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개의 미국 대학원에 낙방한 지금, 이제는 슬픔과 해탈보다는 스스로에 대한 잘못됨의 분석과 다시금 나의 커리어에 대해 정리할 시점이 왔다는 것을 느낀다.
솔직히 말해, 조금 많이 슬펐다. 4월이 시작한 지금도 어디 하나 결과가 나온 것이 없다는 자체가 나를 불안하게 만들고, 때문에 미국에 가기 전 끌로이와 함께 즐기자는 것들이 하나 둘 뒤바뀌자 스스로의 무능력함에 화가 많이났다. 그저 누구의 말만 듣고 가만히만 있던 나 자신에 대해서도 화가 많이났다. 그리고 지금은 다시금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정찰할 필요가 있음 느낀다.
어찌됬건, 내 결론은 대학원을 알아보는 과정은 결국 내가 무엇을 하고 먹고+공부하고 살 것이냐에 대한 의문과 리서칭 과정이었다. 이게 확실한 사람은 그 만큼 대학원 미니멈에 맞춰 공부하고, 자신의 커리어를 다방면으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게 불명확했다. 관심분야만 봐도 그렇다. HCI를 기본으로 하되, 데이터베이스와 웹, User Interface, 모바일, 클라우드 컴퓨팅, 분산 컴퓨팅 등.. 솔직히 말해, 어디 하나 전문분야인 것이 없다. 기껏해야 웹 정도가 그간 가장 많이 다뤄온 나의 장점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상의 것들은? 대부분 그저 내 작은 관심사일 뿐이다.
내가 과연 무엇을 통해 일하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할 수 있을까? 이런 어찌보면 단순한 고민에 확신이 없어졌다. HCI를 하고자 한 내가 잘못된 것일까, SOP에 써내려갔던 컴퓨터가 중재하는 인지 컴퓨팅을 만들겠다는, 지금와서 보면 참으로 모호한 이야기들. 어느 하나 구체화되지 않았던 나의 SOP를 두고, 엊그제는 밤을 새서 교정을 받지 않고 내가 쓴, 나 스스로에 대한 분석과 현재, 미래에 대해 글을 써내려갔다.
사실 내 학부성적은 썩 좋지않다. 3.45이다. 그냥 뭐랄까, 어정쩡한 학점이다. 미국식으로 환산하면 3.2정도. 이정도면 어떻게 보면 낮은 GPA다. 아쉽지만 아쉬운 만큼 나는 학부시절 다양한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후회는 하지 않는다. 다만, 내가 정말 어떤 과목에 관심이 있었고 그걸 더 깊게 공부하고 싶은지, 그것만이라도 조금 생각을 해보고 싶다.
생각건데, 사실 알고리즘이니 데이터 구조니 그런건 아무렴 좋았다. 워낙 기본중의 기본이고, 기본 정설화된 자료구조 알고리즘 같은게 있으면 나 스스로도 이를 구태어 깨고싶지도 않다. CPU의 성능을 극대화 시키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 예컨데 알고리즘이나 컴파일러 최적화, 멀티코어 컴퓨팅, GPU, 맴캐시 등 많은 방법이 있지만 여기서 내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조금 아쉽다. 내가 그 만큼 컴퓨터를 별로 안좋아 하는 것일까, 수학을 싫어하는 것일까.
대학시절 좋았던 과목을 꼽으라면, Operating System, Software Engineering, Artificial Intelligence, 확률 및 통계, Programming Language Theory, 생명과학 정도이다. 약간 뭐랄까, 인공지능이라는 자체가 나는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컴퓨터에 생명을 불어넣는 느낌이랄까.. 누가 뭐랄것도 없이, 과목 자체에 대해 흥미가 많이 느껴졌다. 물론, 생각외로 Computer Architecture 과목이 나는 재미있을 줄 알았는데 ISA아키텍트 쪽으로 내려가니 좀 뭐랄까, 재미가 없다. 확실히 하드웨어나 ECE쪽은 나랑 성격이 안맞는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결국, 소프트웨어로 구성된 어떤 컴퓨터 영역에서의 설계인 것 같다.
AI를 배우며, 물론 학점은 그리 좋지 않았지만.. 인간의 두뇌를 알고리즘화 하려는 시도가 모두 재밌게 느껴졌다. 특히 머신러닝이나 데이터 마이닝에서 나는 어떠한 내가 구현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답을 찾을수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기사 인공지능 이외에 답을 내려줄 것이 어디있겠는가 싶지만, 인공지능 학문 자체가 방대하기도 하고 다른 과목에 비해서는 밤을 새도 재밌을 만큼 흥미롭기도 했다.
