시 불교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교에 몸을 담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교 수행을 하는 것이다. 종교는 천주교이지만, 수행자의 마음을 돌아보고, 수행자의 마음으로써 삶을 채워나야 겠다는 생각이다. 어쩌면 작년 말부터 했던 불교 수행이 내게 하나의 가르침이 되었던 것이 아닐까. 그래서 난 그것을 잊고 있던 것은 아닐까. 생각이 많아봤자 그 생각이 나를 더 괴롭게 만들 뿐인 것 같다. 단 한순간이라도 나 스스로가 괴롭다고 느끼면 그때 내 마음을 알아차리고 스쳐 지나가게 만들 수 있도록, 스스로를 수행해야 한다. 나는 결국 행복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래서 스스로 괴로움으로 내 몸을 망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결론은, 스스로 딴생각을 하지 않도록, 나 스스로 방향성을 잘 설계하도록, 수행하는 것이다.
올 초에 졸업한 정토회에서의 말씀이 생각난다. 나는 행복한 수행자 입니다. 다시금 나는 새벽에 기상하고, 하루를 꽉 채워 살 수 있도록,행복한 스스로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