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근황, 요즘 학교에서 열심히 학기를 마무리 하고 있다. 일도 일대로 하지만, 이곳에 온 일차적 목적은 석사 학위를 어떻게던 취득하기 위해서다. 그렇게 이곳 SJSU에서 보낸 그간의 시간, 원래대로라면 다음달에 졸업을 해야 하는데 아쉽게도 선수과목 하나에 구멍이 생겨 3수강 끝에 가까스로 마치고, 이번학기를 끝으로 일단 courseworks이 다 끝나게 된다.
사실 학교를 정말 열심히 다녔다면 성적도 좋았겠고 진작에 뭐 풀타임이나 구해서 일을 시작했겠다. 하지만 나의 경우는 내가 생각한 스타트업을 꾸려서 진행했고, 이곳에서 사람들이 이미 1~2년 전부터 자신들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고, 최근에는 심지어 면접까지 보고 있다. 비자 문제상 일은 내년 10월부터 할 수 있는데도 벌써부터 오퍼를 준비하는 나의 모습이나 나같은 사람을 구하려는 기업체나, 생각건데 조금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가장 친한 친구 쿠날의 경우는 이미 졸업 후의 자기모습까지 가정해서 2년 전부터 학교 커리큘럼을 빠듯하게 외우고, 필요하면 스터디 그룹까지 조직해서 어떻게던 선수과목을 패스했다. 예전에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대단한 친구다. 비단 이 친구 뿐만 아니라 왠만한 인도 친구들이 이렇게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한편으로는 나처럼 한학기를 늦춰야 하거나, 일부로 1년 혹은 1년 반씩 늦추는 친구들도 존재한다. 취업 혹은 영주권이나 비자때문에 학교에서 안전하게(?) 있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학생들을 학교는 최대한 보호를 해준다. 나는 역시나 미리 준비를 하지 않은 것으로 인해 이미 뭐 학교의 보호에서는 많이 멀어졌지만.. 이 또한 내가 미리미리 준비를 하지 않아서 그렇다는 생각이다.
사실 한국에 있을때는 막연하게 살았다. 올해는 뭐 해야지 내년까지는 뭐 해야지 정도랄까, 그런데 미국에 오니 일단 외국인 신분으로써는 체류 권한이 가장 컸다. 학교에 있으면 뭐가 문제인가 싶은데, 난 사실 학생비자는 반년도 채 안되서 바꾸고, 지금까지 두 차례 비자를 바꿨다. ‘사업’을 한다면 단순히 개발만 통해서는 그 연장이 쉽지 않고, 왠만한 자금이 들어가지 않는 이상은 체류권한을 연장하는 것 조차도 쉽지 않다. 한인 커뮤니티도 잘 되어 있지만 누구 하나 나의 그것에 책임을 져주지는 않는다. 내가 아무리 난다긴다 하더라도 말이다.
그래서 사실 한국처럼 인맥에 기대는 자체는 져버렸다. 아니, 뭐 하나만 믿고 있는다는 자체를 버렸다. 한국 마인드대로라면 지금 하는 스타트업만 죽어라 해야지, 그리고 그렇게 하면 뭐 비자고 뭐고 다 해결될꺼야(!) 라고 생각했겠지만 이게 얼마나 risky한 생각인지는 정말 깊게 생각해봐야 한다. 글쎄, 정말 죽기살기로 하면 될지도 모르겠지만 열정으로 위장한 위험부담을 택하자니 나는 당장은 안전한 길을 선택하고 싶다.
사실 이런 생각때문에 내가 스타트업도 혼자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예전에 스타트업 당시 너무 많은 인원과 자금이 투입되었기 때문에, 한번 실패를 통해서 잃는게 얼마나 큰지를 느끼고 나서는 나는 왠만한 모든 길에 최대한 많은 안정성을 투입했다. 그래서 정말, 정해지지 않는 삶에 대해 그 리스키함이 얼마나 큰지를 새삼 느끼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모토인 남들과 다른 삶, 즉 메튜장의 그 삶에 입각해서 살기 위해서는 당연히 무모한 도전을 해야했다.
그래서 정말, 소위 안전빵이라는 것을 만들어둬야 하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얼마전 읽었던 책인 “나는 직장을 다니면서 12개의 사업을 시작했다” 에서 저자 본인도 사업에 올인하는 자체의 리스키함을 인지하고 나서는 직장이라는 기반을 만들고, 본업을 하면서 남는 시간에 사업을 진행했다. 물론 그런 사업에는 한계가 분명 있겠지만, 적어도 어느정도 내가 원하는 기술 혹은 기능을 시험해 볼 수 있는 기회는 될 것이다.
어쨌든, 그렇게 사업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인터뷰 준비하고, 한편으로는 학업을 진행했다. 어차피 학위 하나정도는 있어야 겠다는 생각이 가장 컸다. 그런데 문제는, 생각 외로 쉽겠다 생각한 이 석사 학위가 장난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더 좋은 학교를 가지 못해서 아쉬워 했는데 지금은 되려 그렇게 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지금 학교에서도 스타트업+학업 을 병행하는 데에 엄청나게 고생을 하고 있는데 보다 더 학문적이고 모든 사람들이 경쟁적으로 공부를 하는 환경이었다면, 나는 분명 2년이라는 시간을 학교 수업을 따라잡는데에만 초점을 맞췄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스타트업을 병행하며 실리콘벨리에서 있는 몇몇 행사들에 참여하고, 트랜드를 따라잡기 위해 노력한다. 근 2년간 내 프론트앤드 스킬도 많이 늘었다. 2년전에는 Angular나 React를 하나도 몰랐고, 프로덕트 하나를 만들기 위해 ‘나혼자’ 노력했던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기껏해야 레퍼런스 따라하기 정도였지. 그런데 스타트업 때문이었겠지만 어쨌든 베타 개발을 위해 열심히 달리고 있다. 본의아니게 주어진 인터뷰라는 기회 때문에 영어 공부도 꾸준히 하게 되고, 중고등학교때만 열심히 하던 알고리즘과 코딩 연습도 다시 시작했다.
삶이란게 참으로, 어떻게 보면 긴장속에서 살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이랄까. 인터뷰도 봐서 어쨌든간에 오퍼를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고, 한편으로는 스타트업도 스스로 혹은 어떤 지원을 받아 긴장을 더 높여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앞으로 오퍼가 생기면, 스타트업은 스타트업대로 열심히 해서 적어도 내가 원하는 서비스를 만들고,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게 목표다. 그리고 나서는, 또 다른 공부를 위해 달릴 것 같다. 아마 그 전에 이곳에서 사회생활에서의 적응이 더 먼저이겠지만.. 긴장을 늦추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