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행을 마치며

30일의 여행, 정말로 길고도 긴 여행이었다. 여행 이전에 나의 모든 일을 정리하는 것부터 하여 지금 한국에 돌아와서 완전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나 자신을 보며, 그동안 나는 무엇을 느꼈으며 어떠한 미래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블로그에 간단히 정리해 본다.

개발 프리랜서일, 학교일, 공부, 커뮤니티 운영 등 개인적으로 수 많은 일을 가지고 있던 나는 미국을 가기 하루전까지도 일에 몰두하였다. 방학을 시작해도 삶은 변한게 없고, 내가 벌려놓은 일 때문에 나는 항상 생각했었다. “몸이 한 3개라면 딱 적당할텐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정작 내 자신이 무리하게 일을 벌렸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능력이 되지않아 이러한 일을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런 생각에 무리를 해서라도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을 정리하고 나는 미국으로 떠나게 되었다. 사실 비행기 티켓은 오래전에 끊어놓긴 하였는데, 그 때는 내가 이렇게까지 바쁠꺼라는 생각은 전혀 해보지 못했다. 하지만 정말 내겐 욕심이 많았다. 병역특례 생활을 끝내자마자 나는 그저 단기적인 성공에 눈멀어 “명예” 와 “돈”을 쫓았다. 아니, 그러한 나의 욕심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다. 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 말이다.

그리고 미국에 갔다. 영어도 잘 못하지만 그간 나름대로 배웠던 간단한 회화 정도로 어떻게던 미국 생활에 적응해 나가고 있었다. 내가 가장 크게 배운것은 그들의 “개인주의”적인 사상에 대해서이다.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고 자기 자신의 목적에만 몰두한다. 자기가 서있는, 앉아있는 그 공간이 자기 자신한테는 가장 행복한 공간이다. 남의 눈치를 보지도 않고 오로지 자기 자신에게만 몰두한다.

처음에는 “왜 저러나? 쪽팔리지도 않나?” 라는 생각이 정말 많이 들곤 했는데 지금 시점에서 이러한 것은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예로 버스를 타더라도 나는 남의 시선이 신경쓰여서 남에게 온 문자 조차도 조심스레 보는 편이다. 하지만 사실상 그 누구도 내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사실일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남의 시선을 왜 내가 신경써야 하는가? 

마찬가지로 나는 남의 인생에 많이 관여하고 싶었다. 어떠한 집단에 끼지 못하면 그것이 아쉬웠고, 금요일 저녁이 되면 무언가 모임을 가져야 할 것 같은 압박감, 그런 것들이 나 자신을 휘감아들었다. 그러면서 억지로 만든 술자리에서는 정신이 없을 정도로 나는 술을 먹어대고, 몸은 몸대로, 정신은 정신대로 망가지기 일수였다.

무엇보다 내가 정말 우물안의 개구리였구나 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렇다고 우리나라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상 내 가장 기본적인 생각은 세계무대로 나아가고 싶은 것이었는데 그저 우리나라에서 적당히 잘 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하지만 실상 내가 미국에 가기 1개월 전에 배우고 간, 그리고 그 이전에도 수없이 배운 영어는 그 목적부터가 잘못되었었다. 

미국여행 3주차부터 나는 트랙아메리카(http://trekamerica.co.kr)라는 것을 하였다. 캠핑을 하며 여행도 하며 특히나 외국 친구들을 만나며 돌아다니는 것인데, 그곳에서 나는 외국 친구들을 여럿 만나고 사귈 기회가 있었다. 그들을 만나며, 그들에게 내 생각을 표현하지 못하는 답답함. 그것을 나는 가장 깊게 느꼈다. 보통의 내 친구라면 내가 이렇게 얘기해주고 싶은데, 그러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 난 그게 가장 답답했고, 둘째로는 그들의 생각을 내가 이해하지 못하니 그들의 감정을 제때 느끼지 못했다.

결국 언어는 사람과의 관계 형성에서의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하지만 나는 영어를 학문 혹은 공부의 한 종류로만 인식하고 있었다. 언어란 감정을 표현하는 보조수단일 뿐인데 말이다. 

또한 나는 투어를 하면서 심지어 3G까지 터지지 않는 공간에 가서 10살때 인터넷을 접한 이후 16년 만에 육군훈련소를 제외하고는 처음으로 오프라인 속에서 살다왔다. 그리고 느꼈다. 오프라인이라는 공간.. 그곳은 느림의 공간이었고, 그것이 내가 꿈꾸던 자유의 공간이었다. 삶을 미친듯 급박하게 살려고만 하던 내가 숨통이 트이게 하는, 그것은 온라인과의 차단이었다.

이제야 아버지께서 그토록 말씀하시던 온라인과의 차단이나 영어를 중시하시고, 여행을 중시하시던.. 그런 이유를 알 것 같다. 아주 어려서부터 아버지는 답을 알고계신 것이다. 선택과 집중, 그리고 자유로움.. 그렇다. 일확천금을 노리려던 나 자신의 생각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노력없이 얻은 성과는 그 결과는 값지겠지만 분명 나중에는 후회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큰 결심을 했다. IT와의 단절. 그리고 아이젝트 종료.

예를 들면 이 블로그에서는 더 이상 기술에 대한 내용은 없을것이다. 또한 izectlab.com 도 없어질 것이다.

그리고 매번 내가 기록하던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의 캘린더에 더 이상 일정을 적는 일은 없어질 것이다.

일기형식으로 쓰는 내 블로그의 내용은 이제 내 일기장으로 옮겨질 것이다.

이메일과 대부분의 푸쉬알람은 꺼질 것이다.

개발에 대한 열망은 이제는 학과 수업을 따라가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닐 것이다.

이러한 생활이 내게 미칠 영향은.. 글쎄, 얼마나 큰 금단현상으로 나타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내 주제를 넘어서 내가 행하고 있는 대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주제에 맞지 않는 자기과시인 것 말이다. 한편으로는 내 꿈을 져버리는 것 같지만 더 큰 미래를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미국여행은 내게 오프라인을 요구했고, 느림을 요구했으며, 본질적으로 내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깊이 성찰하게 하였다. 이것은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일까.. 여튼 위에 사진에 나온 스탠포드 대학교의 컴퓨터 공학과. 강하게 가고 싶은 생각이 있다. 중요한것은 내가 하고싶은데로, 마음닿는데로, 인생을 즐기며 사는 것이다! 보다 더 인생을 즐기기 위해.. 나는 기꺼히 온라인을 절제하며 살겠다.