Software Engineering에서는 당연히, 소프트웨어 개발론이 재밌게 느껴졌다. 한번쯤 사업을 해봐서 나도 체계적인 개발 체계에 대한 관심도 있었고, 특히나 빠르게 변모하는 스타트업 체계에서 LEAN방법론이라던가, Agile등의 방법론이 끌리는 것은 당연했다. 나도 07년 당시에는 MS Sharepoint부터 해서 Groove시스템에 전반적인 관심이 있었고, 이어 CI, SCM등의 협업 시스템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니 🙂 테스팅, 목업, 소프트웨어 주기 등.. 많은 과목들이 재밌었고, 아직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PL은 최근 Scala공부와 함께 당시 관심이 있긴 했지만 너무 바뻤던 관계로 제대로 듣지 못한게 아쉽다. 확통 또한, 강사도 마음에 들었고 수학중에서는 그나마 가장 재미있지 않았나 싶다. 의외로 생명과학의 이해 라는 과목이 재밌었는데, 내겐 미지의 영역이나 마찬가지였다. 기회가 된다면, 천문학과 물리, 생물 그리고 수학을 공부하고 싶다. 결국 기초과학이다. 고교때 이를 공부하지 않은 것이 참으로 후회스럽다. 생각 외로 재밌기도 하고..
결국, 내가 가장 재밌어하는 것은 웹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해, 사용자 중심적 웹을 꾸미는 일. 그들이 하는 행동을 분석하고, 요구사항을 최대한 반영해서 진정한 의미의 반응형 웹을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반응형 웹을 통해 나는 기업 혹은 개인의 이윤을 극대화 하고자 한다. 우선 이게 핵심이고, 이를 위한 일련의 작업들이 서른부터는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어차피 나 자체는 융합이다. 나는 CS를 들으며 무언가를 배우겠다는 생각보다는 새로운 학문 속에서 무언가를 찾는 것이 더 어울린다 생각한다. 러프한 틀 내에서 내가 맞는 사고를 찾는 과정. 결국 저러한 나의 관심과목들 자체도 어느 하나 연결된 고리가 없다. 그래서 내 SOP는 러프했고, 내 제안은 현실성이 떨어졌을지도 모르겠다.
엊그제 모 컨설턴트님과 내 이력에 대해 상담할 기회가 있었다. 도중에 나는 내 SOP가 정말 러프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 문제였는지는 몰라도, 작년 12월 졸업 등의 시간에 쫒기다 보니 정작 SOP에 투자할 시간이 많이 없었다. 지금와서 보니 초고를 몇일만에 쓰고 이를 전체적인 수정 없이 계속 사용했으니 연이은 탈락은 어쩌면 예견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과거의 경험에서 배운점과, 나의 강점, 그리고 학교에 대한 세밀한 분석과 future plan이 상당히 추상적이었다. HCI라고 해서 나는 그렇게 추상적으로 써도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전문분야가 뒷바침 되지 않으면 추상이 단순한 추상에서 끝난다는 점을 간과했다.
확실히 나는 공부에 대한 scope를 좁혀야 할 필요가 있다. 디자인과 프로그래밍이 가능하다는게 내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 그리고 지금 가장 하고싶은 “공부”는 인공지능과 수학, 특히 통계학이다. 그럼 결국 최근에 관심을 가졌던 Data Sciece라는 결과가 나온다. 거기다 나만의 독특한 점, 즉 데이터 시각화에 초점을 두고 역동적인 시각화를 위해 그간 배워온 RIA를 전폭적으로 이용, 또한 데이터의 분석을 위한 머신러닝과 통계학을 공부하여 이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다양한 분야로 접목시킬 수 있을 것이다. 시각화라는 것은 추상적인 것을 끄집어 내는 것이기 때문에, 어떠한 데이터에서의 흐름을 예측하기엔 시각화만큼 좋은 것도 없다. 내 메튜랩 홈페이지가 그랬고, 내 책이 그랬다. 말뿐만인 이 블로그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실질적인 결과물을 통해 무언가의 변화를 주고싶은, 그런 나의 생각을 담아내는 것은 결국 디자인이다. 어쩌면, 30대의 나는 디자이너로써의 역량을 강구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만든 데이터 분석 자료가 하나의 개인에게는 자신을 성찰하는 도구가, 기업에게는 이윤을 창출하고 리스크를 감지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Data Science in Data Visualization. 일단은, 이렇게 공부하자. 이것만큼 지금의 나의 욕심을 채울 수 있는 것도 없으니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